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플라톤은 “유용한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은 빛이 난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 라디오DJ, 햄버거 가게 사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톡톡히 제 몫을 하는 테이의 원숙미가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이 “ ‘진짜 베토벤’ 고민…무대서 마음 다잡죠”
[사진 과수원 뮤지컬 컴퍼니 제공 ]
2004년 테이의 등장은 혜성 그 자체였다. 훤칠한 키에 무심히 빵모자를 눌러쓰고 무대에 섰던 그는 데뷔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자신의 존재를 대중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겼다. 이듬해에 낸 2집에서도 타이틀곡 ‘사랑은 하나다’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3집과 4집 역시 큰 인기를 얻으며 최정상 ‘발라드 가수’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는 가수 활동 외에도 <브레인 서바이벌>, 등 각종 예능 방송을 통해 매력을 선보이더니 이후 뮤지컬과 라디오까지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12년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테이는 이후 <명성황후>, <잭 더 리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여명의 눈동자>, <루드윅>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전매특허인 감미로운 중저음 보이스와 깊이 있는 캐릭터 해석으로 자신만의 색을 빚고 있다.

최근 그는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루드윅> 속 노년의 베토벤 역할에 몰입해 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돌아온 이 작품은 작곡가로서 빛나는 명성을 누리던 중 청력을 잃어 절망에 빠진 베토벤 앞에 도전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 ‘마리’가 나타나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우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군인을 꿈꾸는 조카 ‘카를’과 그를 자신을 이을 음악가로 키우려는 ‘베토벤’의 갈등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테이는 이번 공연을 통해 한층 더 짙어진 연기와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다. 과연, 그가 바라본 베토벤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 밖에도 테이가 소망하는 인생의 목표와 음악을 향한 열정, 일상의 행복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이야길 나눠봤다.

우선, 뮤지컬 <루드윅> 재연에 이어 삼연에서도 다시 베토벤을 맡게 된 소감부터 얘기해 주세요.
“뮤지컬 <루드윅>이 다시 무대에 올라가게 돼서 반갑고, 제가 합류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무엇보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잖아요. 고마운 공연인 만큼 매회 정말 잘하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루드윅>은 개인적으로 (제 마음에) 깊게 들어온 작품이고,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아쉬운 점이 좀 있었어요. 당시 제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하던 중에 추가 앙코르 공연에만 출연하게 된 거라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를 <루드윅>에 녹여 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죠. 그리고 다시 한 번 이 역할을 하게 된다면 정말 더 디테일하게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올해 공연에 캐스팅 제의가 와서 반가웠죠.”

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 베토벤을 표현하는 데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다행히도 극 자체는 큰 맥락에서 전 시즌과 달라진 점은 없어요. 다만, 제가 맡는 역할이 50세의 베토벤인데 지금으로 따지면 70대거든요. 그걸 표현하는 데
(재연 때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면에 조금 더 힘을 실고, 익숙함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게 됐어요. 그리고 신기한 게 <루드윅>은 목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잘되는 것 같아요. 제 목소리 톤이 생각보다 높거든요. 그래서 공연에 들어갈 때 되레 목을 안 풀고 해요.(웃음)”

과거 인터뷰에서 “<루드윅>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때요.
“지난해엔 제가 <루드윅>에 다가가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어요. 그래서 제 안에서 <루드윅>을 녹여 내려고 공통점도 찾아보곤 했죠. 지금은 그보다는 베토벤이란 인물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저를 돌아본다기보다 ‘진짜 베토벤은 어땠을까’ 고민하며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요. 요즘은 드라이브할 때도 거의 베토벤 음악만 들어요. 베토벤의 음악은 들을수록 경이롭죠. 그래서 무대에 설 때면 ‘내가 이 음악을 만들었다’고 되뇌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음악인으로서 무게감도 생기고요.”

