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질문’하던 기업들, 이제 ‘일’을 맡긴다
챗GPT 엔터프라이즈 이용 규모 28배 증가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오피스 공식 출범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한국 사업 성과와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경비즈니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오피스 공식 출범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한국 사업 성과와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경비즈니스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법이 바뀌고 있다. 회의록을 정리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법무·재무·영업 등 실제 업무에 AI를 투입하고, 조직 전체가 같은 AI를 업무 기반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서 조직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프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오픈AI의 한국 사업이 출범 1년을 맞으면서 이런 변화가 수치로도 나타났다. 국내 기업·기관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이용 규모는 지난 1년간 사용자 수 기준 약 28배 증가했다. 특히 조사·분석과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개발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챗GPT 워크와 코덱스 이용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14배 늘었다. 코덱스는 개발자의 코드 작성·수정·검토를 돕는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오픈AI의 한국 오피스 공식 출범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 한국 기업들이 AI에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훨씬 구체화됐다”며 “AI가 실제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고 기존 시스템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시에 기업이 요구하는 보안과 통제 수준을 충족할 때 도입 속도와 활용 범위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챗GPT와 코덱스가 실제 업무를 비용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높은 성능을 보여주면서 기업의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넓어진 AI 활용 범위

지난 1년간 한국 기업의 AI 활용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활용의 ‘범위’와 ‘깊이’가 동시에 커졌다는 점이다. 법무, 영업, 재무, 마케팅, 운영 등 더 많은 직군이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조사와 분석부터 결과물 작성,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 자동화까지 하나의 업무 흐름 안에서 AI가 맡는 역할도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삼성전자와 서울대학교처럼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AI 활용 기반을 확대한 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특정 직군이나 소규모 실험을 넘어, 조직이 함께 활용하는 공통 업무 기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기업이 AI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정교해지고 있다. AI가 실제로 중요한 업무를 완수하는지, 그 결과를 사람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검토와 재작업까지 포함해 하나의 결과를 만드는 전체 비용을 얼마나 낮추는지다.

오픈AI는 다음 단계로 각 산업의 핵심 업무에 AI를 더 깊이 연결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더 나은 고객 경험으로 이어가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로 더 복잡한 업무로 확장 가능

기업에서 AI가 맡는 업무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오픈AI는 지난 4일 공개한 GPT-6 아스트라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는 컴퓨터 사용과 전문 업무, 과학, 코딩,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능이 크게 향상됐으며, ARC-AGI-3에서 99.9점을 기록했다.

GPT-6 아스트라는 한층 깊어진 추론과 판단력에 컴퓨터 사용 능력을 결합해 열린 형태의 복잡한 과제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조사하고, 접근 방식을 선택한 뒤, 앱과 파일을 오가며 완성도 높은 결과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커넥터와 코드뿐 아니라 API가 없는 레거시 시스템의 화면 인터페이스까지 활용할 수 있어 기업이 기존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지 않고도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아울러 기업 수준의 보안과 명확한 통제 수단을 바탕으로 사람이 통제권과 책임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업무를 AI에 위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오픈AI 파트너 생태계는

오픈AI는 ‘오픈AI 파트너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다수의 기업들과 함께 AI의 구축과 운영, 조직 내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대형 시스템통합(SI)기업부터 클라우드·IT 운영을 지원하는 매니지드 서비스 기업, AI 스타트업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파트너들이 오픈AI의 진보된 AI 기술의 도입 확산에 함께 나서고 있다.

아마존 베드록과 같은 플랫폼을 통한 오픈AI 모델 접근도 확대되면서 기업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 환경 안에서 오픈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오픈AI 모델을 사용할 때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지원 시스템 역시 강화되고 있다. 현재 챗GPT 엔터프라이즈, 챗GPT 에듀, API 고객은 고객 콘텐츠를 한국에 저장하는 데이터 레지던시를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는 한국 내에서 모델 추론이 이뤄지는 추론 레지던시 지원을 추진 중이며,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도 오픈AI는 오픈AI 파트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의 AI 도입과 구축, 운영, 확산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특히 오픈AI의 사이버 보안을 위한 데이브레이크(Daybreak)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이브레이크 파트너도 신설할 예정이다. 향후 5개 이상의 데이브레이크 파트너를 선정해 국내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검증·대응하는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챗GPT 광고 사업 확대

챗GPT의 국내 이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주 10억 명 이상이 챗GPT를 이용하는 가운데, 오픈AI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간 활성 이용자는 올해 8월 25일 기준 전년 대비 35% 늘었다.

오픈AI는 이 같은 대규모 사용자를 기반으로 지난 6월 19일 한국에 챗GPT 광고를 도입했다. 현재 무료 및 고(Go) 요금제를 이용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AI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도 있다.

챗GPT 광고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출시 200일이 채 되지 않아 연환산 매출 규모 10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현재 수만 곳의 광고주가 이용하고 있다. 김경훈 대표는 “이 같은 속도는 어떤 광고 플랫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며 “이용자가 챗GPT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선택지를 비교하는 과정이 기업과 고객의 새로운 접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최근 전담팀을 한국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광고주와 광고대행사를 위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셀프서비스 광고 플랫폼에서 직접 광고 캠페인을 운영할 수도 있다.

챗GPT 광고는 답변과 명확하게 구분되며, 답변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광고주에게 이용자의 챗GPT 대화 내용이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광고 성과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집계 정보로 제공한다. 개인의 건강·정신건강이나 정치 등 민감한 주제의 대화에는 광고를 표시하지 않는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