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갚을' 적자성 채무…올해 1000조 문턱 넘는다
국가채무 중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올해 말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융자금이나 외화자산 등 대응 자산을 통해 상환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적자성 채무는 별도의 대응 자산이 없어 순수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나랏빚의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회계연도 결산 및 총괄 분석’에 따르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말 적자성 채무는 1025조 2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결산 기준(925조7000억원)보다 99조 4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올해 국가 채무 증가분(108조3000억 원)의 91.9%를 차지한다. 채무 성격별 증가 속도 차이도 뚜렷하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결산 기준 적자성 채무의 연평균 증가율은 11.6%로 같은 기간 금융성 채무 증가율 0.4%의 약 31배에 달한다.

적자성 채무의 대부분은 세입 부족으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한 국채가 누적돼 생긴 '일반회계 적자보전 채무'다. 이 채무는 지난해 113조7000억원 늘어 87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흑자나 세계잉여금을 통한 상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통상 양호한 빚으로 분류되던 '금융성 채무'의 내부 취약성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정부는 금융성 채무 대비 대응 자산이 100조원 이상 많아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개별 회계와 기금을 쪼개어 분석한 실상은 달랐다.

금융성 채무를 보유한 27개 회계·기금 중 고용보험기금(7조 5000억 원), 소상공인진흥기금(6조 6000억 원), 국민건강증진기금(4조 9000억 원) 등 13개 기금은 자체 대응 자산이 빚보다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금의 총 자산 부족액은 32조 원에 달한다. 자산 강제 매각 등 자체 재원으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향후 보험료 인상이나 일반 재정 투입 혹은 추가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예정처는 “전체 합계 수치가 개별 기금의 부실 위험을 은폐할 수 있다”며 “부족분을 적자성 채무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자지출은 지난해 29조4000억원에서 올해 33조6000억원, 오는 2029년에는 41조 6000억 원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정책 판단과 관계없이 법과 제도에 따라 자동으로 집행해야 할 의무지출으로 재정 경직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예정처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총액 비율 등 외형적 지표 관리에만 치중할 뿐 정작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적자성 채무에는 구체적인 관리 목표를 두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간 정부가 발표한 재정총량 관리방안 등에는 추상적인 원칙만 제시되었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미비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예정처는 세계잉여금의 의무 상환 비율을 높여 국채 원금 상환에 우선 투입하고 정부가 직접 구체적인 채무 관리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국회 검증이 가능하도록 차기 예산안 심사 시 적자성 채무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를 함께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