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interview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도시계획통’인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1가구1주택과 같은 이념적 정책을 버리고 실질수요를 바탕으로 역동적 정책을 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집값을 잡기보다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강남처럼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5년 이내 서울 강남 4구(동남권) 진입을 원하는 가구는 도심 밖 대기 수요만 85만 가구에 이릅니다.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어야 합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부동산개발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정책보다 지역별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선정한 ‘2020년 도시계획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석학이다. 그는 건설주택포럼이 개최한 ‘서울 집값 잡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1990년 이후 서울 주변 신도시 건설은 서울권의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보다 서울로 진입하려는 주택 수요를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먼저 윤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한 서울 지역 간 생활환경 수준 차이를 해소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수요를 바탕으로 강남과 같은 환경을 서울 여러 곳에 만들지 못하면 10년 이내 (강남發) 3.3㎡당 3억 원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제2, 제3의 강남’ 실질적 후보군이 있을까요.
“강남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오늘날 부의 상징이 된 강남의 모습은 1970년대 시작해서 50년 걸렸습니다. 그런데 집값에 대한 우려로 재개발·재건축이 묶여 있다 보니, 지역별 양극화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강남 후보지는 많습니다. 서울 전역이 가능합니다. 특히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고, 강남에서 20~30분 이동 가능한 염·당·흑(염창, 당산, 흑석) 지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도 좋은 후보지입니다.
오늘날 강남은 엄청난 재정과 민간의 투자가 이뤄진 결과입니다. 다른 지역도 용적률을 높이고, 스마트 기능을 넣고 경쟁력을 높여 주면 ‘제2의 강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국토교통부는 큰 틀만 제시하고, 각 구 단위로 도시계획에 대한 자율성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를테면 마포구, 영등포구, 노원구 등이 경쟁적으로 각 구의 현실에 맞는 경쟁력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실질수요 분석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전반적으로 가격 차가 해소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수도권 집값은 서울 반포가 가장 비싸고 반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격이 단계별로 낮아지는 동심원 구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서울 및 수도권을 대상으로 주택 실질수요를 조사해 본 결과 서울 동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을 5년 내 구매 희망 지역으로 꼽은 비율이 전체의 42.6%에 이르렀습니다. 연간으로는 약 17만 가구에 이릅니다. 동남권 수요만 2025년까지 5년간 총 85만2000가구입니다. 현재의 서울시 공급 정책으로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지난 8월 서울시는 2028년까지 서울시 전체에 36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실질수요 충족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고밀 개발을 통해 실질수요를 반영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실질수요를 반영하기 미흡한 정부의 ‘1가구1주택’ 정책으로는 시장의 혼란이 점점 극심해질 수 있습니다.”
1가구1주택 중심 정책의 위험성이 무엇인가요.
“현재 정부는 ‘1가구1주택’을 전제로 실수요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실질수요는 노후 대비나 결혼 등 미래 거주를 위한 수요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살 집을 준비한다고 할 때, 은퇴한 다음 날부터 찾지 안잖아요. 또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는데, 영원한 직장이 아니니까 서울에 다시 올라오기 위해 서울 집을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주택 수요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수요가 시장에는 존재합니다.
1가구1주택이라는 용어는 본래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목표였습니다. 국민 1가구당 1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용어가 1970년대 들어 세금 강화와 맞물려 개념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1974년 ‘소득세법’을 전면 개정하는데 이때 1가구2주택 이상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1가구1주택에 대한 비과세 특례가 생겨납니다. 문제는 주택 문제를 ‘도덕적’ 문제로 돌리면서 주택 문제 해결이 더욱 요원해졌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피해는 2주택 이상의 소유자가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돌아갑니다.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국 58%, 가장 낮은 서울은 42.7%입니다. 서울의 임차인이 약 60%인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일 1가구1주택 이상은 소유할 수 없다고 하면, 나머지 집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 살까요. 임대주택 공급자가 수요자보다 많아야 임대 시장이 안정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임차인은 집주인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만든 신도시는 서울 진입 대기 수요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셨습니다.
“도시 문제의 해결 방안은 크게 내부 해결 방식과 외부 해결 방식이 있습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대표적인 도시 내부의 해결 방식입니다. 도시 고층화를 이루는 대신 주거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죠. 반면, 전원도시가 외부 해결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신도시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데 서구와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서구 사회는 ‘전원에서 살래, 환경이 나빠도 도시에서 살래?’ 선택의 문제로 다가갔습니다. 반면 우리는 ‘서울 집이 부족하니까 신도시로 가라’가 출발점입니다. 신도시로 간 사람들이 ‘선택’이 아니라, 밀려 났다고 생각하니까 대기 수요가 되는 겁니다. 서울 도심에 일자리가 있고 주택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기회가 되면 도심으로 들어오려고 하죠. 더욱이 도심의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데 외곽은 정체되는 양상이니 직주근접의 욕구와 자산 증식의 욕구가 동시에 커집니다. 신도시에 사는 대부분은 기회만 주어지면 서울로 진입하겠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도시를 만들수록 서울의 대기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럼 3기 신도시는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요.
