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무시하는 말투, 신경질적인 말투, 징징거리는 말투, 직설적인 말투, 격 떨어지는 말투….

말 한마디로 오해와 갈등을 빚어본 적이 있는가. 문제는 말이 아니라 말투다. 말투 하나만 바꿔도 만사가 형통이다. 말투 교정을 위해 대국민 컨설턴트에 나선 베스트셀러의 저자 2인(김범준, 박혜수)을 만나 말투 상담을 진행했다. 이제 당신의 말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말투 컨설턴트① 김범준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말투 컨설턴트①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저자 김범준


Q. 안녕하세요. 경기도 안양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53, 남)입니다. 최근 제 말투로 인해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화가 난 게 아닌지 고민했다고 하더군요. 질문하기도 전에 말을 잘라 버린다든가 무작정 짜증을 낼 때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잘 알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가정에서도 아내와 아이들이 조금 더 살가워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제 말투에 분명 문제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말투 컨설턴트① 김범준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A. 말투란 ‘말을 하는 버릇이나 모습’을 뜻합니다. 두 가지를 생각해봅니다. 우선 말투는 ‘버릇’입니다. 버릇이기에 본성이 아닙니다. 본성이 아니기에 어렵지만 고칠 수 있습니다. 말투를 고치기 어렵다면 먼저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십시오.

다음으로 말투란 ‘밖으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말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주위를 살펴보십시오. 말투 하나 잘못 사용함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한번에 망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제 우리의 말투는 안녕한지 점검해보고 개선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개저씨’라는 비속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주로 여성이나 약자에게 ‘갑질’을 하는 중년 남성을 일컫는 말이죠. tvN 드라마〈미생〉의 한 장면을 떠올려볼까요. 남자 상사가 부하 여직원에게 말끝마다 “어디 여자가?”라는 폭언을 내뱉습니다. 지하철에서 흔히 보는 경우도 생각납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는 말을 하며 한 아저씨가 욕을 합니다. 모두 ‘개저씨’들입니다. 이들이 이런 오명을 쓰게 된 이유는 말투 때문입니다.

‘개저씨’, ‘개줌마’가 아니라 친절하고 따뜻한 젠틀맨, 젠틀우먼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자신의 말투를 살펴보고 지금 당장 고쳐야 할 말투가 무엇인지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비호감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호감형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면, 말투의 개선에 답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투를 메이크업하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주어진 사회적 위치 속에서도 말투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냥 떡볶이집 사장님이 아니라 ‘친절한’ 떡볶이집 사장님, 그냥 서비스센터 직원이 아니라 ‘성실한’ 서비스센터 직원, 그냥 중소기업 부장님이 아닌 ‘배려심 가득한’ 중소기업 부장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그냥 떡볶이 가게 사장 : “만 원입니다.”
‘친절한’ 떡볶이 가게 사장 : “맛있게 드셨어요? 만 원입니다.”
그냥 서비스센터 직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성실한’ 서비스센터 직원 :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냥 중소기업 부장 : “잘하셨습니다!”
‘배려심 가득한’ 중소기업 부장 : “이 모든 성과는 김 대리 덕입니다. 잘하셨습니다!”

상황에 맞는 말을 선택함으로써 ‘그냥 나’를 ‘좀 더 나은 나’로 만드는 말투를 ‘메이크업(make up) 말투’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존경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나를 만드는 말투인 거죠.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신뢰를 얻고 싶다면 당신의 말투를 ‘메이크업’ 하십시오.

회사에서도 자신의 말투만 고집한다는 당신이라면 집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족 간 대화가 어느 순간 삐걱대고 있다면, 아내와의 대화가 엉망이 돼 간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말투를 돌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명절이 지났다고 해봅시다.

아내 : (제사를 지낸 다음 날) 몸이 안 좋아. 머리도 아프고….
남편 : 그러게 평소에 운동도 하고 그러랬잖아.

어떤가요? 이 남편, ‘하수’입니다. 남편으로서의 자격상실 일보직전입니다. 쉼이라는 뜻의 ‘휴(休)’, 거기에 연속이라는 뜻의 ‘연(蓮)’, 꿈같은 이 두 단어가 합쳐진 연휴는 역설적으로 피로가 쌓이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어쩔 수 없는, 하지만 곧 해결돼야 할 가사노동으로 인해 몸이 피로하게 됩니다. 몸의 피로는 두통 등의 증상과도 연결되죠. 이때 피로를 호소한 아내를 향한 남편의 말투가 고작 타박이라면…. 최소한 적극적 해결책이라도, 가능하면 자기반성과 함께 미래 개선의 말투를 사용하는 게 정상입니다. 자, 이제 말투를 고쳐나가 봅시다.

