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틴토이 뮤지엄 관장 "박물관 넘어 양철토이 공방 꿈꿔요"

[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로봇을 모으거나 조립하는 키덜트 취미를 가진 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김성진 틴토이 뮤지엄 관장은 많은 장난감 중에서도 양철로 만든 장난감을 수집한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매력이 틴토이 장난감의 매력이에요.”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틴토이 뮤지엄을 찾아 김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가운 양철 장난감에 담긴 따스함


“틴토이는 얇은 양철을 하나하나 손으로 구부려 만드는 장난감이에요. 그래서 양철이라는 차가운 사물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죠. 그게 틴토이의 매력이에요.”


틴토이 뮤지엄은 김성진 관장과 부인 이민영 씨가 오랜 기간 동안 수집한 소장품을 모아 만들었다. 2007년 4월 문을 연 틴토이 뮤지엄은 2012년에 확장해 3층 규모의 전시관으로 재개관했다. 한국 틴토이의 역사와 일본 명품 틴토이는 물론 섬세한 유럽 틴토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중국 틴토이까지 전 세계 다양한 틴토이를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김 관장이 양철 장난감을 모으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건축일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면 꼭 그를 위한 선물을 사 가지고 오셨던 것. 그중에서도 김 관장이 가장 아끼는 것은 양철 장난감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장난감이란 게 없었거든요. 딱지, 구슬 이런 거나 가지고 놀던 시대였으니까요. 아버지가 사다 주신 장난감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성인이 돼서도 장난감을 계속 버리지 않고 모으게 됐어요. 그러던 중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틴토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에 팔리는 것을 보게 됐죠.”


그는 틴토이 수집가답게 틴토이의 역사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틴토이는 해방 이후 국내에서도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주로 일본 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었다. 1960~1970년대 지극히 가난하던 시절, 틴토이는 외화벌이의 수단이 돼 세계 각국으로 수출됐다.


국내에서는 일부 부유한 집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기는 했지만 틴토이의 특성상 녹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손을 떠나 고물장수 아저씨가 건네주는 강냉이, 엿과 바뀌었다. 그렇게 틴토이 장난감들은 다시 산업에 재활용돼 사라져 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수제 장난감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노동집약적인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장난감이 됐어요. 그런데 양철 장난감은 값싼 플라스틱 장난감에 밀려 1980년대에는 그마저도 생산을 멈추게 되죠.”


경제력이 커지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옛날 물건에 대한 향수와 매력에 조금씩 눈뜨게 됐지만 국산 틴토이들은 이미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졌다.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달고 수출됐던 틴토이는 전 세계 벼룩시장과 골동품 시장, 경매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고급 일본 장난감에 비해 천대받으며 단돈 50센터, 1달러에 배를 타고 수출길에 올랐던 우리나라 틴토이의 일부가 다시 녹슬고 지친 몸으로 여기 틴토이 박물관에 오게 된 거죠. 개인의 취향과 장난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틴토이 수집입니다만, 오랜 세월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틴토이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어떤 세월을 살았을지 조금은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출됐던 것은 세발자전거 태엽 틴토이다. 소년, 소녀, 경찰관, 산타, 피에로, 원숭이, 강아지, 피노키오 등 연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덤프트럭, 미니카, 개구리, 경찰차, 소방차, 로봇, 비행기 등 소박한 모양의 틴토이들도 볼거리.
요즘에야 다시 레트로 열풍이 분 덕에 틴토이가 각광받고 있어 일본의 장난감회사들은 예전 모델을 복각한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장난감을 찍던 금형조차 없어 예전 장난감을 복각하기가 쉽지 않다.


“옛것들을 찾는 수요는 많은데 다시 만들어 낼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죠. 그래서 제가 장난감 공방을 차려서 다시 예전 것들을 복원하고 싶어요.”

김성진 틴토이 뮤지엄 관장 "박물관 넘어 양철토이 공방 꿈꿔요"

김성진 틴토이 뮤지엄 관장 "박물관 넘어 양철토이 공방 꿈꿔요"


양철 장난감 거래는 주로 어떻게 합니까.


“국산 양철 장난감 거래는 최근 몇 년간 거의 없었습니다. 국내산 양철 장난감은 거의 제가 사들인 탓도 있고요. 그때 만들어진 양철 장난감은 대부분 다른 물건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양철 장난감을 생산한 것은 주로 1960~1970년대에 이뤄졌거든요. 그 시기 이후에는 끊겼으니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나 홍콩, 대만 등에서 생산한 장난감은 이베이나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구입합니다. 오프라인으로 장난감 수집가를 위한 경매가 열리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많이 사 오는 편입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틴토이는 어떤 것인가요.


