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펫보험, 고객 맞춤 진화로 ‘훈풍’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인형같이 귀엽던 반려동물이 늙고 병이 나면 버림받는 신세가 되는 일이 적잖다. 반려동물과 평생 행복한 동행을 위해서는 질병이나 사고에 대한 위험 대비가 필수다.



#1 직장인 이예나(38) 씨는 10세의 반려견이 암에 걸려 한 달 만에 수술비와 입원비로 1000만 원을 썼다. 적금을 깨서 겨우 병원비를 마련한 터라 앞으로의 관리를 위해 반려동물 보험을 알아봤지만, 높은 문턱을 체감했다. 이 씨는 “반려견의 건강이 이미 안 좋은 것도 문제이지만, 노령견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음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2 3세 포메라이언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민주(45) 씨는 펫보험 가입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가장 걱정인 슬개골 탈구나 치아질환 등의 보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그야말로 의료비 ‘폭탄’을 맞기 일쑤다. 그러함에도 반려인들이 선뜻 보험 가입을 주저해 왔다. 사람보다 비싼 보험료(상품 및 보장에 따라 월 3만~6만 원 수준), 보장 내용에 대한 불만 등이 발목을 잡았다. 슬개골 탈구나 피부질환, 치아질환 등 반려견에 흔히 발병하는 질환의 보장은 제한적이었던 탓이다.

그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펫보험 시장에 이례적인 훈풍이 불고 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 말부터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펫퍼민트 퍼피앤도그 보험’은 1만5000건이 넘게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4월 출시한 ‘펫퍼민트 캣보험’도 넉 달 만에 1500건이 팔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험 전체 판매 건수가 2016년 1819건, 2017년 2638건에 불과했음을 고려할 때 가히 폭발적 반응이다. 메리츠화재는 사실상 반려동물의 ‘종신 보장’을 내세우고, 소형견에게 다발하는 피부질환, 구강질환, 관절질환을 기본 보장으로 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고양이 전용 보험 시장도 열리고 있다. 기존에는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이 고양이를 위한 이례적인 전용 보험이었으나, 메리츠화재가 지난 4월 출시한 ‘펫퍼민트 캣보험’에 이어 삼성화재도 지난 8월 ‘반려견보험 애니펫’의 고양이 버전인 ‘반려묘보험 애니펫’으로 출사표를 던지며 활성화에 본격 나선다.


반려동물 보험, 얼마나 보장되나

최근에는 펫보험의 보장이나 가입 조건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 퍼피앤도그 보험’은 생후 3개월부터 만 8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한다. 반려견의 수명이 최장 20세임을 고려하면 평생 보장인 셈이다. 갱신 기간도 3년이다. 기존 펫보험이 1년마다 보험료가 변동이 되고, 가입 후 반려견이 아프거나 또는 연령이 많아지면 재가입이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했다. 슬개골 탈구는 물론 피부·구강질환도 기본으로 보장한다.

DB손해보험의 ‘아이러브펫보험’도 보장 기간과 보장 내용을 확대했다. 3년 갱신형 상품으로, 아프거나 나이가 들어도 반려견의 연령이 20세일 때까지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 기존 면책 질환이던 피부질환, 구강질환 등의 확장 보장 특약을 추가했다. 이 상품은 의료비 외에도 반려견이 사망했을 때 장례지원비 30만 원을 지급한다.

삼성화재의 ‘애니펫’은 갱신 주기를 1년 또는 3년 선택 가능하다. 특히 높은 보상 한도가 매력적이다. 타사 펫보험의 입·통원의료비 한도가 500만 원 수준에 비해 이 상품의 종합 플랜 안심형의 경우 입·통원의료비 1500만 원, 수술비 300만 원 등 총 의료비 보상 한도가 최대 19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입·통원의료비는 한도 내에서는 횟수 제한도 없다.

