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웨강아오 대만구’ 추진, 세계 최대 경제 허브 될까
[한경 머니=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 사진 한국경제DB]현재 중국 정부는 기존 홍콩~선전과 함께 마카오와 광둥성의 주요 9개 도시를 아우르는 거대 단일 경제권 ‘웨강아오 대만구’를 구축하고 있다. ‘웨강아오 대만구’가 세계 3대 베이를 넘어서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로 비상을 이룰지 주목된다.

세계 최장 해상 교량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5월 말 시험을 거쳐 오는 7월 정식으로 개통된다. 강주아오대교는 홍콩~중국 광둥성 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 길이 55km에 달하는 다리다. 강주아오대교는 주장(珠江)삼각주 앞바다를 가로질러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강아오 노선(港澳線)과 홍콩과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 노선(港珠線)으로 구선된 와이(Y)자 형태다.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총 공사비 1159억 위안(19조7000억 원)을 투입해 건설을 시작한 강주아오대교는 해상교량 22.9km 구간과 해저터널 6.7km 구간, 터널 양쪽의 인공섬, 출입국 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특히 해저터널은 수심 48m 지점에 33개의 대형 관을 연결해 만들었다.

교량 구간과 해저터널 구간이 해상에 건설된 2개의 인공섬을 통해 연결됐으며, 해저터널 구간을 통해 30만 톤급 유조선이 운항할 수 있다. 본체 구조물 공사에만 40만 메트릭톤(MT)의 철근이 투입됐다. 16급 태풍과 규모 8.0의 지진을 견딜 수 있으며, 120년간 사용이 가능하다. 강주아오대교가 개통되면 기존 3시간이었던 홍콩~주하이 또는 마카오 육로 구간이 30분으로 단축된다.

강주아오대교를 통행하는 자동차의 최고 운행 속도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시속 100km로 제한될 예정이다. 모든 차량은 다리를 건너는 도중 해저터널로 진입했다가 빠져 나오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강주아오대교가 개통되면 앞으로 주하이와 마카오뿐만 아니라 홍콩과 선전까지 일일생활권으로 묶여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강주아오대교 건설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할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의 의도는 기존의 홍콩~선전을 연결하는 경제권을 넘어 마카오와 광둥성의 주요 9개 도시인 광저우, 주하이, 둥관, 포산, 후이저우, 중산, 장먼, 자오칭 등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 단일 경제권인 웨강아오(粵港澳) 대만구(大灣區, greater bay area)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앞으로 광둥성과 홍콩 및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로 만들려는 야심까지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는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광둥성 지방정부 주도로 홍콩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금융 및 물류 기능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대주장삼각주(大珠江三角洲) 개념이 나왔다. 당시는 중국 지방정부 차원의 지역개발 계획이었다.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 계획은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이 계획을 밝혔으며,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이 계획을 국가급 신규 개발 사업으로 확정했다.
中 ‘웨강아오 대만구’ 추진, 세계 최대 경제 허브 될까
◆경제 허브, 첫 단추는 육로 인프라 구축

웨강아오 대만구는 세계 3대 베이(샌프란시스코 베이, 뉴욕 베이, 도쿄 베이)에 필적할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 베이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4400억 달러, 샌프란시스코 베이는 7900억 달러, 도쿄 베이는 1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웨강아오 대만구의 총인구는 6733만 명, 면적 5만6500㎢, GDP는 1조5000억 달러로 경제규모 면에서는 한국(5180만 명, 1조5300억 달러)과 맞먹는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메이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GDP가 오는 2020년에는 2조200억 달러, 2022년에는 2조3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2030년 세계 3대 베이를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 허브가 될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웨강아오 대만구를 세계 최대 경제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야심 찬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7년 홍콩을 귀속한 후부터 웨강아오 대만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추진하지는 못해 왔다. 가장 큰 문제가 낙후된 육로 인프라였다. 주장삼각주 동편과 서편을 육로로 오가려면 해안을 따라 돌아가야 한다. 페리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홍콩~마카오 구간도 육로를 이용하면 3시간 넘게 걸린다. 하지만 강주아오대교가 개통되면 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된다.

중국 정부는 2024년에는 강주아오대교 북쪽에 선전과 중산을 곧장 잇는 선중대교를 개통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또 내년에는 광저우와 둥관을 연결하는 후먼2교를 완공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홍콩~선전~광저우를 잇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을 완전 개통할 예정이다. 선전~광저우 구간은 2011년에 이미 개통됐고 홍콩~선전 구간이 오는 9월에 정식 개통된다. 광선강 고속철이 전 구간 운행에 들어가면 기존 철로로 2시간 걸린 홍콩~광저우 구간이 48분으로 단축된다.

