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처음으로 증여를 고민하는 시기는 자녀들의 결혼 무렵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 요지의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주택 가격은 자식 세대가 결혼 전까지 수년 치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는 가격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늙어 가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대를 건너뛴 손자 세대에 대한 증여도 최근 금융권 PB센터의 주요 질문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증여의 고민은 절세에서 시작된다. 최고 상속·증여세율이 50%에 달한 상황에서 부부나 자식, 손자 등 증여를 받는 대상이 그 누구라 해도 복잡한 셈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증여는 생전에 차근차근 플랜을 세워 자신의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속 플랜의 중요한 툴이 되고 있지만 섣부른 실행은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한경 머니가 상속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알쏭달쏭한 증여 고민거리 9제(題)를 풀어봤다.
◆자녀들 증여세, 대신 내줄 수 없나?
강남대로에 100억 원대 빌딩을 소유한 자산가 김 모 씨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사전증여를 해주고 싶어도 자식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걱정이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자녀가 납부해야 하는데 현금이 아닌 부동산은 이를 처분해 세금을 납부하기도 막막하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우선 현금 자산으로 갖고 있는 10억 원 정도를 증여해준 뒤 증여세는 자신이 대신 납부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한 뒤 아들의 통장에 몰래 넣어주면 과세당국에서 모르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처럼 자녀를 대신해 납부한 증여세는 부모가 또다시 증여한 것으로 보므로 당초 증여한 재산가액에 대신 납부한 증여세를 합산해 과세하게 된다. 감쪽같이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세당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고액의 현금 인출 등 탈루가 의심되는 금융정보를 제공받아 김 씨의 의중을 손바닥에 펼쳐 놓고 보고 있다. 자녀가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이 없다면 증여세 상당액만큼의 현금을 더해 증여해 한 번의 신고 납부로 증여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 은행에 적금을 드는 경우가 있는데 자녀의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 등으로 볼 때 예·적금, 주식매수 대금, 부동산 등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그 재산을 자녀가 취득한 때에 증여를 받은 것으로 추정해 이를 증여재산가액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또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현금을 입금한 경우도 입금한 시기에 증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중 증여의 우선순위는?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과 주식 중 어떤 것을 먼저 증여할지다. 또 부동산 중 여러 물건이 있을 경우 그중 어떤 것을 먼저 자식에게 증여하는 게 나을지도 고민거리다.
이상혁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은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부동산, 금융재산 등 재산의 종류가 다양할 때 무엇부터 증여를 해주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라며 “고객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부동산을 먼저 증여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금 자산의 경우 추후에 낮게 평가될 소지가 적지만 부동산은 시가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시가의 70~80% 정도인 공시지가로 평가돼 다른 자산에 비해 증여세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가 부동산이라면 자녀들이 임대수입으로 추가적인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공시지가나 기준시가가 고시되는 시기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재현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 회계사는 “개별공시지가나 기준시가는 통상 1년에 한 번 고시하는데 증여일 현재 고시돼 있는 가액을 적용해 평가한다”며 “이에 따라 기준시가 등이 고시되기 전후 언제 증여하는지에 따라 과세표준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고시가액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점차 가액이 상승하기 때문에 고시일 전에 증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게 김 회계사의 조언.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매년 5월 말, 개별주택가격은 매년 4월 말과 9월 말, 주택 이외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 등은 매년 12월 말경에 고시된다.
주식도 저평가 됐을 때 증여하면 그 시점의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상장된 주식은 증여 시점 전후 2개월간(4개월, 약 120일간) 종가를 평균해 따진다. 상장주식을 증여하려면 주식가격이 떨어지거나 조정장일 때 증여하는 것이 절세 노하우이며, 증여 뒤 주가가 너무 급변동했다면 취소도 가능하다. 다만 증여하고 3개월이 지난 후 증여를 취소하면 증여세는 반환되지 않는다.
◆부부간 증여 시 챙겨봐야 할 점은?
박 모 씨는 아내 한 모 씨를 위해 아파트를 한 채 사주고 싶은데 소득이 없는 아내에게 사전증여를 하게 되면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 사랑받는 남편의 길은 멀고 험한 걸까.
박 씨의 고민은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다. 부부간 증여의 경우 10년간 6억 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6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아내가 소득이 없더라도 증여재산공제(6억 원) 이하이므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박 씨가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취득했다면 나중에 박 씨 사망 후 아파트가액만큼 상속재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아파트 명의는 아내 앞으로 취득해 놔야 부담이 없다. 아내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게 되면 나중에 박 씨가 빚보증을 섰다가 잘못되더라도 그 재산만큼은 지킬 수 있으며, 혹여 사업을 하다가 부도 등의 사유로 세금을 체납해 재산이 공매되는 경우에도 재산을 지킬 수 있다. 다만 고의로 세금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아내 명의로 돌려 놨다면 체납 세금을 징수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아파트는 5년 이내에 팔면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물건을 5년 이내에 팔 경우 양도물건의 취득가액(당초 증여자의 취득가액)은 양도자(배우자 등)에게 증여한 사람의 취득가액으로 계산하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필요경비로 차감하는 ‘이월과세제도’ 때문이다.