테이 씨가 생각하는 베토벤 음악은 어떤가요.
“그의 음악은 편안하고, 이야기가 담긴 주체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노래(가사)가 없는데도 그의 음악을 들을 땐 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베토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음악인 베토벤과 테이 씨의 공통점도 있나요.
“사실 음악적인 공통점은 찾으면 찾을수록 그 차이가 엄청 크죠. 다만 베토벤은 당시 귀족들뿐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된 곳에서도 음악을 연주했던 파격적인 음악가였어요. 그만큼 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왔죠. 그 점이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연예인으로서 데뷔하자마자 엄청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래서 더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제 경우, 길거리 캐스팅으로 가수를 제의 받고 1년 정도 준비하다가 데뷔 앨범을 냈는데 그게 덜컥 잘되면서 연예인 생활이 시작됐어요. 요즘 후배들처럼 연습생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잘된 거면 신났겠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연예인 생활을 시작한 거라 부담감이 많았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안 나가겠다고 대표님과 신경전도 벌이곤 했죠.”

베토벤처럼 테이 씨에게도 모차르트 같은 존재가 있나요.
“글쎄요. 데뷔 초창기에 이런 질문을 들었으면 임재범, 성시경 선배님들을 떠올렸을 것 같아요. 제가 거친 톤으로 발라드를 하니까 ‘제2의 임재범’, ‘제2의 성시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왔거든요. 그래서 그땐 그런 것(평가)들을 깨야 하나, 따라가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고민하지 않아요.”

가수로서 앨범을 내고 활동할 계획은 없는지요.
“저처럼 10년 이상 음악하는 분들이 자주 하는 고민이죠. 잊히지 않으려면 주기적으로 습작을 발표하라고도 하는데 전 좀 아쉽더라고요. 요즘은 노래를 낼 때 많이 집중하지 않으면 흘러가 버리는 시스템이라 속상해요. 제가 더 집중해서 꼭 내고 싶은 노래가 생기면 음반도 내고 싶어요.”

대식가시잖아요. 이번 역할을 맡으면서 식단 관리도 하셨나요.
“다행히 <루드윅>은 비교적 식단 관리를 안 해도 되는 역할이에요.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는 바지 사이즈가 많이 줄었어요. 두 달 전부터 운동량을 늘렸거든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단기간에 무리하게 식단을 조절해서 10kg 이상씩 감량하면 요요가 심하게 오더라고요. 대신 운동을 하니까 몸무게 변화는 크게 없어도 사이즈가 줄고, 더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성대를 관리하려면 많이 먹으면 안 되지 않나요.
“전 역류성식도염 등 그런 것들은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안 먹으면 역류되는 것 같은데(웃음). 전 밤에 먹으면 편하게 꿀잠을 잔답니다.”
테이 “ ‘진짜 베토벤’ 고민…무대서 마음 다잡죠”
[사진 과수원 뮤지컬 컴퍼니 제공 ]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의 2호점을 냈다면서요.
“네. 잠실에 2호점이 생겼어요. 사실 계약할 때는 코로나19 이전이었는데 오픈과 동시에 코로나19까지 오픈됐네요. 지금은 친동생이 운영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테이 씨 하면 다양한 이미지(역할)들이 있는데 더 추가하고 싶은 게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베짱이가 좋아요. 쭉 베짱이를 하고 싶어요. 그래도 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라디오DJ를 다시 해 보고 싶어요. 저는 술이랑 담배를 안 해서 친구들이랑 차 한 잔 하며 수다 떠는 게 일상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 모이기 쉽지 않은데, 라디오는 매일 일상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잖아요. 무엇보다 청취자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건 큰 행복이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으세요.
“일단, 큰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고, 가수, 뮤지컬 배우, 라디오DJ, 대식가 등 어떤 거로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어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 살려고 노력하는 게 제 일상이 됐어요. 평생 음악을 하면서 좋은 연예인, 좋은 남편, 성실한 아버지로 살아가고, 기억되고 싶어요.”

혹시 결혼 계획도 있으신가요.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웃음) 어릴 때는 진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크게 집착하지 않아요. 그래도 아이는 정말 좋아해요. 아이 교육에도 관심이 많고요. 심지어 요즘 같은 환경에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과연 아이들이 잘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정도로 아이를 좋아하긴 해요.”

마지막으로 테이답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저는 뭔가에 막 집착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가수도 그렇고 뮤지컬 배우도 그냥 흘러온 것 같아요. 물살이 제가 원하는 방향과 달라도 거스르기보다는 물살에 맞닥뜨려서 노를 잘 젓고 싶어요. 살면서 물살이 마르지 않는 것에 감사하면서요. 앞으로도 함께 일하는 분들로부터 항상 ‘테이란 사람은 제대로 역할을 한다’, ‘쓰임이 있는 배우다’라는 평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