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시즌을 맞아 바다를 찾는 중년 남성들을 위한 비치웨어를 소개한다.


솔직히 말하자. 해변에서 가장 멋진 건 구릿빛으로 그을린 군살 없는 근육질의 몸매다. 아무거나 걸쳐도 태가 살아난다. 하지만 독자들 중 그런 몸매를 가진 이가 많지는 않을 거다. 여름 휴가철, 배가 나왔더라도 가리는 데 급급해 보인 것으로 오해 사지 않을 만한 멋진 비치 웨어를 소개한다.
상쾌한 색감과 유쾌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빌브레퀸의 ‘Like Father, Like Son’ 수영복.
상쾌한 색감과 유쾌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빌브레퀸의 ‘Like Father, Like Son’ 수영복.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프린트해 만든 트렁크 팬츠가 아이콘인 빌브레퀸(Vilebrequin)은 1971년 프랑스 남부의 유명 휴양지, 생 트로페 지방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윌리엄 왕세손 같은 유럽 왕실의 로열 패밀리뿐 아니라 비욘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특히, 1995년부터는 ‘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독특한 콘셉트 아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 수영복 라인을 따로 두고 있다. 강한 자외선과 태닝 오일에 의한 오염, 잦은 세탁에도 프린트가 변질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트렁크 팬츠 타입 수영복의 기준을 제시한 브랜드로 꼽힌다. 여성용 수영복은 물론 셔츠와 모자, 가방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만날 수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생전 휴양지 파파라치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보르살리노의 파나마 해트.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생전 휴양지 파파라치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보르살리노의 파나마 해트.
1857년에 처음 문을 열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모자 브랜드로 성장한 보르살리노(Borsalino)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애용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1970년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 제목(이 영화에서 알랭 들롱은 보르살리노의 모자를 항상 착용한다)으로 사용했을 만큼 둥근 챙이 달린 모자, 해트(hat)의 대명사(실제로 이미 여러 나라 사전에 해트의 대명사로 등록돼 있다)로 꼽힌다. 고향인 이탈리아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유명 휴양지에서는 보르살리노의 대표 제품인 파마나 해트를 쓴 신사와 숙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트렁크 팬츠 하나만 달랑 걸친 모습이건, 근사한 리넨 슈트로 차려 입은 모습이건 모두 잘 어울린다.
영화 ‘007 스카이폴’ 속 수영복으로 유명한 올레바 브라운의 리넨 셔츠.
영화 ‘007 스카이폴’ 속 수영복으로 유명한 올레바 브라운의 리넨 셔츠.
사진작가 애덤 브라운은 수영을 하거나 해변을 거닐 때 모두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수륙양용’ 비치 웨어를 목표로 2007년 올레바 브라운(Orlebar brown)을 론칭했다. 전통적인 남성복 바지 패턴을 적용해 맞춤제작 방식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반바지처럼 보이는 속건성 수영복과 우아한 모습을 연출하게 해 주는 리넨 셔츠, 물 밖으로 나와 걸치기만 해도 물기를 흡수하는 테리 타월 소재의 피케 셔츠 등이 대표 제품이다. 특히 리넨 셔츠의 경우 슈트에도 입을 수 있고, 비치 웨어인 만큼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닿아도 걱정 없는 합성 소재로 단추를 만들었다.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 역할로 분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착용했으며, 배우 휴 잭맨, 축구 스타 라이언 긱스 등이 애용한다.


기획 양정원 기자│ 글·사진 김창규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