“1기와 2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의 기능을 했다면, 3기 신도시는 미래 삶의 방식을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앞당겨진 뉴노멀 시대는 2025년에는 주택 시장에서도 본격화될 것입니다. 1인 가구의 보편화, 저성장에 따른 고용 절벽, 인구 감소의 본격화 등을 고려한 복합적 토지 이용 계획과 자율주행 시대, 드론 등 미래 교통 계획도 반영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주택 공급 목표에 국한된 도시계획으로는 미래의 삶을 담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도시는 24시간 재택근무가 가능한 도시, 어떤 도시는 모든 시민이 일자리를 갖는 도시, 어떤 도시는 한 가구도 집 없는 가구가 없는 도시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서울과 경쟁력을 갖게 되며, 서울의 대기 수요가 아닌 그 도시에 살고 싶은 시민들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만일 3기 신도시도 1·2기처럼 베드타운이 되면 뉴노멀 시대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입주 당시에는 컨벤션 효과로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있겠지만, 자족 기능을 해결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가라앉을 겁니다. 일본의 외곽 신도시들이 침체를 맞은 요인과 같습니다. 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광역교통의 비용입니다. 일본의 경우 교통비를 감당하기 힘든 청년들이 다시 도심으로 유턴하면서 침체가 시작됐습니다. 또 하나는 임대주택 비율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도 임대주택을 많이 지었습니다. 임대주택은 시간이 흐를수록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그것은 임차인들의 거주 욕구를 낮추면서 악화의 길로 접어드는 요인이 됐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중심의 개발은 제3기 신도시의 미래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여의도, 목동, 상계동과 1기 신도시 등 대규모 재건축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 재건축을 하게 되면 최소 30년은 살아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식이 반영된 스마트 공간 만들기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주차장은 줄어들고, 일부 층에는 드론 주차장과 공중 이동수단의 정류장을 위한 공간을 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도로변 상가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감염병 시대에는 사람들은 차도로 다니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미래 사회를 그린다면, 아파트 건물로 둘러싸인 공원과 상가가 하나가 되는 스마트 몰 같은 공간이 연출되면서 상부에는 안티 바이러스를 위한 자동 개폐가 가능한 유리돔으로 씌워진 주택 단지가 등장할 수 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현재 도시공간으로 보면 목동의 경우 이러한 구조의 재건축이 용이합니다. 미래에는 지금의 학세권, 역세권 개념이 흐려지고, 스마트 도시의 환경이 주거지역의 가격 요소를 좌우하는 큰 요인이 될 것입니다. 대규모 재건축은 당장 공급 규모나 단기적 집값 영향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세종 ‘천도’는 대안이 될 수 있나요.
“만일 미국이나 호주처럼 행정수도와 경제중심지를 두 개로 나눠서 가겠다는 의미이면서 국민의 뜻을 모아서 추진한다면 논의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서울의 집값을 잡는 대책의 일환이거나, 경제권도 옮겨 간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듭니다. 역사적으로 천도는 그 도시의 운이 다했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습니다. 이를테면 수도 서울이 국방의 위험성, 경제적 퇴조, 사회적 문란 등 그 가치가 현격히 저하됐다는 것에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계획 학자로서 ‘시장’의 기능도 주목하게 됩니다. 세종시는 상업 지역의 비율이 2.4% 수준입니다. 다른 도시의 반밖에 안 됩니다. 그럼에도 2011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10년이 흘렀지만 상가들이 거의 비어 있습니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이는 도회지라는 ‘도(都)’와 시장이라는 ‘시(市)’가 합성된 용어입니다. 우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능인 공공시설, 학교 등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정책적이나 인위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시장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최근 ‘서울 집값 잡을 수 있나’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셨는데, 결론적으로 서울 주택 시장의 실질적 안정화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집값이 떨어질까 오를까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외환위기가 지난 후인 2000년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앞으로 10년 후에는 3.3㎡당 5000만 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2010년을 전후해서 타워팰리스에서 이 가격이 이뤄졌습니다. 2008년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앞으로 10년 후에는 3.3㎡당 1억 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젠 현실이 됐죠. 앞으로 10년 이내에 3.3㎡당 3억 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일 강남과 같은 주거환경을 여러 곳에 분산해서 만들지 못하면 그런 예상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주택가격은 쌀가격과 같이 조금만 부족해도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서울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지역이 아닙니다.”
주택 백년대계로 ‘국민주택보험’의 도입을 제안하셨습니다.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 주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재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주택보험’을 추가해 ‘5대 보험’의 시대를 제안합니다. 구조는 기존 4대 보험과 같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가입자와 고용주가 나눠 부담하고, 일정한 나이나 기준에 도달한 세대주에게 사망할 때까지 살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정 계층만 가능한 현행 임대주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도심 고밀 개발의 명분도 생기고, 소셜 믹스의 부작용 우려도 적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용적률을 높여 주고, 현행보다 높아진 용적률로 공급되는 주택의 50%는 국민주택보험을 위한 집으로 공급하도록 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현재 반경 100km 안에 2000만 명이 몰려 사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특수성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부도 집값 급등의 진원지가 되는 서울 강남권에 매년 17만 호를 공급할 수 없고, 그럴 땅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젊어서는 셋집에 살더라도 노후에는 누구나 살 수 있는 주택이 준비된다면, 주택 투기의 개념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을 때, 그리고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하던 당시를 떠올려 보세요. 고질적인 주택 시장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윤주선 교수는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이며, 스마트도시 아카데미 4.0 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선정한 ‘2020 도시계획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09년에는 국토교통부 도시기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도시계획>,
<부동산 마케팅론>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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