한화손해보험의 ‘펫플러스’는 노령견 견주가 눈여겨볼 만한 상품이다. 만 10세까지 노령견의 신규 가입 연령을 확대했다. 또한 견종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나지 않아 대형견의 보장에 알맞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개와 고양이 보험으로, 고양이 보험의 효시 격이다. 7세 이하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수술·입원비를 담보하는 ‘수술입원형’과 통원 진료까지 보장하는 ‘종합형’ 상품을 판매한다. 수술 회당 최고 150만 원, 입원 1일당 10만 원을 담보하며 종합형은 통원 1일에 최대 10만 원까지 추가 보장한다.

반려동물 보험은 공통적으로 정기검진과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의 실손보험이 예방·미용 목적이나 출산 관련 의료 행위를 보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입률은 0.02%(2017년 기준)으로 스웨덴(40%), 영국(25%), 네덜란드(14%)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펫보험의 실효성 확대와 더불어 인식 개선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를 기점으로 반려동물 보험·용품 등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 해외 사례에 비춰 앞으로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인식과 수요가 개선될 것이다”라고 했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 전 체크리스트


가입 대상을 확인한다.
현재 반려동물 보험은 주로 개를 대상으로 하며, 일부 고양이 상품도 나오고 있다.
가입 가능 연령을 확인한다.
신규 가입 시 만 6세 이하여야 가입 가능한지, 10세 노령견도 가입 가능한지 확인하고, 몇 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지 체크한다. 현재 최대 보장 기간은 20세로, 가능한 오래도록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좋다.
갱신 주기를 확인한다.
반려동물 보험은 1~3년 주기로 갱신해야 한다. 가능한 갱신 주기는 긴 상품이 유리하다.
보상 범위와 한도를 확인한다.
해당 동물에 다발하는 질환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면책 기간은 짧은지 확인한다.
[big story] 펫보험, 고객 맞춤 진화로 ‘훈풍’
신탁에서 카드·적금까지 ‘펫 금융상품’ 활짝

바야흐로 반려동물을 위한 금융상품이 다양해졌다. 보험 외에도 적금과 카드, 신탁에 이르기까지 선택이 폭이 크게 넓어졌다. 펫신탁(pet trust)은 반려동물 주인이 죽거나 병환 등으로 돌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에 대비해 미리 금융기관에 반려동물 양육 자금을 맡기는 상품이다. 국내의 펫신탁은 KB국민은행이 첫선을 보였다. 지난 2016년 10월 반려견을 위한 ‘KB펫코노미신탁’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같은 해 11월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들의 요청으로 대상을 고양이(猫)까지 확대했다. 거치식과 적립식을 택할 수 있으며 최대 납입 금액은 1000만 원이다.

KEB하나은행의 ‘PET사랑신탁’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손님(위탁자)이 생전에 미리 KEB하나은행(수탁자)과의 신탁계약을 통해 본인 유고 시 반려동물을 돌봐줄 귀속권리자(사후수익자)를 정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과 사랑을 남길 수 있는 가족배려신탁 상품 중 하나다. 가입 대상은 성년인 개인이며 가입 금액은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으로 추가 납입 및 중도 인출이 언제든 가능하다.

SBI저축은행의 ‘SBI스타펫 적금’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사진을 저축은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0.9%포인트의 우대금리는 물론 통장 겉면에 반려동물 이름을 적어 넣는 ‘레터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위드펫적금’은 동물등록증을 제시하거나 동물 사진을 5장 이상 올리면 각각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1%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한도는 월 최대 30만 원까지다.

‘신상’ 펫카드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카드는 최근 반려동물 특화 상품 ‘카드의정석 댕댕냥이’를 출시했다. 반려동물 관련 업종에 혜택이 특화돼 있다. 반려동물 용품숍, 미용숍, 동물병원, 이마트 및 트레이더스에 입점돼 있는 몰리스펫샵, 인터파크의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몰인 인터파크 펫 등에서 10% 청구할인을 제공한다.

NH농협카드의 ‘펫블리 카드’는 반려동물 관련 업종에 대한 할인 혜택을 주고 반려동물 배상책임보험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병원 및 관련 업종, 대형 온라인 오픈마켓 가맹점에서 이용 시 각각 7%와 5%의 NH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대 4만 포인트까지 적립 가능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