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까지 신용카드사 접수된 티메프 민원
약 13만건, 금액으로는 550억원 수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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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정산대금 지연 사태로 발생한 피해액은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당장 남아 있는 자금이 없다는 입장이다. 판매업체(셀러)들에 돌려줘야 할 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우선 개인부터 구제한다는 입장이다. 결제대행업체(PG사) 등 기업을 앞세워 환불 처리에 나서고 있다. 당장 대금을 돌려받을 곳이 없는 PG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환불을 해야 한다. 큐텐그룹이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변제 의무 사라진 티몬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7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회사 측은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한 가지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발생, 확산시키는 현재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판매회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부득이하게 회생 개시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이란 경영 어려움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채무자, 자본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자본의 1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지분을 가진 주주·지분권자 등이 회생절차 접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다. 법원은 7월 30일 회생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재산 보전처분’을 결정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며 “채권자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무자는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변제 금지 △일정액 이상의 재산처분 금지 △금전 차용 등 차재 금지 등을 지켜야 한다. 향후 피해자들이 정산금을 받기 위해서는 회사가 소액채권자 리스트를 만들어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상재 법무법인 태평양 미래금융전략센터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변제받을 수 있는지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는 별개의 쟁점"이라며 "핵심은 티메프에 변제 자력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변제 채권의 규모가 상당하고 채권자들이 다수여서 현재로서는 합의의 성사 여부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ARS 회생신청이 있어 채권자들로서는 일단 그 진행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 먼저 구제…엮인 기업들 어쩌나7월 28일까지 신용카드사를 통해 접수된 티몬과 위메프 관련 민원·이의 신청은 약 13만 건, 금액으로는 5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0만원 이하 비중이 45%이며 나머지는 상품권과 여행상품 관련 결제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8월 1일 오전 9시부터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집단 분쟁조정을 신청받고 있다. 신청 대상은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을 구입하고 청약 철회, 판매자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대금 환급을 요청하려는 소비자다.

금융당국도 소비자 피해 구제를 1순위로 두고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이 7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큐텐테크놀로지 본사 건물에 6명의 현장검사반을 파견한 것도 PG사의 신속한 카드결제 취소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문제는 PG사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면 ‘카드사→PG사→티몬→입점 업체(셀러)’ 순으로 지급된다. 고객은 신용을 담보로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중간 관리 업체인 PG사가 우선 티몬에 돈을 지급하고 추후 카드사에서 돈을 받는다. 환불은 역순이다.

티몬·위메프와 관련된 PG사는 총 11곳이다. NHN KCP, 한국정보통신(KICC), KG이니시스, 나이스페이먼츠, 토스페이먼츠 등이다. 이들 회사는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결제 취소를 진행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PG사는 카드 회원의 거래취소 요구에 응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PG업계가 티메프 사태의 손실을 일부 부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11개 PG사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고 2000억~30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PG업계 환불 처리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은 낮아졌고 이 손실액을 모두 PG사가 떠안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줄도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