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plan]美 금리 인상으로 강세장 종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중국발 경기 침체의 우려가 쌓이고 있다. 하지만 걱정스런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투자에 있어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8월 14일은 임시공휴일이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에서 받은 깜짝 선물이었다. 하지만 날도 덥고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계획하기도 여의치 않아 빈둥빈둥 반나절을 집에서 보내다가, 문득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준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인천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에 수육과 메밀국수를 아주 맛있게 하는 곳이 있는데 거리가 멀기도 멀지만 통행료가 비싸서 망설여질 때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했다. 역시 무료였다. 하지만 차가 막혀 늦게 도착했고, 식당이 저녁 8시도 채 안 돼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투자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부 정책에 매우 민감한데, 정책의 힘을 뉴스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게 된 셈이다.

투자자들의 불편한 마음은 여름 이전에 시작이 돼 초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중국발 경기 침체, 신흥시장에서의 투자 자금 이탈과 국제 유가 급락 등이 번갈아 가면서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공포’를 사야 성공한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종료) 발언 이후 모든 투자자들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호재도 약발이 있고, 악재도 약발이 있는데 때론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시장을 짓누르는 친숙한 악동이 돼 투자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Fed의 첫 금리 인상이 주식의 강세장 종료를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의 통화정책 변경일 뿐이고, 금리 인상 속도도 시장에 충격을 가하지 않은 범위에서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장기적으로 시장의 불안 요소였다면, 최근 더 불거진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는 이번 여름의 변동성을 키운 핵심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점, 그리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제 지표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투자자들의 우려는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결국 극복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와 정책 능력은 어느 국가보다 강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일하게 재정·통화·외환정책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국가다.

어쨌든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위험자산, 특히 주식이 가장 좋은 수익을 준다. 기대와 우려가 선반영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본질적인 펀더멘털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것은 사실은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럴수록 시장의 본질적인 스토리, 시장에서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는 것이 매일 매일의 이슈에 반응하고 시황을 점검하는 것보다 의미가 있다.

변하는 것들은 매일 매일의 시장 상황이다. 기업들의 업황과 실적이 바뀌고, 정부의 정책도 바뀌고, 투자 심리도 바뀌고, 어느 때는 악재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확실성 제거라는 호재로도 둔갑을 한다.

가격 떨어진 주식시장, 기회일까?
그렇다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의 경제 성장은 매일매일 일희일비하는 가운데서도 장기적으로는 상승 국면을 향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추세적으로 낮게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안정돼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유럽과 일본, 중국,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강력한 부양책을 여전히 실시하고 있으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시공휴일에 차를 끌고 먼 거리에 있는 영종도 맛집을 찾아갔던 것도 정부가 소비 부양책으로 쉬는 날을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또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해주었기 때문에 소비를 더 싸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에서만큼은 높은 가격에 사는 걸 더 편하게 여기고 뿌듯해한다. 싼 가격에 사는 걸 불편하게 생각한다. 투자에 있어서 싼 가격에 산다는 것의 이면에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무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싼 시장일까? 비싼 시장일까? 적어도 비싼 시장은 아닌 것 같다. 일반적인 경우에, 주변에 걱정스런 투자자들이 많아질 시점은 사실 자산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도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즉, 누구나 걱정을 하고 두려워할 때, 공포(?)를 사야 성공을 한다는 것도 투자에서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회일까? 지금이 싸게 살 기회일 수 있다. 추천하는 지역은 유럽과 일본의 주식시장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와 계획이 명확하며 추진력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효과가 실제 경제를 살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돈을 벌고, 향후에도 계속 긍정적인 기업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포를 사는 것은 매우 힘든 판단이다. 위험과 수익을 감안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받아 접근하는 것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영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