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준비' 트럼프, 관세 올리고 규제 푼다
많은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떠올렸다. 구도와 색감, 포즈 등이 그랬다.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 기자가 찍은 도널드 트럼프 피격 직후 장면 사진은 미국 대선 초기 그 판도를 정해버렸다는 평가다.

이 사건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더 높아졌다. 상대가 건강 이상설이 확대되고 있는 조 바이든이라 그 사진은 더더욱 의미가 커보였다. 트럼프 2.0 시대가 오고 있다.

오는 11월 치러질 2024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큰 폭의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가 핵심인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금리 내리지 마라”트럼프는 대선 전까지 기준금리를 낮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금리인하를 시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는 “어쩌면 그들이 선거 전에 (인하를)할 수 있겠다”며 “그것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비용을 먼저 낮춰야 한다는 게 9월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이유다. 원유 시추 등을 늘려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견해다. 그는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리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를 갖는다. 9월 금리인하로 경기가 더 좋아지고 주가가 오르면 여당에 유리하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Fed에 던지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임기 보장할 수 있다”당근도 제시했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지난 2022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연임 의장에 지명됐다. 임기는 오는 2026년 5월까지다. 트럼프는 “파월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면 임기를 채우게 하겠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과거 Fed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냈던 것보다 완화됐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파월 의장을 임기 전에 몰아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물론 재임명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올해 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이 민주당에 유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재임명을 반대했다.“관세는 무조건 올린다”트럼프는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높은 관세가 미국에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높은 관세가 추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하고 미국 가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다르다.

다만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는 미·중 무역 관계가 단절될 것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 “(첫 임기에) 50%를 했다(관세를 매겼다)”면서도 “60%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올해 초 워싱턴포스트(WP)의 ‘대중 관세 60%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온 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니다. 아마도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10%보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일부 국가에 관세 ‘할인’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해외 다수의 나라가 미국의 제품을 ‘충분히’ 구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우리를 폭력적으로 대우한다”며 “우리 자동차를 수입(take)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들의 차를 수백만 대를 수입한다”고 비판했다.“바이든이 러시아·중국을 결혼하게 했다”트럼프는 또 바이든의 외교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이 집권한 3년 반 동안 중국이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동조했고 북한은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이 러시아와 중국이 결혼하도록 만들었다”며 “결혼 후 작은 조카인 이란과 북한을 데려갔다. 그들은 다른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중국과 시진핑 국가주석을 ‘존경’한다고 표현했다.

대(對)러시아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이 하는 제재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제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렴한 에너지가 필요하다”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확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전기차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 역시 환상적이지만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가 주행거리가 짧고 매우 비싸고 무겁다면서 “그들은 (바이든 행정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IRA를 폐기하거나 축소할 수 있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으나 “IRA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는커녕 높이고 있다”고 했다. 또 IRA가 지원하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에는 문제가 있다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암호화폐는 OK”암호화폐 산업은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가 주도하는 것보다는 미국이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칭하며 암호화폐 시장 발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2021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비트코인은 사기처럼 보인다”며 “본질적으로 달러와 경쟁하는 통화라는 점에서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그는 암호화폐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이 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미국이 나서서 대만을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바보 같았나”라며 “그들(대만)은 이미 부유하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대만을 보호해야 한다면 미국의 자금을 활용하지 않고 대만 측에서 미국에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며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만이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훗날 이마저도 대만이 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 보조금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거리가 멀다는 것도 반대 이유다. 대만은 미국과 1만5000km 떨어져 있지만 중국과의 거리는 100km다.

대신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를 해봤다고 언급하며 미국과의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석유·가스 등의 생산을 늘리면 사우디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항상 보호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사우디가 더 이상 미국과 함께하지 않는다며 과거 정부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미국 대신 중국과 힘을 합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스타보다는 틱톡을…”트럼프는 전반적으로는 규제완화를 중점으로 하지만 ‘무책임한’ 빅테크 기업은 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틱톡 제재는 필요없다고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메타(옛 페이스북)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틱톡을 규제하지 않을 계획이다. 메타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계정을 제한한 이후 트럼프는 줄곧 메타 측을 비판해왔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경쟁이 필요하기 때문에 틱톡을 지지한다”며 “틱톡이 없다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있고 그게 바로 (마크) 저커버그”라고 지적했다. “이민 제한이 중요하다”트럼프 이민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제한’이다. 이민을 제한하면 국내 임금과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경제를 재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이민 제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흑인들이 이민자들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들도 이미 느끼고 있다”며 “그들의 임금은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체는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2018년 이후 고용 증가의 대부분은 이민자가 아닌 귀화한 미국 시민과 합법적 거주자로 인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