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땅을 밟는 관광객들이 늘어났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의 물가가 높아지면서 현지인들의 부담이 커지자 식당들이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3일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해산물 음식점은 일본 거주자와 관광객의 가격을 따로 책정했다. 같은 해산물 무제한 리필 메뉴를 주문해도 일본 거주자는 5,980엔(약 52,000원)을, 관광객은 이보다 1,000엔 높은 6,980엔(약 6만 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회사 측은 "관광객 접객 비용을 생각하면 금액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도쿄에 문을 연 와규 꼬치구이 업체는 지난 4월 관광객 매출이 76% 증가했다.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업체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상대해야만 영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가격제 도입을 고안해 냈다고 설명했다.
후루카와 쇼헤이 변호사는 "요금이 적절한지 설명할 수 있다면 이중가격 표시를 해도 경품표시법에 문제는 없다.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했다.
현재 인도와 태국, 요르단도 관광지 입장료 등에서 내외국인 차등 가격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에 앞서 이중가격제를 시행한 인도에서 이중가격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프라자파티는 "비싼 요금을 지불해도 같은 서비스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큰 금액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외국인도 있을지 모르지만, 외국인이 모두 부자인 것도 아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오는 여행자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인도를 오가며 일하는 인도인 라케시 라마 씨는 택시 운전사가 자신과 가족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현지인이 아니라고 높은 가격을 덤터기 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SNS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외국 관광객 손님도 쉽게 현지 시세를 조사할 수 있는 만큼 가격 폭이 커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매체는 인도에서도 상품 가격을 명시한 쇼핑몰과 슈퍼마켓이 늘어나는 가운데, 명료함이 부족한 이중가격제는 조만간 없어질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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