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의암호부터 체코 카를로비 바리 등등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초가을 냄새가 묻어나는 9월이 왔다. 계절의 여왕 5월이 상반기 나들이 최적의 시즌이라면, 9월은 그저 걷기만 해도 위안이 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것저것 더하기식 여행이 아닌, 자연을 벗 삼아 힐링할 수 있는 국내외 나들이 장소들을 추천한다. 초가을 속세를 벗어나남양주 묘적사 가수 이효리가 방문해 더욱 유명세를 얻은 묘적사는 남양주시 와부면 월문리 222번지 묘적산(妙寂山) 자락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의 말사다. 백봉산(柏峰山)이라 불리는 묘적산의 남쪽 골짜기 아늑한 곳에 묘적사가 있다. 묘적사 골짜기는 협곡으로 개울을 따라 꼬불꼬불 휘돌아 들어가기 때문에 마치 별천지를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또한 골짜기가 길어서 가뭄에도 물이 많고 절 인근에 폭포도 있어 경관 또한 좋은 곳이다. 대웅전 주변의 건물들은 자연스럽게 휘어진 통나무 기둥으로 돼 있고 제법 넓은 못과 잔디밭이 있으며, 오래된 10여 그루의 회양목들을 큰 석종처럼 다듬어 놓은 것도 보기가 좋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전과 승방·요사채 2동이 있다. 대웅전 안에는 관세음보살상을 비롯해 후불탱화와 산신·칠성탱화가 모셔져 있다. 유물로는 남양주시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된 팔각칠층석탑이 유명하다. 종교를 떠나, 초가을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 폭 빠지고 싶다면 묘적사 나들이야말로, 지친 당신의 심신을 달래주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병풍같은 자연을 자전거로
춘천 의암호 스카이워크 춘천 하면 무조건 닭갈비부터 떠올린다면 춘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 ‘호반의 도시’라는 타이틀은 물론이고, 30년째 마임축제가 열리며,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즐길 수 있는 도시다. 특히,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과 지하철로도 경춘선을 이용할 수 있어 서울·경기 지역 시민들에게 근교 여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나들이하기 좋은 9월 춘천을 방문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의암호 스카이워크로 향하길 추천한다. 스카이워크는 춘천시 신동면 의암리 김유정 문인비와 송암스포츠타운 간 1.5㎞의 신규 자전거도로 개설 코스에 조성됐다. 이곳은 너비 4m, 길이 10m의 직선 부분을 지나면 지름 10m의 원형 전망대로 이뤄졌다. 인근에는 의암댐과 삼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스카이워크 바닥은 투명 강화유리로 제작돼 이곳에 발을 디디면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발아래로 보이는 의암호의 물결과 그림처럼 펼쳐진 주변 산세를 보다 보면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은 느낌마저 든다. 초가을 가족들과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한번쯤 방문하면 어떨까.
걷기 좋은 여행길
안산 대부해솔길 대부해솔길은 2016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걷기 좋은 여행길 10선’에서 경기·인천 지역 1위로 뽑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총 7개 코스로 돼 있으며, 74㎞의 해안선을 따라 대부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각 코스마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모든 코스를 하루에 다 가볼 수는 없다. 코스에 따라 낙조와 밀물·썰물 때를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 사전에 코스를 알아두면 좋다. 코스별로 소나무숲길, 염전길, 석양길, 바닷길, 갯벌길, 갈대길, 포도밭길, 시골길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또 개미허리, 구봉도 낙조전망대, 종현어촌체험마을, 어심바다낚시터, 종이미술관, 유리섬박물관, 동주염전, 선감어촌체험마을, 바다향기수목원, 어촌민속박물관, 누에섬등대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만날 수 있다. 오는 9월 15일에는 ‘전국 대부해솔길 걷기 축제’가 열리니 놓치지 말자. 해솔길 걷기는 해솔길 6코스와 바다향기수목원길 코스에서 순환형으로 진행되며, 총 거리는 4.5km,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부대행사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시기 안산행 나들이도 좋을 듯하다.
죽림욕으로 심신에 청량감을
담양 죽녹원 예부터 ‘죽향(竹鄕)’이라 불려온 전남 담양은 국내 최대 대나무 산지다. 전국 대나무 재배면적(7662만㎡)의 32%(2420만㎡)가 담양에서 자라고 있다. 죽녹원은 담양읍 향교리에 펼쳐진 16만여 m³에 달하는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2003년 5월 2.3km의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담양군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힐링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 있던 몸을 풀고 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일상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다. 죽로차 한 잔으로 목을 적시고 죽림욕을 즐기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대나무를 올려다보자. 그 순간만큼은 자신을 눌렀던 스트레스와 중압감은 잠시 떨쳐버릴 수 있을 터이니. 좀 더 유익한 나들이를 원한다면 문화관광해설사의 해박한 설명을 함께한다면 금상첨화다.
