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거의 모든 슈퍼카와 최고급 세단엔 ‘로망’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다. 고급 자동차는 남자의 로망인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다. 늘 궁금했다. 왜 남자들은 자동차를 선망하는 것인지. 포털 사이트의 지식 코너엔 비슷한 요지의 질문들이 버글버글했다. 그리고 그 질문마다 자글자글 댓글이 달렸다. ‘예쁜 여자를 꼬실 수 있으니까’부터 ‘남자의 본능’이라는 의견까지. 그러나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건 ‘부와 신분의 상징이니까’라는 의견이었다. 멋진 차를 타면 자기만족과 더불어 상대적 우월감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거다.
필자는 직업 특성상 늘 신차를 몬다. 앙증맞은 경차에서부터 호화스러운 최고급 세단, 늘씬한 스포츠카에서 집채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차종도 종횡무진 넘나든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의 상징적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험이 잦은 편이다.
이따금씩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나 번잡한 도심에서 끼어들기를 할 때 비싼 차를 타고 있을수록 성공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이는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주위에서 보다 긍정적 반응을 얻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상대방을 파악하고 가늠하기 위한 동물적 감각이 냄새와 체격 대신 자동차의 가치를 따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오죽하면 ‘잘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답했다’는 광고가 만들어졌을까. 남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단을 당하거나 남을 재단하는 데 익숙하다. 이 같은 경험은 선망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한 욕망으로 승화된다.
그런데 남자는 왜 수많은 제품 중 유독 자동차에 집착하는 것일까. 부의 척도인 동시에 대중적인 이율배반적 성격 때문이다. 같은 탈것이라도 요트나 자가용 제트기를 머릿속에 뚜렷이 그리고 사는 남자는 드물다. 수억 혹은 수십억부터 시작하는 가격대가 현실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다. 반면 자동차의 가격대는 매우 다양하다. 끝자락이 까마득할지언정 차곡차곡 키워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언젠간 ‘드림카’에도 오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샘솟는다. 또한 성능이 좋은 차는 디자인도 근사하기 마련이어서, 외모나 패션의 결함을 살짝 감싸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자동차는 어쩌면 남성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독립 공간이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서도 개인적인 삶을 보장받기 어려운 남자들이 거의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자동차인 것이다.
‘남자의 일탈’을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자동차를 떠올린 건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로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끝내주게 잘 달리는 슈퍼카를 타고,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선망의 눈빛을 즐기며, 오롯이 혼자 즐기는 시간. 남자에게 이만 한 ‘일탈’이 또 있을까. 물론 수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를 구입하라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슈퍼카를 빌려 탈 수도 있다. 가령 ‘카타고’에서는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와 포르쉐 파나메라, 메르세데스-벤츠 S560 마이바흐, BMW i8 등을 대여할 수 있다. i8 기준 렌트비는 하루 40만~ 50만 원 선. 기사가 직접 찾아가 차량을 배달해주는 픽업 딜리버리 서비스(서울과 경기 지역)와 VIP 의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웨딩촬영 및 행사 차량 대여도 가능하다.
반면 ‘올카’에서는 남자들이 꿈꾸는 거의 모든 자동차를 빌려 타는 것이 가능하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같은 슈퍼카를 하루 100만~200만 원 선에 렌트할 수 있다. 또한 ‘뿅카’는 잘 알려진 ‘쏘카’, ‘그린 카’와 같은 카셰어링(car sharing) 업체다. 다만 ‘뿅카’는 렌터가를 통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산차부터 포르쉐, 마세라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량을 시간 단위로 빌려 탈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과 차를 선택한 뒤 ‘결제하기’만 누르면 끝. 50~70%에 이르는 당일 특가를 이용하면 포르쉐와 마세라티의 차량을 하루 30만 원에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아주 비싼 허세(?)일 수도 있겠지만 일생에 단 하루쯤은 충분히 지갑을 열 만한 가격이 아닐는지.
Dream Car
Porsche 911 Turbo S
우리가 흔히 슈퍼카라 말하는 스포츠카는 생각보다 운전이 녹록지 않다. 방지턱 하나 넘는데도 괄약근까지 움찔움찔 긴장하게 된다. 반면 포르쉐는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 부담없이 만들어진 ‘데일리 스포츠카’다. 특히 ‘911 터보 S’의 경우 최고 시속 330km와 제로백 2.9초의 성능을 뽐내면서도 운전이 아주 편안하다. 차선 변경 보조 시스템 등 안전 및 편의장비도 알차게 들어찼다.
Bentley Bentayga
슈퍼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12기통의 신형 W12 엔진을 얹고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4.1초 만에 도달한다. 게다가 이 차는 벤틀리가 아닌가.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외관은 물론,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제작으로 완성한 실내는 마치 요트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고급스럽다.
BMW i8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슈퍼카 수준의 성능과 소형차 수준의 연비를 동시에 만족한다. 제로백 4.6초의 성능을 충족하면서도, 리터당 50km(유럽 기준)라는 압도적인 연비를 자랑하는 것.
Ferrari 812 Superfast
페라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세상 모든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진정한 드림카다. 게다가 슈퍼페스트라니. 페라리 812 슈퍼페스트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로 최대 출력 800마력과 최대 토크 73.3kg·m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발휘한다. 페라리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섹시한 디자인은 어디서든 경외심 어린 시선을 끈다.
Mercedes-Maybach S-Class
스포츠카보다는 최고급 세단이 드림카인 남자도 있을 것이다. 마이바흐는 럭셔리 세단의 ‘끝판 왕’이다. 뒷좌석에 앉으면 어찌나 편안한지 졸음이 솔솔 온다. 등 받침이 43.5도까지 눕혀지고 세계 최초로 온돌 방식 마사지 기능도 장착했다.
Tesla Model S
얼리어답터라면 주목할 만하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신기술이 가득하다. 이를테면 스마트키를 쥐고 가까이 다가서면 스르르 손잡이가 나타난다. 시동 버튼도 따로 없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튀어나가고 발을 떼면 멈춘다. 제로백은 무려 2.7초. 1회 충전으로 42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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