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최근 ‘노노부양’이라는 말만큼이나 ‘노노상속(老老相續)’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늙은 부모가 사망해 상속을 받을 즈음이며 자녀도 나이 들어 노인이 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본인 노후도 챙기고 자녀도 챙길 수 있는 자산관리 방법은 없을까.


수명이 늘어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래서일까. ‘노노부양(老老扶養)’이란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흔히 노노부양이라고 하면 나이든 자녀가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반대로 늙은 부모가 나이든 자녀를 부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년이 돼서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을 머무르는 자녀를 ‘캥거루’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라고 한다. 이는 일본 주오대 교수이자 저명한 가족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만들어 낸 말이다. 일본 사회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1990년대에는 제대로 된 직장에 갖지 못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노노부양, 죽어서도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현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아카데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패러사이트’라고 부르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패러사이트란 영어로 ‘기생충’을 의미하므로, 패러사이트 싱글을 굳이 번역하자면 ‘기생하는 독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숙주는 부모다.


숙주 역할을 하는 부모들은 나이든 자식들을 부양하고도 그들부터 얻는 경제적인 이득은 없다. 동시에 기생하는 자녀도 숙주에게 큰 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저 부모가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숙주로부터 적당히 영양을 받아 가면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면에서 ‘패러사이트 싱글’이라는 비유는 오늘날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자녀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2000년대 중반이 되자 패러사이트 싱글들이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년이 돼서도 여전히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아서 야마다 교수는 이들을 ‘중년 패러사이트’라고 명명했다. 중년이면 부모는 연금을 수령할 나이다. 그래서 중년 패러사이트들은 대부분 부모의 연금에 기생해 생활하고 있어 ‘연금 패러사이트’라고도 부른다. 연금 패러사이트 중에는 부모가 죽은 다음에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망신고를 하면 연금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고인(故人) 연금’ 또는 ‘유령 연금’이라고 한다. 죽은 부모의 연금소득이 산 자녀의 생활자금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노노상속, 늙은 부모가 늙은 자녀에게 재산 승계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이 겐이치는 “일본인은 죽을 때가 가장 부자다”라고 했다. 죽을 때까지 모아둔 재산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저축만 하는 은퇴자들을 두고 한 말이다. 심지어 연금, 퇴직금, 보험금마저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하는 고령자가 많다고 한다. 모아둔 돈을 한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죽으면 아쉽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아쉬움보다는 수명이 다하기 전에 노후자금이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더 크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자식들에게 뭐라도 남겨 줘야 할 텐데.”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은 “재산을 물려주기는커녕, 늙어서 자식에게 손 내밀지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윈-윈 하는 노후자산 관리법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텐데,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 온 것일까. 앞서 살펴봤듯이 ‘수명 연장’이 주요 원인이 아닐까 한다. 수명이 계속해 늘어나면서 앞으로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쓰고 남는 게 있으면 자녀에게 물려주겠지만, 미리 줬다가 모자라면 다시 돌려받아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성장이 희귀한 시대를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자녀를 수수방관하고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그렇다면 본인 노후를 챙기고 자녀도 챙길 수 있는 자산관리 방법은 없을까.


첫째, 효도계약서를 작성한다
이제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그 시기와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찌감치 재산을 물려주자니 자녀가 봉양을 소홀히 할까 걱정이고, 차일피일 증여를 미루면 자녀와 갈등이 커질까 봐 염려된다. 이 같은 고민을 덜기 위해 등장한 것이 ‘효도계약서’다. 자녀에게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는 각서를 받고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다. 효도 계약은 증여의 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증여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증여는 편무 계약이다. 증여하는 사람이 이행하기만 하면 되지, 증여를 받는 사람이 반대급부로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효도 계약은 쌍무 계약이다. 증여를 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받는 자녀도 약속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자녀가 계약서에 명기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모는 증여한 자산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때 가급적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내용을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내용이 모호하면 나중에 서로간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분란을 만들 수 있으니 가급적 객관적인 단어와 확실한 수치를 적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번 부모 집 방문하기, 생활비로 매달 200만 원 지급하기 등과 같이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 두는 것이다.


재산을 증여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효도계약서가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자식 간 도리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썩 내키지 않을 수 있고, 자녀가 효도계약서에 명기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효도계약서를 부모자식 간 계약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가족 간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둘째,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한다
효도계약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위탁자)의 재산을 금융기관(수탁자)에 맡기고, 살아서는 위탁자가 운용수익을 취하다가 사망한 다음에는 미리 정해 둔 수익자에게 재산을 취득하게 하는 제도다. 살아 있을 때 재산을 맡기기 때문에 ‘생전 신탁’이라고도 부른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위탁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있다. 유언을 남겨 재산을 상속하면, 사망 시점에 재산이 상속인에게 한꺼번에 넘어간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에 다양한 조건을 걸어 두면, 사후에도 자신이 희망하는 바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시기와 비율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게다가 위탁자가 살아 있는 동안 자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재산을 위탁자에게 환원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자산관리 수수료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셋째, 내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다
나이 들어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에게 집을 물려줄 테니 생활비를 달라고 할까. 그럴 수도 있지만, 늘어나는 수명이 문제다. 노후 생활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녀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이때는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살던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제도인데, 부부 중 연장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주택가격이 9억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면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자녀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지’ 하는 생각에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를 꺼리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주택연금의 부채상환 방식을 알고 나면,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주택연금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자녀는 담보주택을 처분해 그동안 발생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때 주택처분가액보다 부채가 많더라도 자녀가 부족한 금액을 상환할 의무는 없다. 반대로 부채를 상환하고 남은 금액이 있으면 이를 자녀가 수령한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자녀에게 손 내밀지 않고 노후생활을 하다 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넷째, 자녀를 수익자로 종신보험 가입
기나긴 노후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가진 재산을 모두 동원해도 모자랄 형편이다. 그래서 언감생심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할 엄두도 못 낸다. 그래도 자녀에게 뭔가를 물려주려고 한다면, 종신보험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부모를 계약자와 피보험자로 하고 자녀를 수익자로 한 종신보험에 가입해 두면, 부모가 사망한 다음 자녀가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모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전부 본인과 배우자의 노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소위 말해 ‘다 쓰고 죽어라’는 말을 실천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자녀에게 재산은 물려주지 못해도 장례비 부담까지 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액이라도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한다.


다섯째, 자녀를 피보험자로 연금보험 가입
부모와 자녀가 함께 늙어 가는 시대에 안정적으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종신형 연금보험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피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종신형 연금에 가입하면서 계약자와 수익자를 부모로 정하고 피보험자는 자녀로 해 두면,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피보험자인 자녀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신형 연금은 피보험자의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피보험자로 본인 대신 자녀를 지정하면, 나이가 어린 만큼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계약자이면서 수익자인 부모가 사망하면, 이후 수령하는 보험금은 상속세 과세대상 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