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김지영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위기와 기회요인이 혼재한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멀티에셋 인컴펀드의 운용 방식은 일반 투자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자산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분기 이후 미·중 1차 무역합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등의 호재로 강한 상승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재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 춘절 이후 첫 거래일에 7%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22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도 설 연휴 이후 2100포인트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조정은 길지 않았다. 2월 중순이 된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어느새 시장의 관심은 미국 대선으로 옮겨 가며 글로벌 증시는 빠른 반등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경기 사이클 후반부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호재든 악재든 외생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산가격의 부담이 커지고,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맡은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더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8년 2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투자자들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의구심이 갖게 된 듯하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많아졌다고 기대 요인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풍부한 유동성,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는 경기선행지표, 그리고 여전히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는 우량 기업들을 보면 시장을 버리고 떠나기도 어렵다. 오히려 2020년 금융시장은 우려와 기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멀티에셋 인컴펀드 매니저의 3가지 관점
‘멀티에셋 인컴’에서 ‘멀티에셋’은 말 그대로 다양한 자산을 의미하고, ‘인컴(income)’은 in(안으로)+come(들어오다)으로 이뤄진 단어로 이자, 배당, 임대수익 등 투자 자산에서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멀티에셋 인컴펀드는 주식형 펀드와 달리 자본 차익보다 ‘인컴’에 초점을 맞춰 운용하기 때문에 2017년과 같이 모든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기 쉬운 전략이다.
그러나 시장이 취객처럼 ‘갈 지(之)’자 걸음을 하는 구간에서 인컴펀드는 균형을 잃지 않으며 특유의 ‘뚝심’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인컴펀드의 매니저가 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매니저보다 다각화, 현금흐름, 밸류에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첫째, 인컴 포트폴리오의 시작은 다각화(diversification)다. 멀티에셋 인컴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특정 자산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주식이 좋지 않을 때는 채권에서 인컴을 찾고,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매력적인 인컴을 확보할 수 없을 때는 리츠(REITs), 우선주와 같은 비전통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며 시장의 변동성에서도 ‘승자’를 발굴할 수 있고, 섹터의 비중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투자 자산의 수가 많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매력적인 인컴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양한 시장 국면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이 어려울 때 멀티에셋 인컴 매니저의 의견을 듣기를 원하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다양한 자산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인컴펀드 매니저는 현금흐름(cashflow)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멀티에셋 인컴펀드는 가입한 투자자에게 매월 일정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해야 하는 클래스를 반드시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인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연스럽게 투자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무게를 두게 된다. 이는 결정적으로 수익의 불확실성을 낮춰 준다. 자산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인컴을 통해 기대수익을 예상할 수 있으며, 자산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인컴 수익이 하락 폭을 줄여 줘 변동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컴은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을 높여 주는 핵심 전략이 된다.
마지막으로, 인컴 매니저는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valuation)을 고려해 투자 자산을 선택한다. 지나치게 비싼 자산은 오히려 펀드의 현금흐름을 갉아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컴펀드 매니저들은 다양한 자산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수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취득하려는 전략을 추구한다. 2019년 글로벌 주식시장 성과가 이익 성장보다 밸류에이션 상승에 기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인컴펀드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은 포트폴리오의 하방 위험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 대비 낮은 위험, 빠른 회복 속도
이러한 3가지 관점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운용되는 멀티에셋 인컴펀드를 기존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위험 조정 수익률이 개선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무래도 멀티에셋 인컴펀드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을 뿐만 아니라 주식 대비 빠른 회복력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을 예로 들어보자. 2월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된 이후 주식시장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월 고점에 글로벌 주식을 투자했을 경우, 투자자는 10개월 동안 20.08%의 손실을 경험하고 다시 10개월을 기다려서 원금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8년 2월부터 20개월 동안 0%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나마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만약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 26.5%의 손실을 기록한 후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멀티에셋 인컴펀드에 자금을 맡겼다면, 같은 기간 손실률을 한 자릿수대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저점에서 원금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게는 2개월, 많게는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멀티에셋 인컴펀드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손실 폭을 줄이고 자산의 현금흐름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맞는 멀티에셋 인컴펀드를 가입하는 방법부터 인컴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관점으로 다양한 자산을 조합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까지 멀티에셋 인컴펀드 매니저의 관점을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투자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멀티에셋 인컴펀드의 최종 목표가 ‘높은 수익’이 아닌 ‘위험과 수익의 균형’을 찾는 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기대와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3가지 관점(다각화, 현금흐름, 밸류에이션)을 통해 위험과 수익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2020년 투자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8호(2020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