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부 마사노리 한국클리브랜드 대표이사

[CEO interview]“대한민국 웨지 넘버원 되찾겠다”


클리브랜드는 전통적인 웨지 명가(名家)로 통한다. ‘588’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골퍼들에게 ‘웨지는 곧 클리브랜드’라는 공식까지 수립됐다.
올해 초 취임한 야부 마사노리(51) 한국클리브랜드 대표이사는 다른 브랜드의 역공에 맞서 ‘웨지 명가’로서의 명예를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드라이버는 쇼이고, 퍼터는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골프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퍼팅에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정교한 퍼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웨지다. 웨지는 그린을 100m 전후로 남겨둔 상황에서 볼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세워 퍼팅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게 돕는 쇼트 게임의 종결자다.

‘퍼팅의 여왕’으로 불리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평정한 박인비(KB금융그룹, 28) 선수의 경우 캐디백에 롱 아이언 대신 웨지 사총사(44도, 46도, 50도, 58도)를 꽂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박 선수가 지난해 6월 미국 뉴욕 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컨트리클럽(CC)에서 치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자타공인의 퍼팅 실력으로 우승한 데는 56홀 노보기에 버디만 17개를 기록할 수 있게 도와준 정확한 웨지 샷의 덕이 컸다. 당시 그와 함께한 웨지가 클리브랜드 제품이었다.

클리브랜드 웨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일본의 떠오르는 신성 마쓰야마 히데키(23)다. 지난 2월 8일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막을 내린 ‘2016 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4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PGA 투어 통산 2승째)을 확정하며, 아시아인으로서 세계 랭킹 12위까지 치고 올라간 그의 저력에는 정교함의 무기인 웨지가 있었다.

1979년 웨지의 거장인 로저 클리브랜드가 만든 클리브랜드는 2007년 일본의 SRI스포츠(지금의 던롭스포츠)에 매각됐으며,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클리브랜드는 올해부터 100% 던롭스포츠의 자회사가 됐다. 클리브랜드의 대표적인 웨지 모델인 ‘588’은 1988년 출시됐으며, 클리브랜드 골프의 다섯 번째 웨지라는 의미에서 ‘588’이라는 이름을 달고, 골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최근 한국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의 역공을 받으며 시장점유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밀려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20여 년 가까이 던롭스포츠에서 기술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야부 마사노리 대표이사가 올해 초 한국클리브랜드의 새 수장에 오르면서 ‘웨지 부문 넘버원 탈환’을 강조한 것은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비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한경 머니가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한국클리브랜드 본사를 방문해 야부 대표이사에게서 한국 골프 시장의 소회와 향후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지난 1월 대표이사 취임을 축하드려요. 앞으로 새로운 도전이 기대되는데 소감을 밝혀주시죠.
“지난해 4월 던롭스포츠의 한국 사업 담당자(부사장)로 한국에 왔는데 올해부터 한국클리브랜드의 대표이사를 담당하게 됐어요. 한국클리브랜드는 올해 던롭스포츠사의 100% 자회사가 됐는데 던롭스포츠그룹의 일원으로서 보다 큰 공헌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죠.”

컴퓨터 바탕 화면에 골프대회 사진을 깔아 놓으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사진인가요.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선수는 마쓰야마 히데키예요. 사진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인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마쓰야마 선수가 샷을 하는 장면입니다. 던롭 피닉스는 저와 관련이 있는 토너먼트이기도 하고요. 일본 최고의 토너먼트라고 생각합니다.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는데 골프장의 풍경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곤 합니다.”

야부 대표님 프로필을 보니까 다년간 기술자로서의 경력들이 화려한데 당시 제품 개발의 경험을 듣고 싶군요.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 이공학연구과에서 기계공학 전공 전기(前期)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1990년 던롭스포츠의 전신인 스미토모고무공업주식회사에 입사해 기술자로 지내 왔어요. 1997년에는 골프클럽 설계 개발 담당자로서 한국에 오기 전까지 던롭스포츠사의 골프클럽 개발을 주로 담당했죠. 특히 젝시오(XXIO) 초기 모델부터 두 번째 모델, 스릭슨(SRIXON)의 최근 제트(Z) 시리즈 초대 모델까지 담당했지요. 여러 추억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젝시오의 두 번째 모델(뉴 젝시오) 개발을 위해서 젊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쉬는 날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던 기억입니다. 당시가 2001년이었죠. 벌써 15년 전 일이네요. 그때는 젊었었는데요.(웃음) 당시에는 코피가 날 정도로 그렇게 힘들게 개발했는데 고반발 모델이었기 때문에 내구성과 고성능이라는 두 가지 특성의 양립을 위해서 상당한 고민을 했죠. 이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돼 엔지니어로서 굉장히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1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골프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겠죠 .
“과거와 비교한다면 우선 골프 룰이 엄격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러 룰이 설정되면서 고반발 모델이 없어지고 클럽 길이에 제한이 생겼죠. 이 때문에 골프용품 회사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반발 성능을 브랜드의 차별점으로 내세울 수가 없게 됐고, 신제품을 성능으로 어필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더욱 심해졌죠. 골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성능 개발과 함께 마케팅의 중요성도 점점 부각되고 있고요.”