“가격으로만 따진다면 국산보다는 일본산 양철 장난감이 더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을 떠나서 저는 국산 양철 장난감에 더욱 애정이 갑니다. 가난했던 우리의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장난감이기 때문입니다. 그중 저는 최초의 세발자전거 장난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철로 만든 자전거를 손으로 일일이 구부려서 만든 장난감 ‘보이즈 트라이시클(Boy’s Tricycle)’은 국내 최초의 세발자전거 장난감으로 영국에서 구해 온 것입니다. 태엽을 감아 돌리면 자전거에 달린 종을 치면서 앞으로 달려가는 구조죠. 1960년대 중반 일본 기업의 하청을 받아 장난감을 생산하던 우리나라 장난감회사들은 나름대로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하게 돼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미국과 유럽에 양철 장난감을 수출하게 됩니다. 만듦새는 조악하지만 기술력이 없던 시절에는 외화벌이 노릇을 톡톡히 해낸 제품이기도 합니다.


틴토이 뮤지엄에는 양철 장난감 외에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반 장난감도 여럿 전시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건 기차 장난감입니다. 손으로 일일이 깎아 만들어 붙인 기차 장난감은 미국 아이들의 생일파티 때 쓰이던 제품입니다. 생일파티 때 기차에 초를 꽂아 장식하던 물건이었어요. 요즘같이 기술집약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제로 일일이 만든 것 자체가 희귀한 제품이죠. 그 당시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가지고 놀 수 없었던 장난감이기도 합니다. 큰 사이즈의 못난이 인형도 토이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희귀한 제품이죠. 저는 대형 못난이 인형을 세 개 모았는데 다른 수집가들로부터 제발 팔아달라고 요청받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토이 수집가가 주목해야 할 장난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묻는 질문 중 하나예요. 장난감을 모으려면 뭘 모으는 게 좋겠느냐고요. 전 그럼 뽀로로를 모으라고 해요. 지금이야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난감이지만 나중엔 생산하지 않게 될 수도 있거든요. 결국 지금 뽀로로를 좋아했던 세계의 아이들이 자라면 그들에게 향수를 전하는 장난감이 되겠죠. 찾는 사람들이 많아야 수요도 올라갈 테니 뽀로로야말로 앞으로 수집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웃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박물관을 넘어서 양철 토이를 만드는 공방을 차리고 싶습니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양철 토이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이제는 국내산 양철 토이를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죠. 일본만 해도 양철 토이 장난감 키트를 만들어 팔 만큼 토이 시장이 발전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늘 아쉽게 생각했어요. 공방에 와서 직접 양철을 두드려서 장난감을 만드는 경험을 해 볼 수 있고, 또 저는 제가 만든 장난감을 수요자들에게도 공급할 수 있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틴토이 뮤지엄 장난감 베스트3

김성진 틴토이 뮤지엄 관장 "박물관 넘어 양철토이 공방 꿈꿔요"
1. 캡틴 로봇
1968년 우리나라의 화랑공업사(MTU)에서 생산한 캡틴로봇은 우리나라 최초의 로봇 틴토이다. 보통 틴토이의 르네상스라고 하는 1950~1960년대에 생산된 틴토이를 최고의 명품으로 평가하는데 캡틴로봇은 그러한 명품 틴토이 사이에서도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조금은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정감이 가는 디자인이다. 가격 면에서도 1950~1960년대 일본산 틴토이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김성진 관장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며 “명품 틴토이들 사이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형적인 팝아트풍이며, 얼굴과 몸체는 양철이고 귀와 팔, 다리는 플라스틱이다. 태엽을 감으면 가슴 부분에서 불꽃이 튀며(라이터돌이 내장돼 있다)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간다.


2. R-1
R-1은 1950년대 일본 마스다야에서 만들어진 ‘5인의 갱(Gang of Five)’을 미국 로켓USA사에서 복각한 틴토이다. 이 제품은 원본인 ‘5인의 갱’의 형태(치마형 보디) 위에 로켓USA사의 디자이너 존 J. 에이스너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결합돼 있어 원본 못지않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크기는 약 30cm로 틴토이 중 대형 급에 속하며 건전지로 작동된다. 바닥의 스위치를 켜면 강력한 모터음과 함께 눈과 귀가 번쩍이며 움직인다. 벽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바꾸어 전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생산된 R-1은 모두 9종류. 이 중 5개는 공식적으로 생산된 제품이며 나머지 4개는 비공식적으로 생산됐다.


3. 오사카 틴토이의 아톰과 철인28호
일본의 장난감 제작사 중 가장 유명한 회사는 오사카 틴토이다. 오사카 틴토이는 그 정교함과 희귀성에 있어서 전 세계 수집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지금도 장인정신으로 최고의 틴토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사카 틴토이에서 만든 아톰과 철인28호 틴토이는 일본의 국왕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할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