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개발 이후 엑스선은 소형화, 이동성에 한계
탄소나노튜브(CNT) '냉음극 전계방출' 기술 개발
나우시스템즈 등 국내 기업 ETRI 원천기술로 도약
하지만 엑스선은 움직일 수 없는 거대 장비였다. 환자가 두꺼운 납문이 달린 지하 검사실을 찾아야 했던 이유다. 1913년 개발된 쿨리지관 이래 지난 100여 년간 엑스선은 뜨겁게 달군 필라멘트에서 전자를 튀겨내는 ‘열음극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력 에너지의 98% 이상이 열로 버려져 거대한 방열장치가 필수적이었고, 빠른 온·오프 제어가 불가능해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과 영상 흔들림이 동반됐다.
탄소나노튜브(CNT) 디지털 엑스선이 게임체인저
이러한 아날로그 엑스선 광원에 혁명이 일어났다. 바로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냉음극 전계방출’ 기술이다.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가느다란 CNT 끝단에 전압을 가하면 2000℃의 고열 없이도 상온에서 전자가 즉각 튀어나온다.
과거 커다란 사진관 카메라가 35mm 휴대용 카메라로 바뀌면서 세상의 모든 사물이 피사체가 되었듯, CNT 엑스선의 등장으로 엑스선 역시 '검사실 밖'으로 외출을 시작했다.
2030년 75조 원 시장… 반도체·배터리·응급의료 지형도 바꾼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엑스선 검사 장비 시장은 매년 13%씩 성장해 2030년 약 500억달러(약 7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은 연평균 65%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의 6.4%(약 4조7850억 원)를 점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NT 기술은 실생활과 산업 지형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우선 응급 의료 분야는 구급차 내 초소형 CNT 엑스선으로 현장 촬영 후 5G로 응급실에 전송이 가능하다. 환자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재 발생 규명에 어려움을 겪는 전기차 배터리도 초고속 온·오프 제어로 컨베이어 벨트 위 배터리를 멈추지 않고 3D 입체 스캔해 화재 원인을 100% 전수 조사가 가능하다.
산업측면에서는 반도체 및 식품 분야에서 초고해상도 광원과 AI를 결합해 미세 플라스틱이나 반도체 패키징 내부의 초미세 결함까지 완벽하게 선별할 수 있다.
나우시스템즈 등 한국 기업 실리적 맞춤 전략
미국 UNC, 징레이 등과 일본 하마마츠, 캐논 등이 원천 기술과 소재·부품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도 독자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응용 속도로 틈새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세계적 수준의 완전히 밀폐된 '고정형 아노드 기반 CNT 디지털 엑스선원'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국내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빠른 상용화에 성공하고 있어서다.
나우시스템즈는 ETRI로부터 원천기술 실시권을 확보하고, 신사업 진출 선언 이후 2년 남짓 짧은 기간 내에 식품 검사용 디지털 엑스선 튜브(NDX-F100)와 휴대 영상검사용 디지털 엑스선 튜브(NDX-P1500)를 상용화했다. 산업용 인라인 검사와 휴대형 의료검진용 튜브를 동시에 상용화한 것은 세계 최초다.
여기에 고밀도 CNT 전계방출원에 대한 독자적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디지털 엑스선의 응용 영역 확대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나우시스템즈는 식음료 산업, 배터리,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식품 검사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식품검사용 엑스선 장비 개발에서 최근 시장의 뜨거운 화두이자 높은 기술적 안정성을 요구하는 ‘전기차 배터리 비파괴 검사(NDT)’ 분야로도 도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나우시스템즈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증명했듯, 고객 요구에 맞춘 정밀한 응용력과 신속한 설계를 무기로 글로벌 K-디지털 엑스선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치과 의료기기 기업 바텍(Vatech)도 치과 영상검진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2016년 ETRI 기술이 적용된 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튜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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