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혁명을 시작하자

[한경 머니 오피니언=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혁명은 기존 질서의 완벽한 전복을 지향합니다. 프랑스 시민혁명이 귀족 중심의 봉건체제에 조종(弔鐘)을 울렸듯, 세계를 뒤흔든 모든 혁명은 강고하게 자리 잡은 일체의 도그마를 거부했습니다.

1968년 프랑스 파리의 청년들은 2번의 참혹한 세계대전 이후에도 새롭게 건설되지 못한 현대 사회의 바람직한 뼈대를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민들이 가담한 시위대는 ‘Il est interdit d’interdire(금지를 금지하라)’라고 외쳤습니다. 혁명의 불꽃은 자유와 인권, 평화와 연대가 넘쳐나는 세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소식들은 끝나지 않은 공포와 외면하기 어려운 연민을 함께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은 언제쯤 온전히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뒤흔든 세상의 실제 모습은 너무나 불안정하고 나약한 것이었습니다. 위기를 진단하는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고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지만 혼돈은 심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론 속에서도 확신은 찾기 어렵고, 모든 나라에서 정치는 길을 잃었습니다. 유(U)·브이(V)·엘(L)자 형태로 혼란스럽게 제시되는 경제 회복 향방의 예측들은 전위를 내세우기 어려운 전선의 분열을 더할 뿐입니다.

2020년 5월은 또 다른 혁명의 전야가 돼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우면서 우리는 인류 절멸의 현실적 가능성을 목도했습니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편을 갈라 각자의 이익만을 도모해 온 편협한 이념과 타율적 관성으로는 아무도 구할 수 없습니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른바 모든 상식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기득권을 혁파하는 한편, 불건전한 일방적 비난의 관행을 씻어 내야 할 것입니다.

정치는 무능하고 사회는 분열적이라는 당연하지 않은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기업은 악, 노동은 선, 좌파는 민중, 우파는 권력이라는 도식적인 인식에도 균열을 일으켜야 합니다. 미움과 갈등을 넘어 행복을 나누는 풍요로운 미래의 씨앗을 뿌려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혁명은 타인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조건을 달지 않는 인정과 겸허의 바탕 위에 공감과 협력의 주춧돌을 놓아야겠습니다. 냉철한 이성의 빛으로 함께 살아갈 미래의 청사진을 점검하되, 스스로 아래에 서는 배려의 자세를 앞세워야 할 것입니다.

창궐한 전염병의 한복판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향한 마음뿐이라는 아름다운 사실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물밀 듯 쏟아지는 환자들을 감당하는 의료진의 콧등에 깊이 새겨진 마스크 자국을 기억합니다. 생업을 접고 대구로 향한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몫의 마스크를 이웃에게 양보하고,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5월 대한민국의 하늘은 아직 잿빛을 털어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혁명의 횃불을 들어야 합니다. 진부하게 들린다면 그 또한 편벽된 고정관념일 것입니다. 자신의 상식과 습속을 완전히 딴판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입니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히 혁명인 것입니다. 광야의 예수도, 보리수 아래의 석가모니도, 동굴 속의 마호메트도 철저하게 혼자였습니다. 모두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함께 이겨 냅시다.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