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랜드 160% 뛸 때 루이비통 0.8% 하락
경공업→중공업→첨단기술 정복한 중국
창의력·문화 영역 소프트파워까지 넘봐
내수경제 침체 '이중경제'는 숙제
라오푸골드 주가는 올해 들어 160% 뛰었다. 반면 LVMH 주가는 같은 기간 0.8% 하락했다. 젊은 세대가 온라인으로 쇼핑하면서 라오푸골드 매출은 급격하게 뛰었다. 지난해 12개월 동안 티몰에서 라오푸골드가 올린 매출은 프랑스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의 10배가 넘는다. 아르노 회장이 ‘송몬트’ 가방 두 개를 구매하며 ‘중국 브랜드 공부’에 나선 이유다.
자본력과 기술력, 인재가 결합된 중국식 산업 발전 모델이 트렌드 최전선인 패션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경공업→중공업→첨단기술을 한 단계씩 정복한 중국의 파워가 이제는 창의력과 문화의 영역인 소프트파워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뛰어든 ‘라부부’ 열풍 역시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준다. 아시아는 물론 서양에서까지 라부부를 사지 못해 안달이었다. 미국에서는 라부부 신제품 출시 당일 새벽 1시부터 대기줄 행렬이 이어졌고 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 쇼핑몰에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경찰까지 출동했다.
미국이나 일본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캐릭터를 제품화한다면 팝마트는 자체 창작물에 가까운 독립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를 전속 고용하거나 협업하는 방식으로 매년 오리지널 IP와 컬렉션을 만들어낸다.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트렌드의 앞줄에 서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2023년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샤넬 대신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인 ‘슈슈통’을 입고 나오면서 중국 패션이 주목받았다.
제니가 슈슈통을 입자 다른 K팝 스타들도 슈슈통을 입었다. 한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상하이 슈슈통 매장에 방문해 옷을 착용하고 찍은 사진이 유행처럼 업로드됐다.
원피스 한 벌에 100만원꼴이지만 슈슈통만의 귀여운 디자인이 마치 ‘미우미우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인기를 끌었다. 또 다른 중국 브랜드 ‘마크 공’도 K팝 스타들의 선택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마크 공은 2019년 21세의 나이로 뉴욕 패션위크에 데뷔하며 ‘최연소 뉴욕 패션위크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의 ‘프리미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와 로보틱스, 우주 등 하이테크 시장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 기술 ‘전면전’을 치를 정도로 성장했다. AI , 양자컴퓨팅 기술은 매년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미국의 견제로 기술 인프라 수입이 막히자 오히려 중국 내에서 산업이 자립한 결과다. 중국은 AI 반도체, 클라우드는 물론 OS 개발에도 성공하며 AI 기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여기에 막대한 정부 지원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인재가 몰린 학계의 발전에 힘입어 생태계가 한꺼번에 성장했다.
자동차는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기술 경쟁력 역시 탄탄하다. 가전제품, TV 등 안방 공습은 이미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중경제는 중국의 약점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된 1차 차이나 쇼크가 저렴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 위주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점령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이나 쇼크가 진행 중인 것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는 이미 중국이 기술력으로 한국을 한참 따돌렸다. 현재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달 뒷면에 통신망을 구축한 나라도 중국밖에 없다. 미국 항공우주업계를 대표하는 상업용우주비행연맹(CSF)은 최근 향후 5~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나아가 2035년까지 자율형 원자로를 갖춘 완전 가동 달 기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이는 중국이 달 자원에 대한 잠재적 소유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요국들의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두를 달리는 기술력과 반대로 실물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4년 동안 침체기였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인데 반대로 증시에는 돈이 몰렸다. 중국 기업들은 내수 부진과 과잉 생산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 상장사의 약 4분의 1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투자 지표들이 줄줄이 꺾이는 데다 불안한 경기 전망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있다. 중국 실물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중국 국채금리가 일본 국채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다.
쓰키오카 나오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중국의 내수 부진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첨단 산업 부문의 화려한 약진, 그 이면에 내수 부진과 높은 실업률, 중국은 전형적인 이중경제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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