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매각을 이유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이런 이유로 임차인의 권리를 막는다면 그 자체가 위법이다.
[아하 부동산 법률]
건물 매매는 권리금 회수 방해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 주선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신규 임차인의 자력 부족, 임차인으로서의 의무 위반 우려,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이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이 전부다. 건물 매각 예정이라는 사유는 목록 어디에도 없다.
임대인은 "내 재산을 처분하는 자유까지 법이 침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처분의 자유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처분의 자유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할 권리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임대인은 건물을 팔더라도, 매매 완료 전까지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고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를 여전히 진다. 이를 외면한 채 매매를 이유로 주선을 거절한다면, 그 행위 자체가 방해 행위에 해당하고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른다.
실무에서는 또 다른 변형이 자주 등장한다. 임대인이 직접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매수인(새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승계를 막도록 유도하거나 사실상 신규 임대차 체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경우다. 법원은 이처럼 우회적인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보는 것이다. 임대인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리금 손해배상청구의 시효도 놓쳐서는 안 된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4항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다. 매매 과정에서 권리금 피해를 봤다면, 임대차가 끝난 뒤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흩어지고 청구권은 사라진다.
임차인이 실제로 이 권리를 행사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임대인이 매매를 이유로 신규 임차인 주선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순간, 그 내용을 문자, 녹취, 내용증명 등으로 남겨야 한다. 임대인이 거절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힌 경우라면, 임차인은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매매는 권리금 분쟁을 피하는 방패가 아니다. 건물이 팔리든, 재건축이 예정돼 있든, 임차인이 수년간 쌓아 온 영업 가치는 법의 보호 아래 있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외면할수록 손해배상의 규모만 커질 뿐이다. 권리는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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