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대출 등 활용도 다양해…주택 침체기 노리면 승률↑
강남에서 ‘로또 청약’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일각에선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상승기 ‘청포족’(주택청약을 포기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라는 말이 나왔듯, 수요가 집중되는 규제지역에서 청약 당첨이 쉽지 않은 데다 청약제도 역시 복잡해 이해하기가 어렵다.최근에는 높아지는 아파트 공급가격 역시 청약통장 무용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비규제지역 분양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기존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예금주들은 자동이체로 납입하고 있는 청약통장 활용법을 몰라 그저 묵히기도 한다. ‘장롱 면허’처럼 ‘장롱 통장’을 보유하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 다수는 “그렇더라도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주택경기나 청약제도가 늘 지금처럼 유지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해 납입을 지속하며 예치금과 가점을 쌓아가는 방향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서울 1가구 50대 가장의 ‘장롱 통장’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5년여 전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이른 바 ‘꺾기’ 영업을 당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대출 금리를 깎아준다는 말에 통장을 만들고 매달 2만원씩 납입하며 유지하고 있다.
A 씨는 앞으로 자신의 청약통장을 쓸 일이 없다고 보고 있다. 뉴스를 보면 무주택자에게만 1순위 청약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 A 씨는 1주택을 보유해 가족들과 실거주하고 있다.
실제로는 A 씨도 만약 더 좋은 동네,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갈아타기’를 하고 싶다면 민영주택 청약에 도전해볼 수 있다. 민영주택은 1주택자에게도 1순위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24개월을 넘겨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 내 아파트 청약신청도 할 수 있다.
무주택 기간(최고 32점)이 없어 청약가점이 낮지만 최근 추첨제 비중이 늘어 당첨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규제완화로 추첨제로 당첨된 1주택자에 대한 기존 주택 처분조건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자금부담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면 일시적 2가구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주택을 3년 안에 매도를 해야 하며 갖고 있던 청약통장 역시 해당 지역 내 납입금액을 채워 넣어야 한다. 서울에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청약신청을 하려면 300만원을 예치해야 한다.
각자 통장 보유한 신혼부부
올해 초 평생의 짝을 찾은 B 씨는 자신이 보유하던 청약통장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다. B 씨의 남편은 더 오래 납입한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 어차피 1개 통장을 쓰게 될 것을 중복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신혼부부들은 B 씨처럼 주택보유 문제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전에는 가족 간 청약 중복 당첨이 안 됐고 혼인 전부터 각자 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2주택이 되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적용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25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이후 같은 아파트에 대한 부부 중복청약이 가능해졌다. 중복 당첨 시 시간상 먼저 신청한 건을 인정하고 나중 것은 무효처리한다. 결혼 전 배우자가 청약에 당첨됐어도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신생아 특별공급 신청을 할 수 있다.
청약가점에도 배우자의 통장 가입기간 점수에 50%를 적용해 합산할 수 있다. 배우자 점수는 3점까지 인정되며 합산한 결과 기존 통장 가입기간 만점인 17점을 넘겨도 17점까지만 인정된다.
기획재정부는 신혼부부에게는 혼인신고 후 일시적 2주택 적용기간을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세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의결 후 시행이 가능하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세대원 자격으로 청약이 가능한 비규제지역 아파트 분양을 노리기도 한다. 비규제지역 민영주택의 경우 지역별 예치금 외에는 크게 갖춰야 할 요건이 없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는 지역 부동산 투자는 위험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분양권 웃돈을 노리고 자금계획 없이 계약했다가 소위 ‘물리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올해 취업한 사회초년생
얼마 전 첫 취업에 성공한 청년 직장인 C 씨는 월급통장을 만들러 은행에 갔다가 무심결에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 그런데 9월부터 통장에 넣는 월 납입금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높아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C 씨는 월급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인데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남는 돈을 그냥 입출금 통장에 넣어둘까 고민 중이다. 당장은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 또한 어려울 것 같다.
9월부터 청약통장의 월 인정 납입금액이 25만원으로 높아지는 것은 맞다. 이는 국민주택 청약에 한해 인정되는 부분이다. 민영주택 청약을 위해서는 청약 전 지역별 납입금액까지만 맞춰서 넣어두면 된다. 물론 혹시 3기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 신청할 경우에 대비해 매월 25만원을 자동이체하면 좋다.
또 청약통장은 급전이 필요한 예금주에게 담보가 될 수 있다. 청약통장 담보로 신용대출을 받으면 예치된 금액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확실한 담보가 있으므로 금리는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보다 낮다. 청약통장 담보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도 있으니 활용도가 높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아파트 청약 경쟁은 지금 같은 활황기에만 주목을 받을 뿐”이라며 “경쟁률이 낮아지는 침체기에는 젊은층도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가 충분하므로 일단은 가점을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통장을 유지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최근에는 경기도권 분양가격이 높게 나와 1순위 기타지역까지 당첨될 수 있었는데 인근 시세가 올라 웃돈이 붙기도 했다”며 “서울 실거주 외에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내 아이 청약통장 만들어 줄까
주부 D 씨는 초등학교 학생인 딸에게 청약통장을 만들어주어야 할지 고민이다. 주변에 친한 엄마들에게 물으니 각자 말이 다르다. 한 엄마는 어릴 때 청약통장에 가입한 것은 인정이 안 된다고 말한다. 다른 엄마는 일단 가입해 놓으면 좋다고 추천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두 사람 말이 모두 맞다. 1살짜리 아기 때부터 청약통장 납입 기간이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미성년자 납입 기간이 2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즉 청약통장 가입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나이가 만 17세에서 만 14세로 중학생 연령까지 낮아진 것이다. 다만 청약신청은 19세부터 가능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요즘 부모님이 아이에게 저축 습관을 들이기 위해 통장을 개설해주는 사례가 많은데 단순한 입출금 통장이나 적금보다는 더 활용도가 높은 청약통장에 가입시키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나이가 젊은 청년이라도 청약신청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준비해 놓으면 분양 경쟁률이 높지 않은 시기에 당첨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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