우선 ‘중수’ 남편입니다.

아내 : 몸이 안 좋아. 두통이….
남편 : 갑자기 음식 마련하느라 힘들어서 그럴 거야. 많이 힘들었나 보다. 약 사올까?

하지만 ‘고수’ 남편은 뭔가 좀 더 다릅니다.

아내 : 몸이 안 좋아. 두통이….
남편 : 갑자기 음식 마련하느라 힘들어서 그럴 거야. 미안해. 다음부턴 나도 함께 해볼게.

어떤지요. 이 정도는 할 만하죠? 회사에서 직원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사물은 사용의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단점을 봐야 합니다. 책상을 구입한다면 겉모습의 화려함보다는 혹시 나사가 하나 풀린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사랑의 대상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야 합니다. 혹시 ‘부하를 사용하는 리더의 말투’를 하고 있는 당신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조심하십시오. 대화라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니까요. 직장에서의 문제야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가 힘들지만 몇 가지 사례로 맛만 보겠습니다.

과장 男 : 요즘 별 일 없어?
사원 女 : 네!
과장 男 : 별일 없으면 달일은? 하하하.
사원 女 : 하하하.

사람은 꽃에서 ‘향기’를 기대합니다. 대화로부터는 ‘배려’를 기대하죠. 상대방에 대한 배려조차 없는 대화는 ‘목적 없는 내뱉음’일 뿐입니다.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조심스런 관찰과 기다림, 그리고 공감의 노력이 전제돼야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 과장의 유머, 이를 받아들이는 사원은 난감하기만 합니다. 본능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놓인 직원은 압니다. ‘그의 유머를 내가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따라 나에게 미치는 자신의 힘을 측정하려고 한다. 만약 내가 무시한다면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은 쓴웃음이라도 지으려고 합니다. 감정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최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갑질’이 다른 게 아닙니다. 바로 이러한 사소한 대화 한 토막도 철저하게 ‘갑질의 언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상급자라면 쓸데없는 유머 따위로 하급자에게 영향력을 주려고 하지 마십시오. 멀쩡한 우리 구성원들에게 감정노동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상대방의 눈에는 당신의 말이 ‘소처럼 커 보이고 싶어 하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으니까요.

본부장 : (퇴근 시간 무렵에) 오늘 우리 부서가 포상을 받게 됐습니다. 퇴근 후에 회식 하시죠! 전원 참석해주세요.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요소 중 첫 번째가 회식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우스개 유머를 본 적이 있습니다.

김 대리가 집에서 밤에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직장인의 스트레스 요인 1위가 회식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팀장에게 이 말을 꺼냅니다. 팀장이 놀라며 말합니다. “기가 막힌 일이군. 김 대리도 우리 팀 회식 횟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런 말을 들은 김 대리, 실신하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래도 회식은 좀 낫습니다. 요즘같이 좋은 날씨에 윗사람이 하는 다음과 같은 말은 절대 금기입니다. “날씨도 좋은데…. 우리 팀, 이번 토요일에 관악산 올랐다가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 어때?”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팀장 男 : 어떤가. 자네 생각은?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대리 男 : 매우 좋습니다.
팀장 男 : 역시 자넨 뭘 좀 아는군. 허허.
대리 男 : 하하... 늘 많이 배웁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괜히 의견 냈다가 잘못되면 분명 내 책임으로 돌릴 테니 밝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대화를 왜 하는 겁니까. 대화란 자신의 ‘것’을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많이 드러나게 하는 데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말합니다. 리더십의 기본은 ‘상대(부하직원)가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보유한 잠재능력을 조직 내에서 충분히 발휘하게 하는 능력’입니다. 소위 ‘답정너’ 스타일의 지도자는 절대 조직의 소통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바보는 생각을 나타내려고 말하고 현자는 생각을 감추려고 말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말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기 바랍니다. 제가 모셨던 한 임원은 “팀장은 팀원에게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와 함께 듣는 능력도 필수임은 당연합니다. 팀원을 향해 겸손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당신의 말에 팀원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을 때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은 당신이 소통에 능한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나에게 말을 한번 해보시오.”
“나는 말한 것을 후회한 적은 있지만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각각 독일과 프랑스의 격언이라고 합니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범준 저자는…

10만 부를 찍은 화제의 베스트셀러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의 저자 김범준은 LG그룹, 삼성그룹 등 대기업부터 KB국민은행, MG새마을금고 등의 금융기관, 그리고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의 공공기관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전파하는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