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서 AI 대전환과 민생 현안 해결을 강조했던 그는 최근에도 국토대전환 범정부 추진협의회에서 ‘실행과 속도’를 주문하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익숙한 틀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CEO 출신 총리의 색깔이 조금씩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총리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냈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쳐 지난 7월 제50대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기업 경영자에서 장관으로, 다시 국정을 조율하는 총리로 역할이 커졌다. 그렇다면 그의 외적 표현과 행동, 말은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을까.
Appearance
절제된 옷차림, 전문성을 앞세우다
한 총리의 옷차림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것은 ‘절제’다. 공식 회의나 현장 일정에서 주로 재킷과 팬츠를 기본으로 한 단정한 비즈니스 스타일을 선택한다. 색상 역시 네이비, 블랙, 그레이, 베이지 등 안정적인 계열이 중심이다. 전체적인 균형과 실용성을 중시한다. 이는 CEO 시절부터 이어져 온 특징이기도 하다.
옷이 사람보다 먼저 보이기보다는 업무와 메시지에 시선이 머물게 하는 방식이다. 여성성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의도적으로 감추기보다 전문성과 역할을 앞세운다. 이러한 절제는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장점이 있다.
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눈에 띄는 옷차림이나 특정한 시각적 시그니처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역할과 상황에 맞는 일관된 외적 표현이 신뢰를 쌓는 데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국가 행사나 국제무대처럼 상징성이 큰 자리에서는 색상과 소재, 전체적인 스타일의 격을 조금씩 조절해 그 자리의 의미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필요도 있다.
지금의 단정함과 실용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게 표현의 강약을 조절한다면 한 총리 특유의 절제된 리더십도 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
회의실보다 현장에서 드러나는 리더십
행동에서는 ‘현장형’이라는 특징이 비교적 선명하다. 취임 이후 AI와 미래전략뿐 아니라 주택 공급, 중소기업, 지역 균형발전 등 구체적인 현안을 직접 챙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서울 지역 21개 구청장과 만나 주택 공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행보에서는 현안을 직접 확인하고 관계자들과 해법을 모색하려는 실무형 접근이 엿보인다. 문제를 크게 선언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방식이다.
과장된 제스처나 감정 표현보다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다만 현장을 찾는 것만으로 리더십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를 확인했고 그 목소리가 정책과 실행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까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성과가 리더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라면 공적 리더에게는 그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국민의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따라서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가 어떤 판단으로 이어지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경청과 판단, 실행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현장 행보는 단순한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짧고 실용적인 언어, 여기에 필요한 한 가지
취임 당시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에까지 스며들게 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정책이 어디까지 도달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편이다.
AI 대전환, 민생경제, 실행과 속도 등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서도 목표와 실행을 중시하는 성향이 읽힌다. 이러한 언어는 명료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복잡한 정책을 다루는 리더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숫자와 정책, 실행계획뿐 아니라 ‘왜 지금 이 일을 해야 하는가’, ‘그 변화가 국민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함께 설명할 때 정책의 의미는 보다 분명해진다. 다만 공적 리더의 말은 단순히 기억에 남는 문장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정책과 국민의 일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한 총리의 실용적이고 명료한 화법에 이러한 설명과 공감이 더해진다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총리에게는 흔치 않은 이력이 있다. 인터넷 산업의 성장기를 경험한 기업인이고 대형 플랫폼 기업을 이끈 CEO였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가 됐다. 기업과 정부, 혁신과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것은 분명한 자산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한 총리의 리더십을 압축하면 ‘절제된 외적 표현, 현장 중심의 행동, 실용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세 요소가 비교적 일관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명함이다.
총리를 떠올렸을 때 국민에게 어떤 장면과 어떤 문장이 남을 것인가. 리더의 정체성은 직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행동과 언어가 쌓이고 그것이 하나의 의미로 기억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기업과 공공 영역 모두 성과와 신뢰, 소통은 리더십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다만 국가 리더에게는 정책의 성과뿐 아니라 그 변화의 이유와 과정이 국민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시키고 체감하게 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한 총리가 기업 현장에서 축적한 실행력에 공적 리더로서의 상징성과 공감의 언어를 더해 자신만의 리더십을 얼마나 선명하게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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