세계 최초 대중 개방 동물원
영국 런던동물원 세계 3대 도시 런던은 1년 내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피카딜리서커스, 빅벤, 대영박물관, 타워브리지, 버킹엄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그야말로 사람 구경이 반일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런던 내 자연풍광과 산책을 원한다면 런던동물원(London Zoo)을 추천한다. 런던동물원은 세계 최초로 대중에게 개방된 동물원이다. 런던동물원은 1828년 세계 최초의 동물학자 협회인 ‘런던동물학회’의 관리하에 개장됐으며, 창립자는 싱가포르 항구를 세운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다. 리젠트파크 북쪽에 자리한 런던동물원은 14만5686㎡의 면적에 806종, 1만9178마리의 개체(2013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동물원 구경과 함께 영국 왕실 공원 중 하나로 런던에서 가장 큰 공원인 리젠트파크 나들이도 추천할 만하다. 공원은 이오니아식 기둥을 가진 호화로운 테라스하우스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저택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공원은 마치 광대한 개인 정원처럼 보인다. 특히, 매년 5~9월은 런던에서 가장 큰 야외극장인 오픈 에어 시어터(Open Air Theatre)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과 코미디 등이 펼쳐진다. 공원에는 스포츠 시설도 구비돼 있어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심 속 안식처에서의 물놀이
홍콩 구룡공원 홍콩 하면 역시 야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구룡반도에서 바라본 화려한 홍콩섬의 야경은 언제나 그렇듯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지만 이 그림 같은 야경도 사실 한두 번 보면 그 감흥이 처음만 못한 것이 사실. 홍콩 사람들이 데이트나 산책 코스로 즐기는 곳이 따로 있었으니 바로 구룡공원(九龍公園)이다. 홍콩인들에겐 도심 속 안식처란 표현이 딱 맞는 이곳은 침사추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공원으로, 규모만 약 14만8760㎡에 달한다. 원내에는 실내외 수영장, 홍학을 볼 수 있는 버드레이크, 분수대, 스포츠센터 등 다채로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즐비하다. 1970년 공원이 처음 오픈됐을 당시에는 단순한 공원 형태였지만 1989년부터 원내 개발이 진행되면서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히, 한여름에 이곳을 방문해 도심 속 수영장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긴다면 특별한 나들이 경험이 될 것이다.
상처 치유 온천 마을
체코 카를로비 바리 체코 하면 역시 프라하의 낭만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프라하는 한 해 1억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번잡한 프라하를 벗어나 체코인들이 근교 나들이로 좋아하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다. 체코 카를로비 바리는 ‘카를 왕의 원천(源泉)’이라는 뜻의 온천 마을이다. 14세기 중반 카를 4세가 보헤미아 숲에서 사냥하던 중 다친 사슴이 원천에 들어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온천의 효능이 알려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이 유명해졌다. 18세기에는 왕족과 정치가 등 저명인사와 수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발전했다. 마리아 테레지아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1세를 비롯해 쇼팽, 바그너, 브람스, 리스트 등의 음악가나 카프카, 괴테 등의 문인들도 자주 방문했다. 체코 온천은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뿐만 아니라 시음을 하는 치료법으로도 유명하므로 거리를 산책하면서 온천수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콜라나다(온천이 솟는 주랑)에는 곳곳에 온천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다. 프라하에서 카를로비 바리까지는 버스로 2시간 이상, 직행열차로 3시간 이상 걸리므로 며칠 머무는 것이 아닌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
일본 기요미즈데라 ‘교토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방문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히가시야마의 유명한 절과 신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여행자가 많이 찾는 성수기에는 교토역 버스승강장에서 정규 버스 외에 ‘임시’라고 붙인 버스가 운행될 정도다. 기요미즈데라는 오토와산 중턱의 절벽 위에 위치한 사원으로 탁 트인 주변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다. 또한 사찰 안에는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지슈진자와 마시면 건강, 학업, 연애에 효험이 있다는 오토와폭포가 있다. 사계절 모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지만 특히 4월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11월 말부터 12월 초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조금 여유로운 나들이를 원한다면 9월 초 이곳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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