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1천만명 무너진 서울, 강남불패 계속될까?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올해 서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무너졌고, 기업들의 ‘탈(脫)서울’도 가속화되고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이동 속에 서울 안의 서울로 꼽히고 있는 강남 지역의 부동산 불패신화는 여전히 유효한 걸까.

한류 붐을 이끈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이 불로장생의 능력을 활용해 1753년부터 강남 지역 부동산에 투자를 해 엄청난 부를 일군다는 내용이 나온다. 과거 서울의 변두리에 불과했던 강남은 1966년 제3한강교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땅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1970년 이후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며 지금까지 ‘강남 부동산 불패신화’를 써 가고 있다.

논고개마을논현동, 새말신사동, 학마을학동 등 산업화 초기에는 도시보다는 농촌에 더 가까웠던 강남의 땅값은 1960년 초 3.3㎡당 300~400원에서 현재는 수억 원까지 치솟아 격세지감을 보여준다.

실제 중소형 빌딩 전문 중개 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강남에서 거래된 대로변 상업지 건물 가격은 3.3㎡당 1억1019만 원, 이면도로 2종 주거지는 4575만 원 수준이다. 강남역 인근 옛 뉴욕제과 빌딩의 경우 2014년 3.3㎡당 5억1700만 원에 매매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이러한 강남의 부동산 전성시대는 위협을 받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6월 1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서울시 주민등록 인구(내국인 기준)가 999만5784명으로 전월(1000만2979명)보다 7195명이 줄었다. 1988년 1000만 명 시대를 돌파한 뒤 28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27만여 명을 포함하면 여전히 서울시는 1000만 도시다. 또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시 주간활동인구는 2000년 1018만9317명에서 2010년 1036만9684명으로 증가했다. 주거 여부와 상관없이 아직도 1000만 명 이상이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서울시와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는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는 2012년 844만2000명을 기록했고, 2013년(852만 명)과 2014년(851만9000명)에 잠시 주춤했다가 2015년 856만10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과거 100년도 안 돼 인구 30만 명에서 1000만 명 도시로 커졌던 폭발적인 도시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강남으로 대변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파트’ 지고 ‘빌딩’ 뜬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구 변화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부동산 투자의 열기는 여전하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투자 트렌드는 ‘아파트’가 아닌 ‘빌딩 투자’다.

이영진 신한은행 PWM강남대로센터 PB팀장은 “6~7년 전부터 아파트 투자를 물어보는 고객들은 거의 없으며, 아파트 대신 상가나 건물 투자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잠원동이나 반포 등의 재건축 아파트 이슈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왜곡돼 보이는데 상당수 아파트가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곳이 태반인 상황에서 아파트를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당초 강남 지역의 우등생이었던 반포, 개포, 가락시영, 둔촌주공과 판교, 수원, 일산 등의 아파트 투자를 문의하는 분들이 간혹 있지만 투자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오피스텔 투자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자산가 중에서는 거의 없고, 주로 30억 원 이상 빌딩을 사려는 분들이 주류다”라고 밝혔다.

현재 아파트는 공급 과잉과 가격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 원을 웃돌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정부에서 분양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며 제동 걸기에 나섰을 정도다.

현재까지 나온 투자수익률 성적표만 놓고 봤을 때도 아파트가 상가에 밀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아파트 연간 임대수익률은 2013년 3.53%를 기록한 뒤 2014년(3.48%), 2015년(3.31%), 2016년 8월 기준 3.25%로 하락세다.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만 놓고 봤을 때 올해 8월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은 강남구 2.64%(2013년 2.96%), 서초구 2.63%(2013년 2.98%), 송파구 2.7%(2013년 3.02%)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114의 서울 구별 상가 임대수익률 자료를 보면 강남구는 올해 2분기 5.64%(1~2분기 평균치 4,8%)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3년 3.3%, 2014년 3.8%, 2015년 4.4% 등 추세적인 상승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 2분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서초구의 상가 임대수익률은 2013년 2.6%에서 올해 1·2분기 3.0%로 오르며, 아파트 임대수익률을 웃돌았다.

