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도수치료 건강보험 관리급여로 전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의료비 절감 아닌 치료 공백…재검토 해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연합뉴스)
정부가 내달 1일부터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관리급여'로 전환하고 횟수와 급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영유아와 산모, 암 환자 등의 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편입한다. 관리급여는 건강보험이 일부 비용을 지원하되 과잉 이용이 우려되는 비급여 항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도수치료 수가는 회당 4만3850원 수준으로 책정되며 치료 횟수는 원칙적으로 주 2회, 연간 15회까지만 인정된다.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연간 최대 24회까지만 가능하다.

또한 도수치료를 시행하기 전에는 기본 물리치료나 일반 재활치료를 먼저 시행하도록 하는 기준도 함께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비급여 과잉진료를 줄이고 국민 의료비 부담과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획일적인 기준이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0일 임현택 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국민 의료비 절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간보험사의 손해율 관리 논리를 국민 건강정책에 반영한 것"이라며 "도수치료를 단순히 과잉진료로 규정해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영유아 선천성 근육성 사경 환자를 대표적인 우려 사례로 꼽았다.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목 근육이 짧아지거나 굳어 머리와 얼굴이 비대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질환으로 조기 재활치료가 예후를 좌우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얼굴 비대칭과 척추 변형, 목 운동 제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횟수 제한과 선행 치료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영유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 후 손목건초염을 겪는 산모와 유방암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의사회는 "출산 후 산모는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손목 사용이 불가피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고,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어깨와 가슴 근육의 기능 회복을 위해 재활치료가 중요하다"며 "이를 비용 절감 논리로 일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허리와 무릎, 어깨 통증으로 활동량이 감소한 고령층에도 근력 저하와 낙상 위험이 커져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의사회는 "성인 통증 환자와 산모, 암 환자, 영유아, 고령층은 질환과 치료 목적이 모두 다르다"며 "정부는 보험업계의 비용 절감 논리가 아니라 환자의 의학적 필요성에 맞춘 세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관리급여 시행을 앞두고 도수치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수가를 낮췄다고 하지만 실제 치료를 받을 의료기관이 줄어든다면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치료 공백"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8일 전국 물리치료사들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모여 총궐기대회에 나선 바 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가한 물리치료사들은 '현실 무시 획일적 관리급여, 환자 중심 전면 재설계', '현장을 무시한 행정은 탁상행정'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