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5. 상속으로 본 리더십

[한경 머니 기고 =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비단 리더의 무대가 회사, 학교 등 바깥 활동에 준한 것만은 아니다. 가정에서조차 부모가 어떻게 자식들을 교육하고, 이끄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명암이 갈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성공적인 후계자 승계를 위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big story]후계자의 리더십은 기본부터 다르다
요즘 시대를 일컬어 ‘VUCA’ 시대라고 한다. 변동성이 심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시대라는 의미다. 경영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비즈니스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요인이 보다 복잡해지고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에 후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부모세대의 리더십과는 달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달라야 하며, 후계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지시적 리더십에서
참여적 리더십으로 전환하라
승계 기업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로 전환시키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대부분 의지가 강하고 지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성취지향적이다. 그들은 창업 초부터 직접 시장을 예측하고, 제품 생산과 판매, 자금조달, 재무 관리, 임직원 선발까지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지시와 명령을 통한 지시적(directive) 또는 독재적(autocratic) 리더십으로 기업을 이끌어 간다.
[big story]후계자의 리더십은 기본부터 다르다
이러한 리더십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업무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어 사업 초기 또는 고도성장기에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 때문에 부모세대들은 자신들이 성공을 이끌었던 방식을 계속 고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거에 성공한 방식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세대마다 사업 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저성장기, 그리고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시기에는 유능한 한 사람이 조직을 끌고 가는 방식보다는 조직구성원들의 협력과 공감을 이끌어내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참여적(participative) 또는 민주적(democratic) 리더십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리더십의 핵심은 조직구성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의견과 아이디어를 내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권한과 결과의 책임은 리더가 갖는다. 지금의 환경은 부모세대가 한창 일을 하던 시대와는 큰 차이가 있어 후계자들에게는 이와 같은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었을 때 후계자가 회사를 맡았다. 창업자의 밑에서 일하던 때 직원들은 그가 지시하거나 일상적으로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했기에 모두 수동적으로 일했다. 더구나 회사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 회사 분위기는 침체되고 있었다. 후계자가 회사를 맡고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자 그는 회사의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노력했다. 그가 회사를 맡고 처음으로 한 일은 전 임직원들과 함께 회사의 비전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었다.

그는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임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직원들을 참여시키려 노력했다. 또한 제안 제도를 마련해 회사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매월 전 직원이 모여 회사에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선정해 시상하는 등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가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자 직원들의 태도가 차츰 능동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자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실적이 반등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필자가 이 회사의 비전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워크숍을 끝내고 소감을 묻는 시간에 한 직원은 “회사에서 우리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니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을 여러 사람들이 모인 데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듣다 보니 내 의견이 채택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회사에 가졌던 여러 가지 불만들이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때 회사는 한 계단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권력을 사용하기보다
권위를 갖춰라
비즈니스를 시작하고부터 경영자들은 거의 모든 일에 개입하며 기업의 모든 측면에서 폭넓고 깊게 지식을 쌓게 된다. 그리고 지배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지배주주이며 최고의 지식관리자로서 회사 내에서 합법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즉,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권력(power)와 권위(authority)를 모두 갖추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후계자들에게는 근본적으로 부모세대와 동일한 권위는 없다.

권력과 권위에는 차이가 있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러나 권위는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때 얻어진다. 후계자는 오너의 가족이라는 것만으로도 기업 내에서 권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리더십의 원천인 권위는 오랜 시간 후계자가 일상의 업무를 통해 보이는 인성이나 의사결정 능력, 도덕성이나 윤리성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리더가 조직구성원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권력만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 중소기업에서는 후계자가 외부에서 경력을 쌓고 간부급으로 회사에 들어온 후 직원들의 퇴직률이 늘어났다. 한 직원은 “사장님이 잘못했다고 뭐라고 하는 거는 참겠는데,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후계자가 사장 아들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것은 참기 힘들다”고 했다. 조직 내에서 권위를 인정받기 전에 권력만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가려고 했기 때문에 후계자나 임직원 모두 힘들어하는 상태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의 후계자들이 실패한 이유 또한 권위보다는 권력만으로 조직을 이끌어 갔기 때문이다. 후계자에게 권력은 주어지지만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필요한 권위는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쌓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후계자가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지식과 리더로서 필요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성숙한 태도와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부모의 업적이나 정신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임직원을 신뢰할 때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지향적 행동을 통해 개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의 자아와 타고난 기질을 잘 통제해야 한다.
■공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책임은 본인이 지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big story]후계자의 리더십은 기본부터 다르다
직관을 뛰어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성공한 창업자들은 대부분 직관력과 창의성이 뛰어나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다. 직관력과 창의성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기질 중 하나다. 창업자들은 전략 계획을 세워 일을 단계별로 진행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의사결정을 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질은 타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계자들이 부모세대와 동일한 기질을 갖고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다른 한편, 계속 직관을 따르며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조직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후계자가 전략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전략적 사고란 기업의 비전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사, 경쟁사, 고객, 시장 등의 전략적 요소를 분석해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 전반에 대해 생각하고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인 요인과 그 영향력을 분석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관리자의 주된 일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에게 분배된 자원을 최적화하는 일이라면, 경영자는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어떤 한 방향을 향해 전진해 나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최근 급속하게 변하는 기업 환경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영자의 전략적 역할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승계를 앞둔 기업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아 어느 때보다 전략적 변신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므로 미래 기업을 책임질 후계자는 전략적 마인드로 무장한 전문경영자로 육성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략적 사고 능력과 리더십을 개발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후계자들을 전략 기획(strategic planning)에 참여시키거나 직접 전략 기획 과정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략 기획이란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최적안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경영 활동이다. 전략 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4대 요소는 비전과 미션, 핵심 가치,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이다.다시 말하면, ‘우리 회사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가’, ‘미래의 우리 회사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그것을 실행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세대가 변하면 리더십도 그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하지만 변치 않고 대를 이어 지키고 유지돼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기꺼이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며 기업을 키우겠다는 뚜렷한 의지다.
이는 단기간 기업가가 갖는 각오나 의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기간을 통틀어 기업 안에 뿌리내리고 지속돼야 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기업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려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를 이어 자리 잡을 때 기업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부모세대의 경영자가 기업 운영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은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육성하고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세대교체 자체가 재도약의 발판이 돼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화 소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가업승계 연구’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가족기업협회(Family Firm Institution)의 정회원으로, 한국인 최초로 가족기업(family business advising) 및 가족자산(family wealth advising) 컨설턴트 인증을 받았다. 대한항공, 샤프 아메리카에서 근무했으며,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로 한국재무설계에서 가업승계 및 상속·증여 컨설팅을 수행했다. 현재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컨설턴트로 가업승계 컨설팅 및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각종 CEO포럼, 후계자 양성 과정, 금융기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2호(2018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