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 측도 독립이사 2석을 확보했다. 감사위원 자리는 내줬지만 이사회 내 추천 이사를 7명으로 늘리면서 견제 기반을 확대했다. 이번 주총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3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과 독립이사 4명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당초 오전 10시 예정이던 주총은 중복 위임장 확인과 일부 주주의 입장 절차가 길어지면서 10시24분께 시작됐다.
최대 승부처는 감사위원 1인 분리 선출이었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됐다.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제3자 주주와 기관투자자의 표심이 변수로 떠올랐다.
주총 현장에는 한화와 LG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고려아연 지분 약 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측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표 결과 백 후보 선임안에는 출석 의결권의 81.8%인 509만2815주가 찬성했다. 박 후보 선임안에는 173만9065주가 찬성해 27.93%에 그쳤다. 두 후보의 선임안은 각각 별도 안건으로 상정됐으며 백 후보만 과반 찬성을 확보했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권고도 변수였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8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박 후보를 지지했다.
집중투표제로 진행된 독립이사 4명 선임에서는 영풍·MBK 측 후보가 득표 1·2위를 차지했다. 심혜섭 변호사와 이준봉 성균관대 교수가 선임됐고, 고려아연 측 이형규 한양대 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교수도 이사회에 진입했다. 양측이 독립이사 2석씩 나눠 가진 결과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주주가 보유 주식 1주당 선임 예정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에는 4명의 독립이사를 선임하면서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하는 방식으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은 독립이사 2명과 감사위원 1명을, 영풍·MBK 측은 독립이사 2명을 추가했다. 기존 14명이던 이사회는 19명으로 확대됐다. 양측 추천 이사는 12대7 구도로 재편됐다.
영풍·MBK 측은 주총 직후 새로 선임된 백인규 감사위원에게 독립적인 감사 역할을 요구했다. "회계·감사 및 내부통제 전문성과 독립성을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이사회에서 고려아연의 투자와 지배구조 관련 사안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일가의 선행 투자 기업에 고려아연 자금이 후속 투입된 경위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과정의 이해상충 의혹,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가격의 적정성 등을 검증 대상으로 제시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측이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이라며 반박해 왔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과반과 감사위원을 확보한 현 구도를 유지하면서 경영성과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설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영풍·MBK 측은 이사회에 진입한 7명의 추천 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투자·지배구조 관련 검증을 이어갈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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