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사회적 책임과 신뢰 구축은 남은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그러나 시장이 더욱 주목한 것은 투자 규모보다 거래 구조였다. 창업자인 량원펑 최고경영자(CEO)가 경영권과 핵심 의사 결정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면서도 기술의 방향과 기업 철학만큼은 창업자가 책임지겠다는 선택이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제약받는 환경에서도 모델 효율성을 높이는 접근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의 고향인 광둥성의 작은 마을이 ‘AI 성지’로 불리며 많은 방문객이 찾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춘제 기간에는 하루 1만 명 안팎이 방문했으며 마을은 그의 성장 과정과 혁신 정신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가 주목하는 AI 기업의 CEO임에도 량원펑은 자신을 스타 경영자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ppearance
존재감 대신 신뢰를 선택하다
량원펑의 스타일은 화려함보다 절제, 권위보다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회색 정장에 흰 셔츠, 같은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일반적으로 회색은 차분함과 객관성, 합리성을 연상시키는 색채다.
국가 최고위 정책 논의에 참석하는 자리에서 넥타이 또한 단색으로 통일해 자신의 존재보다 회의의 내용에 시선이 머물도록 했다. 이는 ‘내가 중심이 아니라 기술과 논의가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선택으로 읽힌다.
중국에서 기조연설 할 때는 네이비 계열 슈트에 화이트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블루 계열은 신뢰와 안정감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색채다.
여기에 넥타이를 생략한 스타일은 권위적인 CEO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연구자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형식은 유지하되 권위는 덜어낸 이 스타일은 세계적인 AI 기업들이 추구하는 수평적 혁신 문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헤어스타일 역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고 검은 뿔테 안경은 전형적인 공학자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는 연구와 개발 현장에 익숙한 기술자의 정체성을 더욱 부각한다. 그의 스타일은 자신의 존재보다 기술을 앞세우는 ‘저가시성 리더십’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해석된다.
흔들리지 않는 창업자의 중심
량원펑의 행동은 그의 외형만큼이나 절제돼 있다. 많은 글로벌 테크 기업 CEO가 대중 앞에서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기업의 얼굴 역할을 자처하는 것과 달리 그는 자신보다 기술과 조직을 전면에 내세운다.
딥시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전까지 그는 공개 인터뷰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이는 단순히 개인 성향 때문이라기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창업자의 스타성보다 기술력에서 찾겠다는 리더십으로 해석된다.
딥시크는 창업자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구조로 외부 자금을 유치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를 받을수록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그는 기술의 독립성과 경영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기적인 기업가치보다 장기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우선하는 창업자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으로 읽힌다.
국가 행사에서도 그의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리창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좌담회에서 그는 과도한 제스처나 감정 표현보다 차분하게 경청하고 필요한 순간에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논의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는 연구자 출신 리더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침묵과 메시지 사이
량원펑은 기술 자체를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의 이름보다 딥시크의 V3와 R1 모델이 먼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의 행보는 ‘기술이 최고의 메시지’라는 전략으로 읽힌다. 공식 석상에서의 화법도 차분하다.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보다 논리와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을 선호하며 과장된 수사보다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한다.
반면 절제된 소통은 한계도 있다. 세계적인 AI 기업의 CEO는 뛰어난 기술자일 뿐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책임을 설명해야 하는 공적 리더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동안 공식 사진이 많지 않았던 탓에 일부 해외 언론에서 동명이인의 사진이 잘못 사용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침묵은 신비감을 만들지만 정보가 부족한 공간은 오해와 추측으로 채워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력만큼이나 투명한 소통과 명확한 메시지 관리가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글로벌 신뢰를 완성해야 할 시간
량원펑은 AI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리더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화려한 카리스마보다 전문성, 과시보다 절제, 스타성보다 신뢰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리더십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는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딥시크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은 뛰어난 기술력뿐 아니라 그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연구자로서의 신뢰를 넘어 글로벌 리더로서의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AI 윤리와 안전, 국제 협력, 기술 거버넌스와 같은 글로벌 의제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비전과 책임 있는 메시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그는 딥시크의 창업자를 넘어 AI 시대를 대표하는 신뢰받는 글로벌 AI 리더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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