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변액보험의 명가(名家) 미래에셋생명의 38조 원 자산을 운용하는 조성식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평생에 걸친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삶’의 즐거움을 경험해 볼 것”을 제안했다. 위기를 꿰뚫는 투자의 핵심은 글로벌 시각과 장기 관점의 자산관리가 근간이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위기였지만 기회였다”
“강남 아파트, 테슬라의 미래가 궁금한가요? 현상보다 ‘본질’에 그 답이 있습니다.”

‘38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그는 ‘숫자’를 앞세우는 차가운 투자자라기보다 삶의 깊이가 다른 철학자·인문학자에 가깝다. 현재 실적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연결을 통해 본질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그래서일까.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산 시장의 폭락 속에서 과감하게 우량 자산 매입을 확대했고, 연일 주가가 치솟던 여름에는 한걸음 물러섰다.

위기를 거치며 ‘변액보험의 강자’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졌다. 올해 변액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이 선택한 미래에셋생명의 대표적인 변액보험 상품인 ‘MVP60’ 펀드의 2014년 출시 이래 누적 수익률은 50%에 육박한다.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 그의 투자 혜안을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변의 시장에서 미래에셋생명의 자산 운용 실력이 주목받았습니다.

“유례없는 리스크가 발생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위험자산을 줄이는 쪽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은 다르게 진단했습니다. 글로벌 우량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투자의 기회’로 다가갔습니다. 이는 여느 금융기관과 큰 차별점이 됐습니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한 결과입니다.”

-코로나19 초기 유례없는 급락장에서 그처럼 과감한 투자를 추진한 배경은.

“일생에 있어 처음 맞이하는 위기일 때는 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보다 세상의 다른 영역에서 해답을 구합니다.

올해 감염병으로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았지만, 미국은 지난 2008년 10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위기를 이미 지나왔습니다. 그 당시 어떤 정책을 썼는가를 유추해 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대한 ‘답’이 나와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 등 많은 투자사들이 파산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추후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지켜 가면서 해결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생각이 투영된 겁니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사태에는 기업들이 임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지원하겠다 등 자본주의 미국답지 않은 솔루션을 내놨습니다. 코로나19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복구 의지를 나타낸 겁니다. 당시 성장성이 높은 주식들이 특수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의 한계로 일시적으로 급락하고, 정책당국은 부양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 ‘우량 주식의 세일 기간’으로 본 것입니다.”

-‘동학개미’, ‘영끌’ 투자 등 어느 때보다 투자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촉진했습니다. 국내의 동학개미나 서학개미, 서구에선 로빈후더 등이 투자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투자의 관점은 앞으로 계속될 현상이냐, 아니면 시장의 부침에 따라 사그라질 현상이냐는 것입니다.

현재 자산 시장에선 ‘강남 아파트’와 일부 주식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성장 산업과 과열된 대상을 분별하는 시각이 중요합니다. 5년 전만 해도 강남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 집 보러 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강남 아파트의 본질이 변했나요? 이를 둘러싼 사회 인식이 흐름을 탄 것뿐입니다.

지난 8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나스닥 버블도 그렇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카지노가 문을 닫자 투기 세력이 증시로 몰려 갔다고 했죠. 장기 투자의 관점에선 이렇게 새로운 매수 주체가 갑자기 등장해서 가격이 부풀려지면, 그 기간엔 보수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은 당시 일시납 등 목돈 투자보단 분납 형식의 적립식 투자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위기였지만 기회였다”

-그렇다면 격변의 시장에서 투자 중심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우선 투자 주머니의 구분이 필요합니다. 전 생애에 걸친 ‘장기 투자 주머니’와 투자의 경험을 위한 주머니를 따로 가져가야 합니다.

토끼가 빠른 것 같아도, 결국 꾸준한 거북이가 이긴 이치는 오늘날의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선 확실히 이기는 게임 하나를 만들어 놓고,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 생애에 걸친 장기 투자의 관점은 코로나19 초기 급락장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동력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주식에 대해 10배, 100배의 꿈을 안고 바라봅니다. 지나고 보면 주식투자가 굉장히 쉬운 것 같지만, 소수의 성공과 다수의 실패 사례로 귀결됩니다. 테슬라 같은 변동성 높은 주식에 투자할 때는 다른 주식보다 규모를 작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위험은 제한하면서 미래의 기술 발전에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변액보험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변액보험은 확률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장기 투자입니다. 1억 원이 있다고 치죠. 집을 사기에는 큰돈이 아닐 수 있는 자금입니다.

하지만 이 자금을 7%대 수익으로 장기 투자하면, 10년 뒤에는 2억 원, 20년 뒤에는 4억 원, 30년 뒤에는 8억 원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변액보험을 통해 투자하면, 1억 원이 비과세로 자라나서 노후에 연금이 필요할 때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간혹 변액보험에 10년 이상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10년 후 해지하겠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년 투자도 의미 있겠지만 그보단 연금을 통해 노후를 위한 평생 주머니를 마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라면 자산 배분 펀드인 MVP펀드에 50% 정도 투자하면서, 나머지는 위험 성향에 따라 혁신 기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에 나누는 것을 추천합니다. 변액보험 투자의 전부를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 일부라도 직접 관리하면서 투자의 가치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은 글로벌 분산투자를 강조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투자 대상은.

“언택트 환경에서 클라우드 기술의 ‘꽃’이 매우 빠르게 피었습니다. 수많은 인원이 클라우드 환경에 접속해 근무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요는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이고 IBM, 오라클 등 관련 회사들이 성장 산업의 수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라는 메가트렌드를 아우르는 디지털 헬스케어도 추천 대상입니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환경이 지나더라도 편리성과 유용성 때문에 향후 의료계 흐름을 바꿔 버릴 것이라고 봅니다. 비바시스템즈와 같은 원격의료 부문은 올해 크게 성장했고 향후 전망도 밝습니다. 중국의 의료 부문도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글로벌 이슈는 무엇인가요.

“우선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를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2분기에는 주요 빅테크 기업의 주가는 하락했음에도 순익은 증가했습니다. 3·4분기에는 어떤 흐름으로 진행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현재 예상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대선은 글로벌 중요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겁니다. 기업 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시장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중 갈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패턴을 보면, 미국은 시장이 과열된 시기에 중국에 대한 규제책을 발표했습니다.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조성식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미래에셋증권 에퀴티 트레이딩팀에 입사해 2011년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2012년 미래에셋생명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을 거쳐 2018년부터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