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랑을 만나 관계를 진행시켜 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시간과 생각의 품을 줄일 수 있는 로봇과의 섹스를 꿈꾸게 될 수 있지 않을까.
[Love&]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
최근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50대가 넘어서 새삼 솔로의 세계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시 독신이 된 이들은 이성을 만나 외로움을 나누고 지금까지의 실수를 만회하며 더 행복하게 살고 싶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기가 어렵고, 만난다고 한들 다시 또 복잡한 육체적, 정서적 노력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새로 만들어 가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또 옆 나라 일본에서는 게임, 축제 등 섹스보다 재미있는 오락거리와 또 여자에게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40세가 넘어서까지 숫총각인 사람들이 많아져서 ‘야라미소(30대까지 하지 않은)’란 신조어가 생기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날 기회가 더 늘어난 것 같았던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실제로는 마음과 몸을 열고, 새로운 사랑을 엮어 갈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진행시켜 가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키스를 한다?
얼마 전 상영한 미국 영화 ‘그녀(Her)’는 인간 남자와 컴퓨터 속 인공지능 체제인 가상현실 속 여자(?)의 사랑을 다루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아내와 이혼을 앞두고 별거 생활을 하며,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없이 고적하고 외롭게, 그러나 단정하게 지내는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 주는 손편지 대필가다. 물론 그가 직접 손편지를 쓰는 것은 아니고, 음성인식 컴퓨터를 통해 그가 내용을 불러 주면 컴퓨터가 손편지의 형식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 주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용된 방식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공지능 체제를 구입하고 컴퓨터를 통해 ‘사만다’라는 가상현실 속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미래의 사랑이나 소통에 대한 전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예측이라기엔 너무나 가까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영화 속에서 테오도르의 아내도 컴퓨터 속 가상 존재와 사랑을 하느냐며 놀라며 어이없어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 중 많은 사람이 테오도르와 같이 스마트폰 속 그 또는 그녀를 앞주머니에 꽂은 채(그녀가 나와 함께 주변의 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거리를 쏘다니며, 행복한 얼굴로 데이트를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외지에서 읽은 기사는 영화 ‘그녀’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예상하게 해 준다. 이미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로봇의 연구에는 일, 직업 같은 공적인 영역 외에 사랑, 섹스 같은 사적 영역에 대한 인공지능 체제를 심어 소프트웨어 자체에 감정, 인격, 기분, 소통의 능력을 갖춘 일상의 삶을 함께 하는 존재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그녀’를 만나게 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 체스 챔피언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비는 ‘인공 질(Articial Vaginas)’에 대한 연구 또한 함께 진행 중이다. 그뿐 아니라 그의 파트너인 런던시티대 편재형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일상생활에서 컴퓨터 관련 기술의 확산)학과의 아드리안 척 교수는 ‘키신저(Kissinger)’라는 키스를 전달하는 단말기를 8년여에 걸쳐 손질해 오고 있는데 최신 모델은 스마트폰에 연결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기는 스크린에 키스를 하면 입술의 움직임이 스마트폰에 반영돼 그 키스는 동종의 상응하는 단말기에 그 또는 그녀의 입을 기록해 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2015년 중반쯤에는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니 우리는 또 한 번의 충격(?)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듯싶다.

또 한편으로는 로봇이 감정과 기분, 인격을 가지게 설계돼 사람의 말을 인식할 뿐 아니라 그 말에 유머가 섞이거나 배려를 담은 말로 대답할 수도 있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다양한 음담에도 어떤 편견이나 비난도 없이 즐겁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거라니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이런 자료들을 대하니, 이제 우리들이 사람 대신 편리하게(?) 개인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프로그램밍 된 로봇 ‘그 또는 그녀’와 사랑과 섹스를 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몸을 가지지 못한 사만다가 다른 여자를 선택해 그에게 섹스를 하도록 도와주지만, 현실세계에는 이미 몸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는 라텍스로 만들어진 수많은 ‘리얼 돌(real doll)’이 이미 시판되고 있다.

이 리얼 돌들은 실제 여자의 몸보다 더 탄력 있고 부드러우며 내구성(?)도 좋은 데다가, 관절도 잘 구부러지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기막힌 몸매를 소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기호에 맞추어 주문 생산도 가능하다.

이 리얼 돌들은 지금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지만, 자신의 파트너에게 화내지도 않고, 바가지를 긁지도 않으며, 불평하지도 않고, 그들의 어떤 요구도 거절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리얼 돌들의 애호가들은 까칠한 여자 친구보다 훨씬 만족스럽다고까지 말한다.

지금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수동적인 역할만 하는 리얼 돌에 인공지능 질이 포함되고(사람의 질 같은 온도와 습도는 물론 심지어 분비물도 나오고 수축도 되는) 상대의 말을 감정적, 정서적, 이성적으로 인식해 기분 좋게 대해 준다면 더 이상 예상할 수 없게 변덕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파트너 때문에 속 터질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랑의 부정적인 속성인 질투와 이별 또한 끼어들 틈이 없으니 그보다 더 이상적인 파트너가 있겠는가 말이다. 또한 섹스마저 능숙하다면, 혹은 얼마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체위며 방법을 허락해 준다면 누구나 자신의 전용 섹스 로봇을 장만하고 싶지 않겠는가. 파트너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 이런 로봇들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파트너나 연인, 심지어 배우자로 로봇을 사들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로봇은 점점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어 가격이 낮아질 것이니 시간과 생각의 품이 많이 드는 사람과의 사랑이라는 소통은 사라지고,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맞춤형 로봇과의 사랑이 불편한 이유
처음에 벽돌 크기의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에 대한 낯설음이 이제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게 됨으로써 하나의 사회 규범이 됐듯이 연인이라며 로봇을 대동하고 다니는 삶이 또 하나의 사회문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레비는 “섹스 로봇과의 사랑이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이런저런 이유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아주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지만 이 말은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거절당할까 봐 오랫동안 바라만 보면서 마음고생 하고 결국 스스로 지쳐 포기하고 마는 심약하고 내성적인 남자들이 많다. 컴퓨터와 온종일 함께 하면서 정작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툴고 두려워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 또한 이미 많아지고 있다.

레비의 말처럼 사랑과 섹스를 대신할 로봇들이 상용화되는 것이 이 세상, 인류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정말 실용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나, 개인 취향 맞춤형 로봇들이 종국에는 인간성이라 대변되는 친밀감, 애착, 신뢰, 존경, 연민 등 사랑에 따라오는 많은 인격적, 정서적 부분을 말살하고 어떤 융통성이나 창조도 할 수 없는 로봇 맞춤형 인간들이 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인간학자이며, 성 전문가로서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특히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복잡한 만족의 요소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도 섹스 로봇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선호될 것이니 여자들은 괜찮은 파트너를 쟁탈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야 할 거다. 섹스 로봇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면 사람 여자들이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좀 더 나긋나긋해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