한국에 와서 느낀 한국의 골프 시장과 골퍼들의 특징은 무엇이 있나요.
“한국은 물가가 생각보다 비쌌는데, 골프 시장도 굉장히 비싼 물건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 새삼 놀랐습니다. 아마 세계 여러 나라와 대비되는 한국 시장의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골퍼들은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하고, 골프장에도 열심히 나가는 것 같아요. 저도 골프장에 가서 연습을 하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골퍼들이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CEO interview]“대한민국 웨지 넘버원 되찾겠다”
웨지의 명가로 유명한데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1988년에 발매된 ‘투어액션 588’이라는 모델이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했죠. 그 이후 클리브랜드라고 하면 588 웨지로 말할 수 있는데요. 이게 아마 가장 큰 브랜드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 하이보어(고반발 드라이버)라든가 집 그루브(페이스에 난 홈의 폭은 넓히고 깊이는 더 깊게 해 볼과의 접촉면은 넓히고 흙이나 풀, 조각 등 이물질이 쉽게 제거되도록 해 볼에 더 많은 스핀이 걸리게 하는 기술) 등 최신 기술을 골프클럽에 도입한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겠죠. 또 로프트나 바운스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골퍼들이 자신에게 맞는 웨지를 클리브랜드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 아닐까요.”

한국 골프 시장이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클리브랜드도 지난해 한국 시장 웨지 부문에서 2위로 밀려나는 등 고전을 보이고 있는데 향후 경영 방향은 어떻게 잡았나요.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한국 골프 시장이 저조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중에서도 클리브랜드가 웨지 부문 시장점유율에서 2위를 했죠. 앞으로 마케팅이나 영업력을 보다 강화시켜서 다시 한 번 한국 시장 웨지 부문에서 1위를 탈환할 계획입니다. 제품 기술력 같은 경우에는 세계 굴지의 던롭스포츠의 일원이 됐기 때문에 고성능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던롭스포츠에는 클리브랜드와 함께 젝시오나 스릭슨 같은 골프 브랜드도 있는데요. 클리브랜드의 경우 쇼트 경기의 웨지나 퍼터의 개발이나 마케팅에 집중할 겁니다. 그중에서도 웨지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있습니다.”

클리브랜드의 웨지 부문 강화는 던롭스포츠의 브랜드별 차별화 전략인가요.
“던롭스포츠의 세 가지 브랜드인 젝시오, 스릭슨, 클리브랜드는 각각의 포지셔닝이 있고 고객 타깃이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돼 있습니다. 고객 각각에게 가장 적합한 골프클럽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세 개 브랜드를 잘 활용해 나가려는 전략을 갖고 있지요. 스릭슨이라고 하면 골프 볼을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분이 있는데 상급자에서 초중급자까지 애슬리트(Athlete) 또는 애슬리트 의향이 있는 골퍼의 골프용품을 생각해볼 수 있고요. 클리브랜드는 올해 몇 가지 웨지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마케팅 부문에서 던롭스포츠의 힘을 활용할 계획이에요.”

오랫동안 골프클럽 기술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 골퍼들에게 좋은 웨지 고르는 법을 조언해줄 수 있나요.
“골프클럽에는 여러 메이커가 있고 매장에서 추천하는 제품이 있겠지만 추천 받은 클럽을 사기 전에 그 매장에서 꼭 시타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역시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안 맞는지는 직접 쳐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던롭스포츠도 클럽 스펙을 결정할 때 최종적으로는 항상 사람이 직접 테스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클리브랜드 웨지는 헤드의 형태라든지 로프트, 바운스, 샤프트의 종류에 있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장점이 아닐 수 없죠. 예를 들어 벙커 샷이 잘 되지 않는 골퍼는 폭이 넓은 스마트 솔 웨지를 이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갖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야부 대표님이 생각하는 골프가 궁금해집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남녀노소가 다 같이 폭 넓게 플레이할 수 있죠. 할아버지부터 손자에 이르기까지 동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가 유일할 겁니다. 저는 골프를 같이 하는 친구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인데요. 골프를 칠 때는 그날의 자연 풍경이나 바람의 상황도 다르고 잔디의 상태도 다르잖아요. 그것보다는 그 순간에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동반자와 즐겁게 골프를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CEO가 되고 싶으신가요.
“(웃음) 제 방에도 붙어 있지만 클리블랜드의 모회사라고 할까요. 던롭스포츠의 선조 격인 스미토모라는 기업에서 과거부터 전해져 오는 기업이념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신용과 신뢰’가 있죠. 사원들을 신뢰하고 고객들에게 신용을 얻고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예요. 또 이를 토대로 지금보다 더 좋은 제품으로 한국 시장에서 웨지로 넘버원을 탈환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한 해를 만들 겁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