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스테이션 인 하라주쿠' 팝업 스토어 방문객 모습
'무신사 스테이션 인 하라주쿠' 팝업 스토어 방문객 모습
국내 패션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프라인 백화점과 글로벌 브랜드 중심이던 유통 구조가 온라인 플랫폼과 독립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무신사가 신진 브랜드의 유통·자금·인프라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8조~10조 원 수준이 거론되는 가운데, 무신사의 다음 성장축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유통시장은 글로벌 브랜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독립 브랜드의 비중이 높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국내 패션 유통시장에서 토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1%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이 각각 약 5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브랜드의 시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두텁다는 의미다.

독립 브랜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의 2025년 국가별 패션 리테일 시장 자료를 보면 국내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집계됐다. 중국은 23%, 일본은 18%, 미국은 14%였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되면서 소규모 브랜드도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무신사의 성장 과정은 이 같은 시장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조만호 대표는 한정판 운동화를 팔고 대학 등록금까지 쏟아부으며 '무신사닷컴'의 서버를 유지했고, 2005년 '웹매거진'으로 사업을 전환하며 자금력이 부족한 신진 브랜드들에게 홍보 창구를 제공했다.

디아프바인, 라이풀, 크리틱 등 초기 입점 브랜드가 무신사 매거진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보했고, 이후 커버낫과 디스이즈네버댓, 마뗑킴, 글로니 등으로 이어지는 국내 인디 브랜드 시장 확대에도 온라인 플랫폼이 주요 유통 경로로 자리 잡았다.

무신사의 사업 구조도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빠르게 이동했다. 2008년 유니클로 광주 충장로점 개점 행사 등을 계기로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대했고,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했다. 2012년에는 입점 브랜드의 위탁판매 구조를 구축하면서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를 모으고 상품 판매로 연결하는 플랫폼 모델을 본격화했다.

별도 오프라인 매장 없이도 무신사를 통해 성장한 토종 디자이너 브랜드가 늘어나며 브랜드 성장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무신사에서 팬덤을 다진 스몰 브랜드들이 백화점 영스트리트 관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매장 지형까지 토종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무신사는 이후 에이전시 사업을 통해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했고, 2012년에는 입점 위탁 판매 구조로 개편했다. 2018년에는 동대문에 동대문에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개선하여 중소 브랜드들에게 촬영 스튜디오, 작업실, 패킹 존 등 인프라를 제공했으며, 현재 성수, 한남, 신당 등 5개 지점으로 확장했다.

또한, 2015년부터 신진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무이자 생산자금 선지원' 제도를 운영했으며, 누적 지원액은 10년간 4000억 원을 넘어섰다.

투자 기능도 강화했다. CVC 자회사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패션 분야의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투자해 왔으며, 현재까지 약 80개 브랜드에 누적 1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디스이즈네버댓과 커버낫, 마르디 메크르디, 락피쉬웨더웨어 등이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자체 브랜드 사업은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이라는 또 다른 축을 만들었다. 2017년 출시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기본 의류 중심의 상품군을 앞세워 유니클로·자라·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던 시장에 토종 사업자로 진입했다. 올해 매출은 7000억 원, 내년에는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신사는 2022년 '무신사 글로벌'을 출범시킨 이후 해외 판매 채널과 물류 인프라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계 C커머스(쉬인, 테무)와 글로벌 패션·명품 플랫폼이 해외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상품군을 구축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IPO 역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 측면에서 주목된다. 현재 추진 중인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8조~10조 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물류망과 마케팅 등 글로벌 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유로모니터 조사에서 나타난 국내 인디 브랜드 비중 37%라는 수치는 무신사가 조성한 토종 생태계가 해외 자본의 침투를 막아낸 결과"라며 "무신사가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펼칠 K-패션의 영토 확장 행보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hyein5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