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한솔 등 6개 제지사, 4년간 ‘짬짜미’
공정위 3383억 과징금 폭탄...소비자만 책값 폭등 피해
2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인쇄용지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 10개월에 걸쳐 인쇄용지 전 제품의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향후 법위반 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383억 원을 부과하고 2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인쇄용지는 교과서, 단행본, 잡지, 화보 등 다양한 인쇄물의 중요 원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제지사들의 가격 담합은 인쇄업체와 출판사의 제작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지사들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원가 상승 부담을 거래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가격담합을 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부당이득을 극대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6개 제지사들은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최소 60회 이상 회합을 하면서 총 7차례에 걸쳐 인쇄용지 기준가격을 인상하거나(2회) 할인율을 축소하는(5회) 방식으로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했고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합의된 대로 가격을 인상했다.
또 담합을 주도한 제지사 임직원들은 담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의사연락 과정에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근처 공중전화, 식당 전화, 타 부서 직원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연락을 취했다.
거래처에 가격 인상을 먼저 통보하는 업체에 거래처의 반발이 집중될 수 있으므로 담합 참여 회사 간의 통보 순서도 합의했으며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동전, 주사위 등을 던져 순서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과징금 부과 규모(3383억 원)는 그간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5번째로 큰 금액이며 제지업체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에는 최대 금액이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는 국내 인쇄용지 판매시장에서 은밀하게 지속돼 온 대형 제지사들에 의한 가격담합의 폐해를 시정함으로써 중동전쟁의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쇄업체, 출판업계 및 중소 유통업체 등의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교육비, 도서구입비 등 생활비 인상을 가져 오는 독과점사업자의 담합 소지를 봉쇄해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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