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결여돼 자본시장의 원칙을 훼손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25일 논평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과 이사회에 "자본시장의 생명은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이라면서 "굳이 현시점에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화를 가져오는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이같이 밝혔다.

포럼은 지난 10월 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보잉의 35조원(243억달러) 유상증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비교하며 비판했다.
당시 시총 160조원의 보잉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증자 규모가 예상보다 2배 컸지만, 발행 당일 주가는 3% 하락에 그쳤고 이후 주가는 20% 이상 상승했다.

포럼은 "보잉은 자금 부족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대규모 자본조달의 필요성을 투자자들에게 사전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며 "대부분 투자자는 기존 주주지분이 대규모 희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잉의 입장을 이해하고 증자를 지지했다"고 짚었다.

포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보잉, 두 회사 증자의 차이는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최고경영자(CEO) 포함 최고경영진의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가 현 자본구조와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본배치 관련 활발한 토론을 했는지, 4년 동안 3조∼4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유상증자는 불필요한 것 아닌지, 1조 3000억원 규모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승인 한 달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일반주주 피해를 고려했는지 등을 물었다.

포럼은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 오는 데 1조3000억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회사 여유 자금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는 데 쓰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주주에서 받고자 하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