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시장 2위 자리 흔들
H&M 실적 악화에 주가도 하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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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짧은 주기로 기획·생산·유통하는 방식)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업계 2위인 H&M 영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3위인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모회사)이 역대 최고 매출을 갱신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연내 패스트리테일링이 2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쉬인이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선 것도 주목할 변화다. 비상장인 쉬인 매출은 업계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연매출이 자라(ZARA) 운영사 인디텍스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패스트패션 시장은 중국·스페인·일본 등 3강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판 바뀌는 SPA 시장…중국·스페인·일본 등 3강 체제로
◆ H&M, 재고 관리하려다 자리 뺏길 판H&M그룹 주가가 최근 166크로나(약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대비 10.3% 하락했다. 2분기 보고서(2026년 3~5월)가 발표된 영향이다.

H&M그룹은 2분기 매출 548억2800만크로나와 영업이익 59억1300만크로나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하회한 실적이다. 시장에서 예상한 영업이익은 63억8000만크로나다. H&M그룹은 소비자 수요 부진과 이란 전쟁으로 악화한 인플레이션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상반기(2025년 12월~2026년 5월) 기준으로는 1044억3500만크로나(약 16조6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4억2500만크로나(약 1조원)다. 1년 전보다 소폭 증가했다.

다니엘 에르버 최고경영자(CEO)는 인디텍스(자라 모회사), 쉬인 등과의 경쟁에서 H&M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매출이 정체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통해 H&M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 이익 성장을 뒷받침할 브랜드 경쟁력 회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실적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재고가 줄었다는 점이다. 2분기 말 재고 수준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349억크로나를 기록했다. 최근 12개월 매출 대비 재고 비중은 16.6%에서 15.8%로 낮아졌다. 재고를 줄이면 물류창고 운영비를 줄일 수 있으며 지나친 할인 판매로 발생하는 이미지 손실도 막을 수 있다. 현금흐름도 개선된다.

H&M이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다. 에르버 CEO는 “재고 효율성이 개선된 것은 다행이나 제품 유형, 가격대, 시장 전반에 걸쳐 수요 대비 공급이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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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기업 바뀌는 패스트패션 시장이로 인해 그간 지켜온 2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빠르게 H&M 실적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4월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조824억엔, 영업이익은 1893억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9.1%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 2조552억엔, 영업이익 4007억엔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4.8%, 31.7% 늘었다.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는 이미 패스트리테일링(19조6000억원)이 H&M그룹(16조600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이미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패스트리테일링 시총은 26조3500억엔(약 252조원)이다. H&M그룹(2350억크로나, 38조원)의 6배 이상이다.

심지어 패스트리테일링은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기록적인 한 해’를 예고했다. 매출은 기존 3조8000억엔에서 3조9000억엔으로, 영업이익은 6500억엔에서 7000억엔으로 올렸다. 이 실적을 달성하게 되면 5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여기에 1위도 바뀌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이 연매출 500억달러를 넘어서며 단숨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쉬인은 2024년 매출 380억달러를 기록하며 1위인 인디텍스에 근접했으며 지난해 인디텍스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기존 패스트패션 시장 상위 기업 순위는 인디텍스·H&M·패스트리테일링·갭에서 쉬인·인디텍스·패스트리테일링·H&M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쉬인이 비상장사인 만큼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인디텍스가 1위다. 인디텍스의 시가총액은 1714억유로(303조원)다. ◆ 한국, 치열해지는 경쟁한국 시장도 바뀌고 있다. 2019년 노재팬 불매운동으로 2020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유니클로가 반등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업계 1위(매출 기준)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2024년 9월 1일~2025년 8월 31일) 매출은 1조3524억원, 영업이익은 2704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7.6%, 8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다.

반면 과거 업계 1위 탑텐의 영향력은 줄고 있다. 신성통상의 지난해(2024년 7월 1일~2025년 6월 30일) 매출은 1조4770억원, 영업이익은 745억원이다. 이 가운데 탑텐 매출은 약 9000억원 수준이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38.8% 감소했다. 신성통상의 실적은 해마다 감소세다.

3위 싸움도 치열하다. 스파오와 무신사 스탠다드(무탠다드)다. 스파오는 2024년 6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는 이보다 소폭 더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무탠다드는 지난해 45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점포를 확대하는 무탠다드가 올해 3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