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일상속법(UPC)을 채택하지 않은 주들은 거의 대부분 증인이 신빙성이 있거나 증언 능력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증인은 유언 당시 상황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유언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범죄 전과는 증인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 일부 주에서는 증인이 될 수 있는 최저 연령을 규정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최소한 18세 이상이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예컨대 노턴 對 힌슨(Norton v. Hinson) 사건에서 아칸소주 법원은 증인들 중 한 사람이 유언장에 서명할 당시 아직 18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유언장은 무효라고 판결했다(아칸소주 대법원, 1999년).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증인의 연령을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유언장 작성 시 발생하는 사실들을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다면 설사 미성년자라도 유효한 증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한편 유언의 수익자가 그 유언의 증인인 경우, 즉 이해관계가 있는 증인의 경우에는 증인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전통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가장 전통적인 해결책은 증인결격자로 보아 유언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이고(증인결격), 그다음으로는 그 증인결격자에게 유증된 부분만 무효로 하는 것이다(제거법령). 마지막으로는 유언 전부를 유효로 보는 입장이 있다(UPC).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증인결격자가 참여한 유언은 그 유언 전부가 무효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유언 증언, 어디까지 인정되나
보통법(common law)에서는 소송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이 증언하는 것이 금지됐으며,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를 위해 증언하는 것도 금지됐다. 그리고 이러한 ‘증인결격(disqualification)’은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배우자에게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이러한 증인결격은 일반 소송에 관한 한 미국에서는 거의 폐지됐다. 따라서 증인이 소송에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은 증인의 신빙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될 수 있을지언정, 증언 자체를 배제시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언법 분야에서는 이러한 보통법의 전통을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원래의 사기방지법은, 유언이 3명 내지 4명의 신빙성이 있는 증인들에 의해 인증될 것을 요구했다. 보통법에서는 이해관계인이 증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유언에 대한 신빙성 있는 증인이 될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필요한 증인들 중 한 사람이 유언의 수익자인 경우에는 그 유언은 완전히 무효가 됐다. UPC를 채택하지 않은 주가 다음에서 살펴볼 제거법령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여전히 이러한 보통법의 원칙에 따라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1752년 영국에서는 유언장 중에 이해관계인에 대한 증여 부분만 유언으로부터 제거하는 이른바 ‘제거법령(Purging Statute)’이 시행됐다. 그 결과 유언자가 증인에게 유증을 함으로써 증인이 이해관계인이 된 경우 그 증여는 무효가 되지만 해당 증인은 결격하지 않고 유언장의 나머지 조항들도 그대로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UPC를 채택하지 않은 주들은 거의 대부분 이러한 취지의 제거법령을 가지고 있으며,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이 유언으로부터 받을 몫을 그들의 무유언상속분까지로 제한한다. 전통적인 제거법령이 이해관계인에 대한 증여를 전부 무효화하는 데 비해, 미국의 현대적인 제거법령에 의하면 이해관계인에 대한 증여는 무유언상속분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 즉 이해관계인이 상속인이거나 이전의 유언에 의해 수증자가 된 경우에는 무유언상속분 또는 이전의 유언에 의해 유증받을 수 있는 몫을 가지는 것을 허용한다.
최소 2명 이상의 증인을 요구하는 주에서 증인 3명이 모두 유증을 받아서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이 됐다고 한다면 그 유언의 효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와츠의 유산사건(In re Estate of Watts)에서 이들 3명의 증인들(이들은 모두 유언자의 상속인이 아니었다)은 각자가 유언으로부터 받은 증여는 그 증여에 관한 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2명의 증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관할 지역인 일리노이주는 전통적인 제거법령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인증유언의 증인이 그 유언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그 유언이 두 사람 이상의 별도의 중립적인 증인들에 의해 인증되지 않은 한 그 이익은 무효가 됐다.
일리노이주 항소법원은 그 유언이 별도의 중립적인 2명의 증인을 가지지 못했다고 보아 이들에 대한 유증은 무효이지만 그 밖에 해당 유언의 나머지 유증 부분은 이들 증인들의 인증에 의해 유효하게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일리노이주 항소법원, 1979년).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이 존재하는 경우 보통법에서는 유언 전부가 무효이고 제거법령에서는 일부가 무효이지만, 결국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은 부정직하다고 보아 무효를 추정한다는 점에서는 양자가 동일하다.
그런데 UPC는 이와 같은 무효의 추정을 완전히 철폐했고, 일부 주에서는 이러한 UPC 규정을 채택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증인 능력이 있는 사람은 유언의 증인이 될 수 있고,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이 유언장에 서명한 경우에도 그 유언장 전체 또는 일부 조항이 당연히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즉 유언에 있어서의 이해관계는 이제 더 이상 증인 결격 사유가 되지 않으며, 그러한 유언에 기한 증여를 무효로 만들거나 몰수하지도 않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UPC 조항을 채택한 주는 현재까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대다수의 주들은 여전히 제거법령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유언에 관해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이 있는 경우 유언자가 부당한 영향(undue influence)하에 있었다고 추정하되 이해관계에 있는 증인이 반증을 제출해 이러한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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