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회복 안 되면 장기 침체 가능성 높아져
여야정 협의체 통해 경제리스크 적극 대응해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정 대혼란이 경제 리스크를 높이며 향후 한국 경제의 추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정 불안정으로 환율은 크게 뛰었고 주가도 출렁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3중고가 시작되며 1200원 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년 상승 추세를 보이던 중에 이번 비상사태로 1400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전부터 하향 조정 중에 있었던 경제성장 전망치도 이번 사태로 더욱 하락하고 있다. 주요 은행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을 1.9~2.0%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경제성장을 1.5~1.7%로 더 낮게 전망하는 실정이다.

올 한 해만 보더라도 수출은 호조를 보이며 역대급 성장을 보였으나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즉 수출 온기가 내수경기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 지금의 정국 불안정이 장기화된다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내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가 실제로 강도 높게 전개된다면 내년 경제는 지금의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는 것이다.

군사정부 이후에 한국 경제는 몇 번의 정치 리스크를 맞이하면서 경제가 휘청였던 사례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국과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의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시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의 주요한 정치적 상황에 의해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경우들이다. 우리 경제는 과거 그러한 국정 불안정기로 인해 3~6개월 정도의 내수경기 후퇴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대치 정국에서 경제가 받은 타격은 시기나 정도로 볼 때 한국 경제를 후퇴시킬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대외 여건은 지금보다 좋았고 경제성장도 지금보다 높은 상태였다.

2016년 하반기에 터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내수경기가 하락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며 경제가 회복세를 보였었다. 이 당시에는 2016년 시작된 반도체 사이클 상승세로 인해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와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기의 공통점은 각각 트럼프 1기와 2기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앞둔 상황에서 국정 불안정으로 인해 국가적 대처가 어려운 공통점이 있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 국정 불안정 사태 때보다 훨씬 좋지 못하다. 올해 수출 성적은 좋았지만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둔화세를 보였고 내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환율도 1400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금리도 오랫동안 3.5%에서 올 하반기에 그나마 조금 내려 3.0% 수준이다.

이제 지금의 국정 불안을 얼마나 빠르게 안정시키는지에 따라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갈지, 아니면 회복 국면으로 바뀔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민생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던 여야 그리고 정부 모두 지금의 불안정이 길어지면 민생경제의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빠르게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더 추락하지 않도록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여야정 경제협의체를 구성하고 적어도 경제에 있어서는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