◆집테크가 아닌 땅테크 주목하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빌딩 투자는 아파트 등 ‘집테크’의 쇠락과 ‘땅테크’의 부상을 보여준다.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딩 투자를 할 때 6~7% 정도 투자수익률을 보는데 최근 저금리의 영향으로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도 많이 내려가 4% 중반대 수익률을 마지노선으로 본다”며 “자산가들이 빌딩 투자를 땅테크로 많이 접근하는데 임대수익률보다 땅값이 앞으로 얼마나 상승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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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임대수익률 측면만 봤을 때는 강남권 투자는 정답이 아니다. 부동산114에서 조사한 서울 구별 상가 임대수익률(2016년 2분기 기준)을 보면 임대수익률 1위는 가산디지털단지 등 아파트형 공장 빌딩이 많은 금천구로 무려 9.75%의 수익률을 보인다. 이어 노원구(7.09%), 중구(6.99%), 관악구(6.94%), 용산구(6.70%)가 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강남구의 경우 5.64%의 임대수익률로 12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땅값 투자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에서 거래된 상업 지역 빌딩들의 평당 가격(대지면적 기준) 상승률은 26.45%에 달했다.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향후 땅값 상승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파트 등 주거지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진행된 중소형 빌딩 거래에서 개인(총 166건)들이 선호하는 곳 1위는 강남구(29건)였다. 마포구(16건)와 송파구(15건), 서초구(1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법인 거래(총56건)에서도 투자 선호 지역 1위는 강남구(11건)가 차지해 서초구(6건)와 마포구(5건) 등을 앞질렀다. 법인에서 매입한 강남구 빌딩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9호선 라인 대로변의 사옥, 학원가 건물, 강남 세브란스병원 인근 임대수익용 빌딩 등이었다.

◆도심·역세권, 영토 넓히는 빌딩 투자

강남의 상가빌딩 투자는 오히려 매물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에 비해 빌딩 매물이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다 보니 최근 자산가들의 빌딩 쇼핑은 역세권을 따라 도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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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PB팀장은 “예전에는 빌딩 투자는 무조건 강남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들을 했는데 현재는 마포, 연희동, 9호선 등 역세권 주변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라며 “특히 광화문이나 종로, 을지로 등 도심 중심부의 빌딩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통상 마진이익률이 높고 비싼 임대료라도 기꺼이 지불하고 들어오겠다는 곳이 화장품이나 옷 가게인데 이들이 길거리를 점령하게 되면 상권이 정점에 올라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가로수길 등 강남 상권 일부가 이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면도로 안쪽도 3.3m2당 임대료가 4000만~5000만 원을 호가하는데 투자 가치 측면에서 강남도 다 같은 강남이 아니다라는 합리적인 생각이 자산가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상권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면 지하철 유동인구를 살펴봐야 한다. 최근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이나 광화문역, 종로 일대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서울시메트로9호선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2호선 강남역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송인원에서 2호선 강남역은 일평균 13만274명으로 독보적인 1위다. 이어 홍대입구역(11만3435명), 잠실역(10만6688명)으로 2호선 라인이 중심 노선으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2호선 삼성역이 코엑스 리모델링 등의 여파로 2014년 일평균 8만391명에서 올해 1~7월 기준으로 일평균 7만5041명의 수송인원을 기록하며, 높은 감소세를 보여주는 등 변화도 감지된다.

5~8호선 중에서는 지난해 1일 평균 수송인원을 봤을 때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6만1187명)이 가장 뜨겁다. 이어 5·8호선 천호역(5만8682명), 광화문역(5만2240명) 등이 수송인원이 많은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5호선 광화문역을 비롯해 1호선 종각역(7만3142명), 2호선 을지로입구역(6만9608명), 4호선 명동역(5만8266명)은 최근 중국 관광객 등의 영향으로 주말에도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는 ‘도심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서울을 동서로 가르며 황금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9호선 역시 1단계(개화~신논현)와 2단계(언주~종합운동장) 노선이 완성되며, 1일 평균 수송인원(올해 7월 기준)에서 9호선 고속터미널역(6만2314명)·노량진역(6만752명)·당산역(4만7950명)·여의도역(4만715명)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임대 투자 측면에서 비강남권의 약진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을 보면 광화문, 종로, 건대입구 지역이 임차 수요가 증가하며 임대료 수준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합상가의 투자수익률 측면에서는 도심(서울역, 2.31%) 및 신촌 지역(신촌·홍대·합정역, 2.02%)이 강남(1.55%)보다 높게 나왔다.

전문가들은 빌딩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미래 가치 상승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영진 PB팀장은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 인근에 4층짜리 건물이 외관도 허름하고 임대수익률도 1.2%밖에 안 나왔는데 42억 원 정도 매매가가 형성됐다”며 “하지만 인근에 상권이 형성될 곳이 없고 외관만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 구성만 잘 갖춰도 투자 측면에서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고객에게 권유를 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항상 빌딩 투자는 절대가로 봐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빌딩이라도 150억 원 이상 건물이 200억 원대로 오르기는 굉장히 힘들지만, 40억 원대 부동산은 리모델링 등 투자를 통해 70억~80억 원을 받기는 어렵지 않다”며 “빌딩 투자를 할 때 단기적인 임대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미래 가치 창출 여부를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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