중국 정부는 경제특구인 광둥성 선전시를 둘러싼 장벽과 검문소도 없앤다. 중국 정부는 1980년 개혁·개방 당시 선전경제특구를 조성할 때 몰려드는 인파와 물류를 통제하기 위해 136km에 이르는 장벽과 검문소를 만들었다. 초라한 어촌이던 선전은 지난해 홍콩의 GDP를 추월했다. 홍콩 통계처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홍콩의 GDP는 2조6626억 홍콩달러로 홍콩달러·위안화 간 기준 환율로 환산하면 2조1530억 위안(366조 원)이었고, 선전의 GDP는 2조2438억 위안(382조 원)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선전의 장벽을 허무는 것은 경제 발전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물리적 경계를 없애 지역의 통합을 촉진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선전은 이에 따라 앞으로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권의 최대 경제 도시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대만구가 서로 다른 도시들 간의 시너지로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은 금융과 무역 및 서비스업이 발달했고, 마카오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관광과 레저산업으로 유명하다. 선전과 광저우는 스마트폰,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IT) 및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다.

이 도시들이 1시간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통합되면 중국 기업들은 홍콩의 금융과 회계 및 법률 서비스를 더욱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글로벌 역량이 높은 홍콩 청년들을 영입할 수 있다. 홍콩 기업들은 중국인 고객을 더욱 많이 유치하고 첨단 제조업과 IT 분야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발전 전략에 따라 중국 정부는 홍콩~마카오~광둥성 간 출입국 심사를 없애거나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웨강아오 대만구 내 주민을 위한 통합 전자 신분증 발급을 제안하기도 했다.

베이(灣區) 경제는 항구라는 자연 지리적 조건을 기초로 형성된 지역경제 형태를 말한다. 개방적인 경제 구조, 고효율적인 자원 배분 능력, 발달된 국제교류 네트워크 등 뚜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 세계 60%의 경제 총량이 항구와 만 지역 및 인근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세계 75%의 대도시, 70%의 산업자본과 인구가 해안으로부터 100km 거리에 집중돼 있다.

도쿄 베이는 인구 비중 33%와 토지 2.6%로 일본 경제 총량의 3분의 2와 공업생산량의 4분의 3을 산출해냈다. 일본 최대 산업 광역 도시권이자 국제금융센터, 교통 허브, 비즈니스센터,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 뉴욕 베이는 인구 비중 10%와 토지 0.3%로 미국 제조업 생산의 3분의 1을 창출해냈고, 세계 500대 기업 중 60개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베이 경제는 대규모, 고밀도, 고생산성을 특징으로 지역경제의 성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중국 전국 토지 면적의 1%도 못 미치고, 인구수도 전국 총인구의 5%에도 못 미치지만, 지난해 전국 GDP의 13%를 창출했다. 현재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 총량은 이미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넘어서서 뉴욕 베이에 근접한 수준이고, 수출입 무역액은 도쿄 베이의 3배 이상이며, 역내 항구 컨테이너 물동량은 세계 3대 베이 총합의 4.5배다.

웨강아오 대만구 육지 면적은 5만6000㎢로 뉴욕 베이의 2.6배, 도쿄 베이의 1.5배,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3.1배다. 1인당 평균 GDP는 뉴욕 베이의 32%, 도쿄 베이의 41%,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18%에 불과하고, 경제밀도도 46%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또 항구경제와 공업경제 단계에 있다. 항구 컨테이너 물동량이 3대 베이 총합의 4.5배에 달하지만 제3산업 비중이 62.2%에 불과해 3대 베이의 82%에 훨씬 못 미친다.

홍콩에선 웨강아오 대만구에 대한 상당한 반감도 있다. 홍콩 주민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 홍콩이 광둥성의 일부로 편입돼 고도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자인 덩샤오핑이 1982년 9월부터 홍콩의 주권 반환 협상을 하면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게 일국양제(一國兩制), 항인치항(港人治港), 고도자치(高度自治) 등 3대 원칙을 약속했었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에 2개 체제, 다시 말해 국가는 중국이지만 홍콩의 각종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항인치항은 홍콩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도자치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양국은 1984년 12월 19일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홍콩 주권은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양됐고, 중국은 홍콩특별행정구를 설치했다. 홍콩은 현재 덩샤오핑이 약속한 3대 원칙이 퇴색하면서 ‘중국화(中國化)’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주권을 반환받은 초창기에는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했다. 영국과 캐나다 등으로 이민 갔던 홍콩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등 주권 반환 10주년인 2007년만 해도 일국양제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홍콩을 강압적으로 통치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은 이미 홍콩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 분야는 중국 기업에 완전히 장악됐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 경제가 앞으로 중국에 더욱 종속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중파인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경제는 본토 경제에 통합될수록 이득이다”라며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콩의 경제 전문가들도 “앞으로 홍콩 경제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압력과는 별개로 이미 홍콩 기업들의 주요 손님이 중국 기업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와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아무튼 웨강아오 대만구가 성공을 거둘 경우 중국이라는 용이 홍콩과 마카오라는 두 개의 여의주를 물고 비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