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추후납부, 체크 포인트 5가지

[한경 머니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젊어서는 국민연금이 세금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지 않을 것 같던 미래가 눈앞으로 다가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민연금 추후납부가 늘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에 관심 있다면, 이게 영화 제목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 챘을 것이다. 맞다. 2015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다. 개봉 당시에 관객 수가 8만 명이었으니, 아마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도 명절 연휴 때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이 영화를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전 본 영화라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건 선택과 후회에 대해 얘기한다. 사람들은 선택이라고 하면 더 좋은 것을 골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선택은 뭔가를 놓아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제한된 환경에서 둘 다 가질 수 없을 때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옳은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에 옳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던 것이 지금 그릇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반대로 과거 그릇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흐른 다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국민연금과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이 같은 일이 많이 일어 난다. 젊어서는 국민연금이 세금처럼 여겨진다. 의무가입 대상이기에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납부하기는 하지만,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방법이 있으면 어떻게든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납부예외 신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으로, 소득의 9%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실직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소득을 상실한 경우 국민연금공단에 납부예외 신청을 하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 가입 상태를 유지하면서 보험료는 내지 않는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배우자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가입하고 있거나 연금을 수령하고 있으면, 국민연금 의무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가입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물론 국민연금공단을 찾아 임의가입 신청을 하면 국민연금 가입자격을 회복할 수 있지만, 젊어서 임의가입 신청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먼 미래의 노후보다는 눈앞의 현실을 중시한다. 그래서 보험료를 납부할 여력이 있는 데도 납부예외 신청을 하거나 임의가입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을 바람직한 선택으로 여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정이 달라진다. ‘강 건너 불’처럼 여겼던 노후가 이제 ‘발등의 불’로 바뀌었다. 그러자 예전 상황에서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와서는 그릇된 것처럼 보인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CHECK 1 추후납부 대상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과거의 선택을 되돌릴 방법이 있다. 추후납부제도를 이용하면 ‘납부예외기간’과 ‘적용제외기간’에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다만 적용제외기간의 경우 1994년 4월 이후 기간만 추후납부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추후납부제도를 이용해 과거에 내지 않았던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추후납부 건수는 2만933건에서 14만7254건으로 7배나 증가했다. 추후납부 신청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먼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은퇴를 앞두고 베이비부머들이 노후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추후납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추후납부 신청자 중 50~60대가 85%를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추후납부를 선택하는 것은 납부하는 보험료와 비교했을 때 수령하는 연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 송파구에서 있었던 A(49)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씨는 1990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다음 8개월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고 나서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추후납부를 통해 그동안 내지 않았던 241개월치 보험료 1억150만 원을 한꺼번에 납부했다. A씨가 추후납부를 하지 않았다면 65세 이후에 매달 35만 원을 노령연금으로 받을 수 있을 텐데, 추후납부를 함으로써 예상연금수령액이 118만 원으로 늘어났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1억 원 남짓한 보험료를 내고 매달 80만 원 넘는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추후납부제도가 취약계층의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일부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최고 납부금액은 4341만 원에서 1억803만 원으로 2.5배나 상승했다. 추후납부제도가 시행된 이래 역대 최고 금액 납부자 상위 10명을 살펴보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54.4세이고 모두 1억 원이 넘는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했다. 이 중 최고액은 1억1158만 원에 이른다.


올해 7월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추후납부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제한하자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9월 말에 열린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는 개정 법안이 올해 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 추후납부를 하겠다는 사람이 오히려 늘어났다. 올 상반기만 해도 매달 1만2000명에서 1만5000명 수준이었던 추후납부 신청자가 개정 법안이 발의된 다음인 8월 달에는 2만 명으로 늘었다.

국민연금 추후납부, 체크 포인트 5가지

CHECK 2 추후납부 할 때 갖춰야 할 조건은?


추후납부제도가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은퇴를 앞둔 50~60대의 노후 보장 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추후납부를 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먼저 추후납부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만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 전업주부라면 임의가입이나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국민연금 가입 자격부터 갖춰야 한다.


그리고 과거 최소 한 달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경험이 있어야 추후납부를 할 수 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반환일시금을 수령한 경우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일시에 수령하는 것을 반환일시금이라고 한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사망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가 아니면 60세가 되기 전에 납부한 보험료를 찾아 쓸 수 없다. 60세에 도달했을 때 연금 수급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만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이를 반환일시금이라고 한다.


