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내년 DDR5 마진이 HBM3E를 추월하며 수익성이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서버 수요의 견조한 성장과 함께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범용(구형) 메모리 품귀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의 내년 실적 역시 범용 메모리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범용 메모리는 영업이익률이 7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9% 증가한 156조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고 전망한다. AI가 수요 구조를 바꾸면서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던 시대는 저물고 AI 인프라 투자로 인한 구조적 수요가 장기 호황을 이끄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는 평가다.
HBM을 개발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앞으로 HBM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물량이 완판됐고 2027년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은 공정이 복잡해 단기간 증설이 어렵고 글로벌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모두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HBM 비중이 높아질수록 범용 D램 생산 여력이 줄어들며 범용 D램 가격도 급격하게 뛰었다.
D램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급과잉이던 낸드플래시 역시 구형마저 못 구해 안달이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그동안 저렴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빠른 연산이 가능한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데이터를 나눠 저장해왔다. 하지만 HDD 기업들이 최근 SSD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HDD 공급 부족 현상과 SSD 가격 급등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HDD 감산 여파로 고용량 SSD 주문이 급증하면서 올 4분기 낸드 가격이 평균 5~1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2위 D램 모듈 기업인 대만 에이데이타(ADATA)의 천리바이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D램, 낸드플래시, HDD까지 4대 주요 메모리 제품이 동시에 부족한 건 30년 업력 사상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HBM 수요처가 늘어난 것도 한국 기업에는 호재다. 구글이 AI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를 개발하면서 엔비디아 GPU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구글의 TCU뿐만 아니라 빅테크가 주문형반도체를 확대하면서 ‘AI 반도체 자립’에 나설 경우 HBM을 공급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의 공급자 우위 시장은 더욱 공고화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격협상 측면에서도 고객사를 다양화하는 것이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
김 센터장은 “DDR5와 HBM3E의 가격 차이가 2025년 상반기 약 5배 수준에서 2026년 하반기에는 약 2배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대규모 연산지원 모델 도입이 확대되면서 2026년 서버당 평균 D램 탑재 용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코스피를 견인하는 장면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가 D램 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파운드리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내년 82조원(전년 대비 108% 증가)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고부가가치 HBM 출하량 확대와 서버용 D램, 낸드 출하 증가로 영업이익이 74조원(전년 대비 72% 증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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