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아, 오늘 영어하고 논술학원 있는 거 알지? 학원 갔다 오면 수학 학습지도 꼭 풀어라.”초등학교 5학년인 민성이는 매일 아침 엄마의 이런 주의를 들으며 등교한다. 영어단어 숙제와 논술학원에서 내준 책 읽기가 부담스럽고 짜증난다. 하지만 불평하기도 어렵다. 주위 친구들 역시 이런 생활을 하고 있어 학원에 가지 않으면 친구도 만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민성이를 포함해 학원에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남들이 다니니까 자기도 다녀야 하는 줄 안다. 엄마가 선택해 준 학원에 다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엄마 눈치를 보느라 집에서 편하게 게임을 할 수도 없고, TV를 보기도 힘드니 학원에 가서 친구들과 노는 게 유일한 낙이다.요즘 교육 서비스의 소비 주체는 학생이 아니라 어머니들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집 아이들은 어떤 학원에 다니고, 이번 겨울방학에는 뭘 시키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초등학교 시절에 뒤처지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말도 부모들을 겁나게 한다. 초등학교 시절엔 영어를 마스터해야 하고, 중학교부터는 수학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학원 원장들의 설명도 맞는 것 같다. 대학 입시의 핵심으로 등장한 논술 공부도 또 다른 부담이다. 아빠의 수입은 뻔한데 아이들의 학원비 부담은 날로 늘어만 간다. 그래도 올 겨울 방학엔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 수강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자녀의 부모들은 학원 원장들에게 “아이를 왜 이렇게 방치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다른 부모들보다 자녀 교육에 대해 소홀했던 것 같고 앞으론 아이 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원 원장들이 제시해 주는 방법은 다른 게 아니다. 좋은 선생이 있는 좋은 학원에 더 많이 보내야 한다는 것. 매스컴도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사교육비가 계속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면서 교육비는 많이 써야 하는 것, 교육비를 늘리면 늘릴수록 성적이 좋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하지만 사교육비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또 줄여야 한다. 사교육 시장에 천문학적인 돈이 뿌려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미래에 진짜 도움이 되는 분야로 돈이 쓰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새해에는 꼭 교육비 리모델링을 해보자.사교육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들이 냉정을 찾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무작정 학원에 많이 다닌다고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조동기 국어논술학원의 조동기 원장은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정도로만 학원에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주중에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는 주말에 학원을 다니는 것이 학습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곰TV의 교육총괄이사이자 유명 과학강사인 이범 선생은 주중에 2개 이상의 학원에 다니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내신이 중요한데 학교 공부를 하지 않고 학원 공부에 치중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면 수능과 논술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합논술도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공부 습관을 기르면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학원 수업은 중고등학생도 1주일에 2과목 정도, 초등학생은 예체능 과목을 배제한다면 1과목 정도면 적당하다는 이야기다.일례로 고등학교 1학년인 경석이는 방학 전 반에서 17등 하던 성적이 개학 후 반에서 1등, 전교 13등으로 뛰었다. 다니던 학원을 모두 끊고, 하루에 6시간씩 혼자 공부한 결과였다. 영어 수학을 각각 2시간씩, 국어와 과학을 각각 1시간씩 공부했다. 전에는 방학 때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3시간도 안 되었던 학생이었다.전교 5등권이던 지영이는 고2 겨울방학에 모험을 했다. 예전 같으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6시간은 되었는데, 학원을 모두 끊고 혼자서 하루 14시간씩 공부한 것.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이 학생들은 특별한 사례일 수도 있겠지만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학원을 줄이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성공하면 성적도 올라가고, 사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다. 스스로 정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은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해서도 성공한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학원을 줄여서 매달 20만 원을 절약한다고 했을 때 자녀가 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을 마치는 12년간 이 돈을 연 5% 이자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에 예치해 두면 약 4000만 원의 목돈이 생긴다. 또 주식 같은 고수익 자산에 운용해 10%대의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5600만 원 이상의 돈이 생긴다. 대학생이 된 자녀들이 스스로 원하는 유학이나 연수를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다.사교육비 리모델링 원칙쪾목표를 정확히 하라 목표가 없는 공부는 비효율적이다. 특목고 아니면 대학을 정하고 그에 맞는 장기 플랜부터 단기 플랜까지 세밀하게 세운다. 외고에 진학하려면 영어듣기가 아주 중요하지만 단순히 수능 공부용이라면 하루 1시간 2개월이면 충분하다. 중학교 시절 학원에서 듣기 공부를 하기보다는 대학교에 들어가 연수를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쪾부모의 욕심을 줄여라 모든 학생이 세칭 ‘SKY’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우 서울 시내의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이 고3 말까지도 서울대 의대에 가기 위해 고액 과외를 하는 경우도 있다. 3년 동안 올라가지 않은 성적이 막판 두 달에 올라가겠는가. 자녀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뿐이다.쪾학생의 자세가 바뀌면 성적이 올라간다 학원비를 많이 쓸 생각을 하기보다는 학습동기를 찾아 줄 생각을 해야 한다. 공부할 마음이 없는 학생에겐 시중의 최고 과외선생을 붙여주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 공부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에겐 학원은 놀이터일 뿐이다.쪾학교 공부 복습이 우선이다 공부의 중심은 학교다. 학교 공부를 무시하는 학생치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별로 없다. 0.1% 이내에 들어가는 최상위권 학생의 82%가 학교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다는 통계도 있다. 학교 공부를 복습할 시간을 만들어 준 후 학원 계획을 짜야 한다.쪾주중에는 2개 이하의 학원을 다녀라 학교 공부와 학원 공부를 체계적으로 복습할 수 있으려면 주중에는 2개 이상의 학원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수행평가도 잘 준비하고, 복습도 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과연 여러 학원에 다닐 수 있는가를 판단해 보라.쪾자녀가 원할 때까지 기다려라 초등학교 학부모라면 자녀가 원할 때까지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것도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조동기 원장은 억지로 보내는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최소한 자녀가 동의할 때 학원에 보내야 학원비가 아깝지 않다.쪾방학엔 집중 학습을 방학 중에는 학기 중보다 시간이 많다. 매일 한 개 정도의 학원에 가는 것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2타임씩 3과목 정도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다음 학기에 필요한 공부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쪾지나친 선행학습은 금물 학원비가 많이 들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너무 빠른 선행학습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공부하면 공부에 대한 거부감만 생긴다. 3년 후에 배울 내용이라는 것을 알면 그 때까지 학원을 여러 번 더 다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고 준비를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수학정석’을 공부하는 학생 중에 실제로 과학고에 들어가는 학생은 20%도 안 된다. 공부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속내를 부모가 알아야 한다.쪾사교육이 아니라 사교육비를 줄여라 자칫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무료동영상 사이트도 있다. 선생님들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강남교육구청의 강사들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돈이 적게 드는 사교육도 얼마든지 있다.쪾선택과 집중을 부모들은 영어 수학 국어를 꼭 동시에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초등학생이라면 ‘올해는 영어실력 점프의 해’라는 목표를 세워도 된다. 다른 과목은 문제집 등으로 현재 실력을 유지하고 목표하는 과목의 실력을 높이도록 학원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당연히 교육비는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