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힙하고 갤럭시 아재폰’ 공식 깨져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다음 스마트폰 선택 시 ‘갤럭시’ 고르겠다 답해
‘아이폰은 힙한 반면 갤럭시=아재폰이다’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2030세대 17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교체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갤럭시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다. 노트북도 애플의 위력이 약해졌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노트북은 LG 그램을 사고 싶다고 답했다. 2위는 삼성이었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서 ‘삼성’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응답자의 59.1%가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갤럭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애플 아이폰은 40.7%로 2위에 그쳤다. 기타 응답(0.3%)에는 “갤럭시와 애플 중 품질 좋은 제품으로 선택”, “가격 비교 후 구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의 70.6%가 갤럭시를 선택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여성은 애플 51.0%로 갤럭시(48.8%)보다 다소 앞섰지만 두 브랜드 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에 가깝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갤럭시는 최근 낡은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우선 삼성전자의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있다. 삼성전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장면을 활용한 ‘갤럭시Z 폴드7’, ‘갤럭시Z 플립7’ 광고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작품 속 주요 장면으로 제품 특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연출이 돋보였다. 눈이 3개 달린 케데헌 캐릭터 ‘까치 서씨’를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디자인과 연결한 연출도 화제를 모았다.
갤럭시 S25 시리즈의 꾸준한 인기와 지난 7월 출시된 폴더블 시리즈(Z플립·Z폴드)의 흥행도 이미지 변화에 한몫했다. 초슬림 디자인, 광각 카메라, AI 기반 이미지 편집 기능 등은 디자인을 중시하고 사진·SNS 활용도가 높은 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판매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2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84%를 기록했다. 역대 2분기 기준 최고치다. 반면 애플은 16%로 떨어지며 지난해 4분기 점유율(39%) 대비 크게 감소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18~29세 아이폰 사용자는 지난해 대비 4%p 줄었고 갤럭시 사용자는 6%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 부문에서는 LG가 애플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39%가 LG 그램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갤럭시북(34.3%), 맥북(26.8%)이 뒤를 이었다.
노트북 시장의 전체 점유율은 삼성(37%)이 여전히 1위지만 온라인에서는 LG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 조사에 따르면 LG전자 노트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삼성은 온라인 채널 판매 부진으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전자기기 선택의 기준이 브랜드 충성도보다 기기별로 선호에 따라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브랜드의 호환 생태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은 삼성, 노트북은 LG 등 상황과 필요에 따라 브랜드를 달리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이 드러났다. 이는 2030세대는 특정 브랜드에 올인하기보다 기능 및 활용도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실용주의적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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