하지만 1999년 이전에는 사정이 달랐다. 당시에는 굳이 60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직장에서 퇴직하고 1년만 지나면 국민연금공단에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지금 50~60대 중에는 당시 직장을 옮기며 반환일시금을 수령했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실직한 사람 중에 그런 일이 많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반환일시금을 수령했다면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했던 경험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이 상태로는 추후납부를 할 수 없다.


추후납부를 하려면 예전에 수령했던 반환일시금에 정기예금 이자를 더해 국민연금공단에 반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과거 납입 기간을 회복한 다음에 추후납부를 할 수 있다. 반납금은 일시에 납부해도 되고, 금액이 크면 3~24회에 걸쳐 분할납부를 할 수도 있다. 분할납부 하는 기간 동안에는 정기예금 이자가 가산된다.


CHECK 3 추후납부 보험료는 얼마나 내나?


추후납부 보험료는 추후납부를 신청한 달이 속하는 달의 연금 보험료에 추후납부를 희망하는 기간의 월수를 곱해서 산출한다. 추후납부를 신청한 달의 연금 보험료가 10만 원이고 추후납부 할 기간이 100개월이면, 추후납부 보험료는 1000만 원이 된다. 추후납부 보험료는 전액을 일시에 납부할 수도 있고, 월 단위로 최대 60회에 걸쳐 분할납부 할 수도 있다. 분할납부 하는 동안은 정기예금 이자가 가산된다.


임의가입자가 추후납부 하는 경우에는 보험료에 상한을 두고 있다. 사업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는 매달 소득의 9%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임의가입자는 납부할 보험료를 정할 수 있다. 임의가입자가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면 추후납부 보험료도 커지고 노령연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의가입자가 이 같은 방식으로 추후납부제도를 악용할 수 없도록 보험료 상한을 정한 것이다.


임의가입자가 납부하는 연금 보험료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A값)의 9%를 초과하면, A값의 9%에 추후납부를 희망하는 월수를 곱해 추후납부 보험료를 산정한다. 2020년에 적용되는 A값은 243만8000원이고, 매년 변동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에 보험료로 30만 원을 납부하고 있는 임의가입자가 100개월 치 보험료를 추후납부 하기로 했다고 치자. 이 경우 연금 보험료는 ‘A값의 9%’(21만9420원)보다 많다. 따라서 납부해야 할 추후납부 보험료는 21만9420원의 100개월 치인 2194만2000원이다.


CHECK 4 추후납부 할 기간은 얼마로 하나?


추후납부 할 기간은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까. 가입 기간이 길수록, 납부한 연금 보험료가 많을수록 나중에 노령연금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면 추후납부로 쓸 수 있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 경우에는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할까, 아니면 보험료를 상향하는 것이 나을까. 예를 들어 추후납부로 사용할 자금이 1000만 원, 적용제외기간이 100개월인 임의가입자가 있다고 해 보자. 이 경우 임의가입자는 추후납부를 신청하는 달 연금 보험료를 10만 원으로 책정하고 100개월 치를 납부할 수도 있고, 연금 보험료를 월 20만 원으로 책정하고 50개월 치 보험료를 납부할 수도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유리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보험료를 더 내는 것보다는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는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계층 간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금을 많이 받고, 고소득자는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금을 덜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제시하는 노령연금 예상월액표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 표는 2020년 1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의 보험료와 가입 기간에 따라 받는 연금액을 나타낸 것이다. 매달 9만 원씩 20년 동안 보험료를 낸 사람은 노령연금으로 매달 35만1600원을 받지만, 18만 원씩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은 매달 23만1920원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CHECK 5 기초연금을 못 받거나 감액되지 않나?

국민연금 추후납부, 체크 포인트 5가지
추후납부를 신청할 때는 기초연금 수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내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국민 중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자에게 지급된다. 올해는 소득인정액이 단독가구는 148만 원, 부부가구는 238만 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정하는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국민연금 수령액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소득인정액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에 소득평가액을 더해 산정한다. 따라서 재산과 다른 소득이 많아서 소득인정액이 상위 30%에 해당될 것이 확실시 되는 경우에는 추후납부를 하면 된다. 하지만 소득인정액인 상위 30%에 조금 미달하는 경우에는 추후납부로 늘어나는 연금소득과 줄어드는 기초연금을 비교해서 추후납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수령하는 경우에는 기초연금이 일부 감액될 수 있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이 감액되는 사람은 36만3000명인데, 삭감된 금액은 평균 6만9000원이다. 국민연금수령액이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의 150%가 넘으면 기초연금이 감액되는데, 최대 절반까지 감액될 수도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액은 30만 원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노령연금 수령액이 45만 원이 넘으면 기초연금이 감액되는데, 최대 22만5000원까지 감액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