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동에 금융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과 생명보험사는 초저금리에 따른 실적 하락의 불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연일 폭락하는 주가에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으며 증권사들의 근심도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대내외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금융사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은행과 생명보험사는 초저금리의 위협 등 때문에 올해 상반기 실적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증권사는 증권 시장 부진으로 인한 주식매매 수수료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손해보험사와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이들도 피해는 뚜렷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손실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공조 체제를 선도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한은 기준금리 연 0.75%는 역대 최저 금리다. 국내 금융권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기준금리 0%대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초저금리는 은행에 우울한 소식이다. 은행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 즉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인데 금리가 낮을수록 예대마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예대금리차(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2017년 말 1.81%포인트에서 2018년 말 1.67%포인트, 2019년 말 1.62%포인트로 매년 축소세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 사태’까지 겹치는 바람에 이자이익뿐 아니라 비이자이익도 급감될 것이 염려된다”며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생보사, 초저금리에 ‘벙어리 냉가슴’

초저금리는 보험사에도 좋지 않다. 보험사 순익 가운데 자산을 굴려서 얻는 이익의 비중이 적지 않은데 초저금리는 운용자산이익률을 떨어뜨린다. 가뜩이나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 탓에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는 생명보험사는 더 골치가 아프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에는 8~9%, 2000년대 초중반에도 5~6%의 예정이율이 책정된 고금리 상품이 대거 팔렸다”며 “최근 운용자산이익률은 3%대 중반에 불과해 역마진이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 대부분이 0.5~1%포인트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역마진에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손해보험사는 생보사와 달리 고정이율이 아닌, 변동이율을 적용한 상품을 주로 팔아서 역마진 부담은 낮은 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락한 점은 희소식이다. 지난해 12월 100%를 넘겨 큰 손실을 일으켰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들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올해 1월 90%대로 후퇴한 데 더해 2월에는 80%대까지 내려앉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유행 탓에 외출을 자제하는 문화가 생겼다”며 “또 ‘나이롱환자’들이 사라진 점도 손해율 하락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되레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카드사들도 오프라인 결제가 줄어든 만큼 온라인 결제가 늘어난 데다 대출 상품 판매가 순조로워 아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손보사와 카드사도 순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영업실적이 크게 떨어지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결국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영업실적 둔화가 현실이 될 것이다”라고 염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불황의 그림자가 더 깊어졌다”며 “이런 상황의 지속은 카드 결제 및 대출 수요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1100 수준까지 급락 전망도

증권사도 갑갑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세다. 그 추락하는 흐름에 국내 증시도 함께 떠내려 가고 있다.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연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사실상 패닉 장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100 수준까지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가 부진할수록 주식 거래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며, 이는 곧 증권사의 주식매매 수수료 수입 감소로 연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 투자은행(IB) 부문으로 옮겨 가긴 했지만, 주식매매 수수료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주식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코로나19의 확산은 금융권 업무 풍경도 크게 바꾸었다. 은행, 증권사 등은 정보기술(IT), 전략, 투자금융 등 핵심 부서들을 여러 곳에 분산 배치했다. 혹시 본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회사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특히 많이 나온 대구·경북 지역의 은행 영업점들은 영업시간을 30분에서 1시간가량 단축해 운용 중이다. 몇몇 금융사 점포는 문을 닫았다. 또 보험설계사들은 고객이 대면을 꺼리는 점을 감안, 만남 대신 전화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설득하는 수단을 쓰고 있다. 보험 가입도 모바일 전자서명으로 처리해 대면 없이 완료하는 추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