즉, 과거 남편이 아파트를 4억 원에 취득했고, 아내에게 6억 원으로 증여한 후 추후 10억 원에 매도했다고 치자. 5년 이내에 양도했다면 당초 취득했을 당시의 4억 원이 취득가액이 되지만 5년 이후에 양도했다면 증여 당시의 증여가액인 6억 원이 취득가액이 된다. 아내가 5년 이내 양도할 경우 이미 납부했던 증여세액은 필요경비로 차감되며, 증여세 미환급분만큼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부부간에 오가는 급여이체 등 돈거래는 증여에 해당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부간 예금 인출·입금만으로는 증여로 추정하지 못한다. 대법원 판례(2015. 9. 10. 선고 2015두41937)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일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증여로 추정할 수 없다.
다만 배우자가 입금해준 돈으로 자신 명의의 상가건물을 샀다면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남편이 배우자 통장에 입금해준 돈으로 배우자 자신 명의의 상가건물을 산 경우에는 배우자가 남편으로부터 입금된 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 대법원(2008. 9. 25. 선고 2006두8068)의 판결이다.
◆세대 건너뛰어 손자에게 증여하려면?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해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함께 늙는 ‘노노(老老) 상속’이 점점 늘고 있다. 80대 노인이 60세가 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모양새인데 이럴 바에는 아예 한참 돈이 필요한 손자 세대에게 재산을 물려주자는 생각도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빈번한 듯하다.
이처럼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에게 증여하면 세금을 30% 더 내야 한다.
증여세액이 1000만 원이라고 하면 세대를 건너뛰어 증여할 경우 1300만 원을 증여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아버지가 사망한 상태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할증과세를 하지 않는다. 직계존비속 간인지 여부를 판정할 때는 부계와 모계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외손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도 할증과세가 된다.
단순히 따져보면 세대생략증여가 세금 부담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두 세대에 거쳐 증여될 재산이 한번에 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을 70% 덜 내는 효과가 발생한다. 30% 더 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생각하면 70% 세금이 깎이는 것이다. 물론 증여재산공제도 받을 수 있는데 성년인 경우 5000만 원, 미성년자인 경우 2000만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은행권의 한 PB는 “손자에게 증여를 하는 경우 5년만 지나도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라며 “손자에게 증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할 때 손자에게 준 것은 유류분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많이들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녀 창업자금 도와주고 싶을 때는?
매출 1000억 원대의 건실한 기업을 키워 온 이 모 사장은 가업을 물려주기보다는 자식에게 종자돈을 주어서 회사를 키워보라고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처럼 최근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의 창업자금 증여에 대한 니즈는 상당하다.
이상혁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은 “최근 창업자금 증여에 대한 상담이 부쩍 늘었는데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과세특례 규정도 있지만 사후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차라리 자식들에게 돈을 줘 창업을 돕는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창업자금 증여세과세특례는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의 자녀에게 창업자금을 증여해 1년 이내에 중소기업을 창업하거나 3년 이내에 창업자금으로 사용하면 증여세 과세가액(30억 원, 10명 이상 신규 고용 시 최대 50억 원)에서 5억 원을 공제하고, 그 잔액에 대해서는 저율(10%)의 증여세율을 적용하도록 한 제도다. 5년간 연부연납도 허용돼 창업 초기 자금 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 창업자금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부동산 등)이 아니어야 하며, 1년 이내에 창업하지 않거나 창업자금을 증여받은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모두 해당 목적에 사용하지 않으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불효자 막을 증여 방법은 없나요?
부모들이 증여를 앞두고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재산을 물려주고 나면 자식들이 부모들을 냉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렇다면 불효자를 막을 안전장치는 없을까.
조건부증여가 한 방도가 될 수 있다. 일명 ‘효도계약서’를 작성해 증여에 앞서 자식들이 지켜야 할 의무를 명시한 뒤 이를 위반하면 증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사실 ‘효도계약서’는 민법상 조건부증여를 차용한 부모와 자식 간의 계약으로 법률에 명시된 사항은 아니지만, 최근 판례를 보면 이를 자주 인용하는 분위기라는 게 상속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조건부증여를 통해 소유권은 자녀에게 주더라도 해당 재산을 처분하거나 수익을 관리하는 권리는 부모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수익을 관리하는 권리를 부모가 아닌 제3자가 맡을 수 있다. 상가건물을 물려주려고 한다면 자식에게 소유권을 주는 대신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일정 부분 받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자식에게 증여한 기간이 짧다면 세금 없이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증여재산(금전 제외)을 증여세 신고기한(증여받은 날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돌려받게 되면 처음부터 증여는 없었던 일이 된다. 따라서 당초 증여한 것이나 반환받은 것 모두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단, 재산을 반환받기 전에 세무관서에서 증여세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채까지 증여하면 세금 줄어드나요?
