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부문만 유일하게 부사장이 총괄하는 체제인 만큼 민경부 부사장의 역할에 안팎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직제 개편은 ‘글로벌 투자은행 도약’을 염두에 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됐다. 증권업의 핵심인 IB와 트레이딩 부문의 책임경영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WM 부문 역시 삼각 총괄 체제에 편입되면서 미래에셋대우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장급이 총괄하는 IB나 트레이딩 부문과 달리 WM 부문의 경우 부사장 총괄로 출발한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는 WM 사업대표에서 WM 부문 총괄대표 자리에 오른 민경부 부사장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큰 배경이기도 하다.
민 부사장은 지난 1987년 증권업(옛 대우증권)에 첫발을 내딛은 뒤 3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정통 증권맨이다. 대우증권 시절에는 일선 영업점의 법인영업 및 IB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고,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 학위(MBA) 과정을 거친 후에는 이머징마켓을 타깃으로 한 국제부와 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통합 미래에셋대우에서는 WM전략본부장, WM사업부문 대표 등을 역임하며 WM 부문의 성장 전략을 그려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민 부사장은 올해 핵심 과제로 ‘영업점 대형화’를 꼽았다. 그는 “결국 WM 사업은 고객수익률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각 영업점의 경쟁력이 밑바탕”이라며 “고객 접점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직원들의 시너지 효과가 필수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 부사장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체제를 도입했으며, 올 연말까지 권역별 허브점포를 14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패밀리 오피스 부문에 대한 역량 강화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합병 전 대우증권의 경우 패밀리 오피스에 대한 강점을 갖고 있었는데 그 역량은 현재까지 유효하다”며 “글로벌 역량 강화에 그룹 전략의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그런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허브점포 확대 역시 패밀리 오피스 강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는 포시즌호텔과 블루마운틴 골프장 등 WM 사업을 위한 부대서비스 툴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며 “이런 시설의 활용 방안을 비롯해 패밀리 오피스의 브랜드 네이밍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민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WM 총괄대표 취임 이후 그간의 소회를 밝혀준다면.
“국내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WM 부문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부단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거죠. 사실 WM 시장을 둘러싸고 ‘위기’라는 말은 늘 있어 왔지만 현재와 같은 저성장·저금리 국면, 그리고 디지털화(digitalization), 수수료 인하 경쟁 등의 국면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WM 비즈니스에 대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되는 각종 규제는 증권사들의 규제 준수 비용을 가중시키고 있죠.
다만 선진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고령화 사회의 경우 WM 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증권사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WM 총괄 부사장 취임 이후 채널 혁신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죠.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기존 개별 점포 단위 영업에서 고객 생활권 중심으로 허브(hub)를 구축하고, 직원 간 시너지와 협업을 통해 고객 서비스 차별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존 점포를 통합·대형화하는 단계에 있지만, 향후 허브 내 컨설팅 인력을 보강하고, 허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해 특화 상품 공급 등 보다 차별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대고객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해 업무 단계를 최소화하고 디지털화함으로써 고객 서비스 품질도 개선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WM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도 신설했죠.”
‘차별적 솔루션’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보이네요.
“사실 WM 비즈니스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수익률 제고일 것입니다. WM 총괄 부사장 직전, WM 부문 대표를 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추진했던 것도 고객글로벌자산배분본부, 글로벌주식컨설팅본부 등을 활용해 고객수익률을 높이는 것이었죠.
의미 있는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5월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WM 해외 주식 자산은 2017년 초 1조600억 원에서 5조9400억 원으로 2년여 만에 5배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또한 미래에셋대우의 추천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5월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19.4%, S&P500(11.2%) 대비로도 8.2%포인트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했죠.
여기에 시장 변동성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글로벌 자산 배분 프로세스 고도화 및 자산배분위원회 전면 개편을 통해 퇴직연금 랩(wrap) 운용수익률을 크게 개선했고(액티브40 2019년 5월 말 YTD 수익률 +5.56%, 6월 10일 기준 + 6.09%), 2019년 1분기 기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1년 수익률도 증권업권 내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사로 인식돼 왔습니다. WM 비즈니스의 동반 진출 계획도 있나요.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해외 리테일 비즈니스를 확장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WM 비즈니스의 직접적인 해외 진출을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네요. 다만 국내 WM 고객들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비즈니스와 연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품 공급 측면에서 글로벌, IB 부문과 연계된 투자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를 비롯해 해외 현지 법인이 제공하는 정보, 자문을 기반으로 우량 해외투자 자산을 선별해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해외 로컬 인력 등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해외 증권시장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미래에셋그룹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자부합니다.
또한 서비스·인프라 측면에서도 해외 현지법인 등 회사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트레이딩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차별화된 해외 중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통합증거금 제도, 외화예탁금 이자지급 서비스는 미래에셋대우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죠.”
최근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 배경을 짚어준다면.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은 증권사의 WM 비즈니스가 기존 커미션 중심에서 컨설팅, 자산관리형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기존 자산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하고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노후 대비를 위해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거죠.
