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파라미터급 초거대 모델 잇따라 공개
글로벌 AI 경쟁 격화
효율보다 ‘더 큰 모델’ 전략 부각
HBM·DRA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대 전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이하 AI) 기업들이 초거대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AI 개발 비용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더 큰 규모의 모델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DRAM)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딥시크(DeepSeek), 알리바바(Qwen), 바이두(ERNIE) 등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오픈웨이트 모델을 연이어 공개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웨이트는 모델의 핵심 자산인 가중치까지 공개해 누구나 다운로드와 파인튜닝,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AI 모델을 의미한다.

최근 공개된 문샷 AI의 ‘키미 K3’는 896개 전문가 중 토큰당 16개만 활성화하는 혼합 전문가(Mixture of Experts, MoE) 기반의 2.8조 파라미터 모델이다.

100만 토큰 컨텍스트와 이미지·영상 입력을 함께 처리하는 네이티브 비전을 지원한다. 이어 알리바바도 2.4조 파라미터 규모의 멀티모달 모델 ‘Qwen3.8-Max’를 공개하며 초거대 모델 경쟁에 뛰어들었다.

IBK투자증권은 이번 중국 AI 충격이 2025년 초 딥시크 R1 공개 당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당시 딥시크는 AI를 더 싸게 만드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공개되는 중국 모델들은 효율 개선과 함께 ‘더 큰 모델’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조 파라미터급 모델은 전체 파라미터를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에 상주시켜야 하는 만큼 메모리 인프라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100만 토큰에 달하는 장문의 맥락을 처리할 때 생기는 ‘키-밸류(KV) 캐시’ 데이터까지 쌓이면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알고리즘 효율 향상 효과보다 초거대 모델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빅테크 역시 AI 추론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이하 TPU), 아마존(Trainium), 메타(MTIA), 마이크로소프트(MAIA) 등은 AI 전용 칩을 자체 설계해 외부 GPU 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캐시 재사용과 양자화, 분산 추론 등으로 토큰당 처리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구글은 2028년 배치를 목표로 신규 칩 ‘Frozen v2’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TPU 대비 전력당 토큰 처리량을 6~10배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맞춰 2028년까지 TPU 생산량도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형 TPU 역시 대규모 HBM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전력 효율 향상이 전체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은 “토큰 단가 하락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AI 수요 확대의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다시 AI 인프라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는 자기 강화 루프를 만들면서 AI 캐즘 기간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