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자산가의 10년 상속·증여 플랜C, 신탁

[한경 머니 기고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백년지대계’가 어디 교육뿐이랴. 이제는 우리의 인생도 100년을 대비해야 할 세상이다. 상속과 증여 전략도 마찬가지다.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인생의 긴 레일에서 단단한 안전대가 돼줄 신탁이 뜨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신탁을 활용한 상속·증여 절세 플랜에 대해 알아보자.
불안한 노후, 신탁으로 안전판 마련
‘상속 고민은 그저 절세’라고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세무는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과표를 줄이기 위한 방법, 공제를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상담을 받는 수고스러움도 다 세금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런데 상속 설계가 어찌 세금의 문제만 고려해서 풀릴 문제이겠는가. 내가 가진 100억 원대 재산의 구성에 따라서도 그 해법이 다를 것이고 누구에게 주어야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재산이나 기업이 오랫동안 유지될지도,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현재 또는 미래 가치 보존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지 각자의 고민과 해결책도 다를 것이다.

더구나 고령사회가 되면서 치매가 오거나 활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존중받는 노후를 보내기 위한 문제도 있고, 먼저 사망한 자녀 또는 이혼한 자녀로 인한 대습상속과 미성년자 손주와 관련된 재산 보존에 대한 고민도 있으며, 장애인 자녀, 낭비하는 자녀 등의 다양한 요소들도 상속 설계에 녹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자녀들 간 불균형적인 상속 설계는 사후에 오히려 갈등을 양산하는 걸 보면서 그에 대한 대책도 적절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처분과 보유에 대한 고민을 세무적 관점과 실물에 대한 점검을 통해 매각 후 현금 상속과 보유 시 자산 가치 증식을 위한 해결 방안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풀어 가야 할 것이다. 부자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결과인 금전과 부동산 등의 재산이 생전에 잘 사용되다가 자신의 후세들을 위해 오랫동안 버팀목이 되면서 살아온 사회를 위해 작지만 봉사하고 기부하는 고민들을 이젠 풀어 갈 시점이다.

부자들의 자산 보유 현황과 상속 설계 방향
최근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808명 고객의 설문조사를 통해 자산관리 행태 및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2018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내용은 우리나라 부자들의 경우, ‘총 자산의 44%는 노후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물론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 수입이 있기 때문에 월 1000만 원의 평균 지출 금액으로 인해 56%만이 상속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연금 등을 포함한 자산 구성을 통해 자신의 노후를 지키는 자산 운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동산자산은 평균 70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 주택은 통상 거주용 이외에도 투자 목적으로 최소 1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설문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외 4월에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중과나 하반기 예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정책에는 둔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약 4.7%만이 주택을 매각했고, 58.6%는 향후 2~3년 안에 보유하고 있는 투자용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함에 따라 상속으로 이전될 부동산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나 다음 세대를 위한 든든한 자산으로 구성하고자 함을 읽을 수 있다.

실제 고령층 자산가들과의 상담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자산의 구성 비율은 조금 다르게 생각된다. 시니어타운에 거주하는 분들은 필요에 의해 현금 비중이 매우 높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부동산 비율이 전 자산의 70~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다음 세대로의 안전한 이전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현 세대의 상속 고민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상속인들도 지역별, 부동산 종류별 미래 가치에 대한 예측이 서로 달라 적절한 분배에 대한 협의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 상속을 했지만 관리 주체가 투명한 업무 처리를 못하거나 하지 않을 경우에는 감정적 문제로 악화되면서 현 가치보다 낮게 서둘러 매각하기도 한다. 부모가 오랫동안 유지될 자산으로 부동산을 남겨주었음에도 말이다.

신탁 활용 관심 증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평소 부모님 유지를 잘 받들어 상속 문제도 아무런 갈등 없이 형제간 분배 협의가 마무리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모의 뜻대로 자녀 세대에 원만하게 이전돼 오랜 기간 동안 보전되려면 우선은 부모의 뜻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일반 가정에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자녀 세대 간 얼굴을 맞대고 협의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졌고, 장자나 아들이라고 해 과거처럼 부모를 한 집에 모시고 살거나 제례 문화에 대한 의식도 약해져 과거처럼 아들 주도의 상속 협의는 이미 어려워졌고 기대하기도 힘든 분위기다.

그렇다고 모든 가정이 철저히 균등한 상속을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재산을 보유한 부모의 의지와 보유 재산 중 부동산에 대한 애착, 그리고 가업승계 등의 문제가 함께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산관리 능력이 없는 상속인이 있을 경우에는 그를 위해 더 챙겨야 하고 별도의 관리 방법이 붙어야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방법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상속 설계의 고민은 세금 플랜과 신탁을 활용해 맞춤형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신탁은 고객의 재산을 생전부터 보관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정할 수도 있어 자신의 노후를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신탁계약 자체가 재산의 유언과 같은 효력이 있어 수탁자에 의한 상속 집행을 통한 형제간 다툼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상속인이 어리거나 자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까지 보살필 수 있는 관리 방법도 준비할 수 있다.

신탁 플랫폼을 기반으로 부동산자산의 경우에도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매각 후 상속할 경우와 상속으로 갈 경우 세금의 차이를 비교함은 물론이고, 그 부동산을 보유할 경우 관리 방안과 자산 가치를 증식하기 위한 사전증여와 신축 콘셉트 등에 대하여도 동반자로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리 보전될 자산은 본인이 지정한 대로 집행, 처리될 것이다.
불안한 노후, 신탁으로 안전판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