특히 저금리 기조에서는 단품 중심의 전통 자산 투자만으로는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해외 투자, 대체투자 등 다양하고 복잡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를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수단(vehicle)으로써 랩이나 신탁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거죠. 이러한 현상은 미국 및 일본 증권사에서 먼저 나타난 현상이며, 일본의 경우 랩어카운트, 금전신탁 잔고 및 고객 수가 2010년 대비 2017년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역시 컨설팅 영업이 확대되면서 랩, 신탁 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네요.” 최근 글로벌X 자문형 랩 출시 등 해외 투자를 유도하는 상품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고객 반응이 궁금하네요.
“그동안 미래에셋대우는 고객 자산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고객 자산이 지나치게 국내 자산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균형을 통해 투자 자산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함이죠. 동시에 우리나라의 성장성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만으로는 고객의 기대수익률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미·중 무역분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장기화될 조짐입니다. 지난 20년간 지속돼 온 미·중 분업 구조가 변화하고 중국의 자본, 기술이 성장하면서 수입 대체가 진행되고 있는 거죠. 미·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적·정치적으로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특히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섹터는 미·중 간 분업의 선순환이 컸던 섹터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IT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타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물론 현 주가 수준은 이러한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하락 압력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추세적 상승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는 미래에셋대우가 고객 자산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고 투자 대상을 성장하는 섹터, 자산에 압축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클라우드(cloud), 인공지능(AI), 로봇, 핀테크, 중국 바이오, 내수부양책 효과가 기대되는 소비재, 인프라 업종에 주목하고 이러한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죠. 특히 ‘글로벌X 포트폴리오 자문형 랩’은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가 자문하는 상품으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ETF와 한국, 홍콩, 캐나다, 호주, 미국, 중남미를 잇는 미래에셋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된 상품입니다. 향후 그룹의 컨설팅 역량을 집중한 다양한 자문형 상품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경쟁사들 역시 IB와 WM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임기 중 목표가 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트레이딩 중심에서 IB와 WM을 통한 균형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WM과 정부의 IB 육성 정책에 따라 IB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죠.
특히 WM은 IB, 트레이딩과의 연계 시너지가 매우 높습니다. IB, 트레이딩 부문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도 중요하지만 WM의 고객 기반, 세일즈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반대로 WM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IB, 트레이딩의 지원이 필요하죠. 실제 자본시장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상품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의 경우 증권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상품 경쟁력’입니다. WM 총괄로서 IB, 트레이딩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 전문 투자자 대상 사모 상품 공급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점포 경쟁력 강화, 본사 컨설팅 역량 제고, VIP 서비스 확대, 글로벌 전문 WM 인력 육성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글로벌 IB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객 자산을 글로벌 자산으로 분산하고 성장 자산 투자, 리스크 관리를 통해 고객수익률을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 트렌드를 짚어준다면.
“지난해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개인의 금융자산은 2013년 369조 원에서 2017년 646조 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9.2%에서 2017년 44.2%로 꾸준한 증가세죠.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저성장, 저금리, 기대수명 증가가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예금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자산 규모가 클수록 펀드, 신탁,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 금융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자산가들의 경우 주식, 채권 등 개별 상품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포트폴리오 개념의 종합 자산 배분 전략을 중요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죠. 더불어 올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악화와 불확실성 지속에 따라 해외 주식, 달러채권, 글로벌 금리형 자산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사모펀드 역시 자산가들 사이에서 주요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상황입니다. 국내 사모펀드 설정 금액은 360조 원을 넘어서 공모펀드보다 110조 원 이상 확대됐는데, 사모펀드 중 한국형 헤지펀드(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도 30조 원 이상 성장했고, 메자닌, 비상장주식, 부동산,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죠.”
하반기 WM 고객들을 위한 시장 전망 및 투자 조언을 부탁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올해 시장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네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정치 논리가 시장경제에 개입함으로써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죠.
특히 미국 대선과 중국의 민족주의·국수주의적 성향은 미·중 무역분쟁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면서 경제적·지리적으로 끼어 있는 우리나라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 하락은 국내 금융시장 환경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죠. 다만 이러한 정치적 요인으로 경기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기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고, 중국도 제한적 부양 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내부 성장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글로벌 자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동시에 성장하는 섹터에 투자 자산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약세장에서는 우량 자산에 집중하는 것이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적극적 투자자라면 성장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인버스 ETF를 이용해 주식 자산을 인덱스 헤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고객 성향에 따라서는 달러채권, 해외 부동산 펀드, 선진국 배당 펀드 등의 일드(yield)형 상품으로 글로벌 안정 자산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도 있어 보이네요.” 민경부 부사장은…
1987년 옛 대우증권에 입사해 30여 년 증권 비즈니스에 몸담아 온 정통 증권맨이다. 대우증권 시절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 학위(MBA) 과정을 거친 후에는 강북지역본부장 및 퇴직연금본부장을 역임했고, 통합 미래에셋대우에서는 WM전략본부장, WM사업부문 대표를 지낸 뒤 현재는 WM사업부문 총괄대표(부사장)를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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