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8일(현지시간) 해외에서 생산된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첨단 이동형 로봇 등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장비 목록에 포함하고 신규 수입과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와 통신 기능을 갖춘 첨단 로봇이 악용될 소지가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미국 주요 기반 시설을 위협하거나 사이버 보안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양광 패널이나 배터리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는 인버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인터넷에 연결된 인버터가 해킹될 경우 악성코드 유포나 전력망 교란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규제 이유로 들었다.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글로벌 휴머노이드 및 전력 인버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 유니트리를 비롯해 화웨이, 선그로 등 주요 인버터 제조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FCC가 중국 기술 제품에 대한 수입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21년 화웨이를 미국 통신망에서 배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외국산 드론, 올해 3월 중국산 라우터를 규제 대상에 올렸다.
FCC는 국가안보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조건부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의 대체 공급자로 검토될 여지가 커졌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연구 조직을 강화하며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연 3만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생산을 추진 중이며 HL만도 역시 미국 현지에서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로봇 관련 조직을 확대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로봇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29일 엔젤로보틱스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티엑스알로보틱스, 나우로보틱스, 아이로보틱스, 에브리봇 등 주요 로봇 관련 종목들이 장중 10~2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로봇 계열사를 보유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도 동반 상승했다.
그동안 국내 로봇 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강력한 가격 경쟁력과 대량 생산 능력에 밀려 글로벌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로봇의 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기술적 신뢰성과 보안성을 갖춘 한국산 로봇 제품이 유력한 대체 공급망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산의 공백을 실질적 수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확보는 물론 현지 생산 체계 구축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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