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고환율에 한국 수출 제조업 위기직면
중소기업은 미국 진출·판로 다양화 가능하도록 경쟁력 키워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트럼프 2기 정부가 곧 시작된다. 전 세계가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 2.0 시대의 주요 변화는 먼저 보호무역의 강화이다. 이를 위한 관세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관세 인상은 한국과 같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엔 그 타격이 클 것이다. 그리고 리쇼어링(Reshoring)을 강조하며, 미국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투자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커지면서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강한 미국 만들기’ 정책 예고로 이미 달러 강세가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서며 다시 고환율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당선과 관계없이도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다. 올 경제성장률이 약 2.4%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수출은 호조를 보였으나 내수경기가 좋지 않아서 경제성장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으로 수출까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2%(KDI 전망치)로 하향 조정되었고, 내년 전망치도 2%(KDI 전망치)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이 내년부터 본격화한다면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제조업은 저성장하는 상태에서 일자리도 감소하는 중인데, 미국이 대미 수출 관세를 인상하고 미국 내에서의 제품생산을 요구하게 되면 국내 제조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도 하락하고 물가 인상 압력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서 우려가 크다.

한국 수출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 K-stat을 보면 지난 10월 수출액은 575억2000만 달러이며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104억 달러), 중국(122억 달러) 규모가 각각 18.1%, 21.2%를 차지하며 39.3% 비중을 나타냈다. 품목으로 보면 반도체(125억4000만 달러)와 자동차 관련(자동차 62억 달러, 자동차부품 18억8000만 달러) 수출 비중이 각각 21.8%, 14%로 전체 수출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보면 트럼프노믹스 2.0이 주는 영향을 한국 경제가 얼마나 크게 받을 수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노믹스 2.0 시대와 함께 중소기업이 받는 영향도 클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 다수는 수출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만약 대기업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미국 내 투자를 증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판로에 있어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미·중 틈바구니에서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럼 트럼프노믹스 2.0 파고에 한국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대기업의 미국 투자에 동반진출을 함으로써 현지 생산에 참여토록 할 수 있다. 대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에 협력업체들이 함께 참여하려면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며 글로벌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기업문화도 바꾸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 이외의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중소기업 자체적으로는 역부족이기에 코트라(KOTRA)를 통한 정부의 시장 개척 지원이 필요하다.

그 무엇보다도 기술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갖춘다면 미국이 아무리 보호무역을 강화한다고 해도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는 수출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트럼프노믹스 2.0으로 미국 경제가 좋아지거나 아니면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수입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상품의 대미 수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대비해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