증여재산에 채무(은행대출금이나 임대보증금)를 끼워서 증여하는 것을 부담부증여라고 한다. 채무를 함께 증여할 경우 채무가액은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증여재산가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쉽게 말하면 아파트 임대(전세)보증금을 자식에게 함께 증여하게 되면 증여재산에서 차감돼 증여세가 줄어드는 효과를 보는 거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양도소득세다. 채무에 상당하는 금액을 재산의 유상 이전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도소득세가 증여세보다 세금 부담이 낮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양도차익이 많은 경우 높은 세율이 적용되거나 중과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간 부담부증여는 채무인지 객관적으로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증여로 추정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부담부증여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채무자 변경 등 채무 이전에 관한 서류가 필요하다.
더불어 간혹 부모들이 부담부증여를 활용할 때 자녀들의 증여세를 줄여주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는 경우가 있다. 부채만큼 증여재산이 차감되며 자녀들이 내야 할 증여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다. 상가건물 등은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를 보게 되는데 대출을 무리하게 받게 되면 은행에서 감정평가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평가금액이 상향될 수 있다.
이상혁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은 “부담부증여 등을 하려고 할 때 대출을 너무 많이 받으려고 하다가 감정평가가액이 생겨 버리면 증여세가 높게 나올 수 있다”며 “굳이 대출을 받으려면 증여를 목전에 두고 하지 말고, 넉넉하게 2년 정도 전에 대출을 미리 받아 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귀띔했다.
◆비상장주식 똑 부러지게 증여하려면?
비상장기업의 주식 증여는 가치평가에 따라 세금이 천차만별이다. 비상장주식도 시가평가가 원칙이지만 시가를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상장법인 주식의 경우에는 증여일 전후 2개월의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으로 시가가 산정되는데 비상장법인의 경우에는 매매 사례가액이 없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법인의 평가 기준일 현재의 재무상태표상 순자산가치와 과거 3개년의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 계산)에 따라 평가액을 산정한다.
유권해석에 따르면 12월 말 법인의 경우 사업연도 말의 기준을 12월 31일로 해석하고 있는데 12월 30일 증여하는 것과 12월 31일 증여하는 경우 하루 차이로 순손익액 반영 기간이 달라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30일에 증여하면 전년을 포함한 이전 3개년으로 순손익가치가 평가되나 31일에 증여할 경우 그 해 사업연도를 포함한 이전 3개년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비상장법인 주식의 경우 법인의 전체 자산 대비 부동산 비율도 확인해야 한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증세법상 일반적으로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2대3 비율로 가중평균해 주식가치를 산정하지만 법인의 전체 자산 대비 부동산 비율이 50%를 초과하게 되면 그 비율이 3대2로 가중평균되며, 부동산 비율이 80%를 초과하면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김재현 EY한영회계법인 상속·증여전담팀 회계사는 “내년 혹은 내후년에 예상되는 부동산 비율이 변동해 가중평균 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증여 시기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신탁 활용한 증여는 없나요?
유언상속의 경직성에 대비해 다양한 옵션을 걸 수 있는 신탁계약의 장점, 증여를 선호하는 자식 세대와 달리 조기 증여로 인한 불안감이 여전한 부모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읽으며,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금융상품이 바로 증여신탁이다.
증여신탁은 부모 명의로 일시에 목돈을 맡기면 자산이 국공채나 지방채 등 신용도가 우수한 채권으로 운용되면서 자녀 명의의 계좌로 6개월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가 납입되는 금융상품이다.
특히 증여신탁은 매년 자녀에게 지급되는 원금과 이자를 10% 할인해 재산가액을 계산하기 때문에 40% 이상 증여세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바로 미래에 정기적으로 발생할 현금흐름에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정기금 평가 효과 때문이다.
앞서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상속형 즉시연금보험도 이 같은 정기금 평가로 인한 할인율이 매력적이었으나,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상속·증여재산 평가 시 적용되는 할인율을 6.5%에서 3.5%로 조정해 관심도가 떨어진 상태다. 반면 증여신탁은 여전히 10%의 할인율을 보장받고 있어 자산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를 들어 신탁계약 기간이 10년이고 증여재산공제 5000만 원과 신고세액공제를 적용한다고 전제할 경우 증여재산이 5억 원이면 일반 증여 시는 세금이 7200만 원 정도 나오는데 증여신탁의 경우 정기금 평가 효과로 인해 4300만 원 정도 나온다.
매년 1억 원씩 증여되는 10년 만기 증여신탁에 가입해 매년 10% 할인율을 적용받게 되면 2019년에 받는 1억 원은 과세표준이 6800만 원으로 줄어드는데, 결국 전체 증여재산가액은 10억 원에서 6억7500만 원으로 줄며 그만큼 세금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증여신탁 상품은 삼성증권 ‘드림위드유 신탁’, NH투자증권 ‘아껴주는 증여신탁’, 신한금융투자 ‘신한명품행복 드림신탁’, 우리은행 ‘명품가문증여신탁’, KEB하나은행 ‘알짜배기 신탁’ 등이 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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