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우리가 사는 경험 세계에서는 사물이 고유한 속성을 스스로 지닌 실체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사물의 속성이 다른 존재와의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발현된다"며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 원리, 중첩, 얽힘을 소개했다. 특히 얽힘에 대해 "개별 입자에는 없는 성질이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시간은 발생한 사건들의 순서일 뿐"이라며 "물질도 시간도 공간도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통해 구성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점이 불교의 연기설과 공(空) 사상, 주역의 대대(待對) 관계, 원효의 화쟁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AI 시대에 관계가 갖는 중요성을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특히 AI와 인간의 관계를 도구적 관점을 넘어 실존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왔다며 'AI는 인간의 실존에 영향을 미치는 동반적 관계'로 정리했다. 이어 철학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휴머니즘을 재규정하고 인간의 인식적 주체성, 사회적 관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형우 마이다스그룹 회장은 "20년 간 철학과 심리학, 신경과학, 생물학, 복잡계과학, 양자역학, 우주론을 거치며 세상과 인간의 본질적 원리를 찾아온 끝에 얻은 결론이 EGM"이라며 "물질과 생명, 인간과 사회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기반 원리"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 사회, 국가가 고통과 갈등이 생길 때 불균형한 에너지를 줄이는 과정을 효과·효율적으로 다루어 질서를 만들어가는 자연의 흐름"이라 소개했다.
최 대표는 "AI가 지식과 이성을 대신할수록,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더 많아진다"며 "생각산책은 답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의 합리적인 관(觀)이 서도록 돕는 자리"라고 말했다. 또 "고통이 철학의 바탕인 만큼 고민이 많을수록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질문하며, 더 깊이 철학해 보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며 생각산책을 마무리했다.
생각산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사람과 사회의 정체성에 관한 본질적 통찰과 지혜를 공유하는 마이다스그룹 자인연구소의 지혜 나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19년부터 총 30회 진행된 시즌1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시즌2를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생각산책을 주관하는 자인연구소는 세상, 생명, 인간의 본질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사람, 기업,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인본사상'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마이다스그룹 계열 연구소다.
김혜인 기자 hyein5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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