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동차 프로그램 ‘톱기어’가 ‘10년 만의 자동차’라고 극찬한 부가티 베이론은
차량 1대 가격만 235만 유로(29억2700만 원)다. 스피드냐 품격이냐 말들은 많지만 럭셔리카에도 엄격히 등급은 존재한다.
[Luxury & Super Car] 같은 럭셔리카도 레벨이 다르다
자동차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존심이며, 꿈이자 계급이다.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말하자면 그렇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퇴근 때 사용했다는 롤스로이스 팬텀은 기본 가격만 5억9000만 원에 달한다. 아무나 이 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 상위 1% 부호들만이 탈 수 있다는 이 차는 엄격하게 차 주인의 자격을 가리기로 유명하다.

사실 드라이버의 선택을 받기 이전에 거대 자동차 그룹들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레벨을 갖춘 브랜드로 차별화를 이뤄 왔다. 우선 폭스바겐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1.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그룹 산하에 11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유럽 최대 자동차 그룹이다. 대중적인 폭스바겐(독일), 아우디(독일)에서 부가티(프랑스), 포르쉐(독일), 람보르기니(이탈리아) 등 최고의 스포츠카 라인업을 갖고 있으며, 럭셔리 세단 벤틀리(영국)를 소유하고 있다.

무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제조 회사 피아트와 미국의 3대 자동차 기업인 크라이슬러그룹이 통합돼 탄생한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는 폭스바겐에 버금가는 두 번째로 큰 자동차 그룹으로 크라이슬러(미국), 피아트(이탈리아), 지프(미국) 등 일반 브랜드에서 럭셔리 브랜드인 마세라티(이탈리아)와 페라리(이탈리아)를 휘하에 두고 있다.

벤츠 브랜드로 유명한 다임러그룹은 1886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카(Patent Motor Car)’를 시작으로 130여 년의 자동차 역사를 만들어 온 곳이다. 이곳 브랜드들은 메르세데스-벤츠(독일), 마이바흐(독일), 스마트(독일) 등 하나하나 명품의 자부심이 있다.

이외에도 BMW그룹은 BMW(독일)를 비롯해 왕실의 명차로 유명한 롤스로이스(영국)와 일반 브랜드인 미니(영국)를 보유하고 있으며, 도요타그룹은 일반 브랜드인 도요타(일본)와 럭셔리군인 렉서스(일본)로 차별화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인도의 타타자동차그룹이 타타(인도) 브랜드를 기반으로, 유럽의 자존심 재규어(영국)와 랜드로버(영국)를 인수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이퍼카, 10억~30억 원대
수입자동차를 브랜드별로 레벨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각 브랜드마다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고, 심지어는 통상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서는 자동차를 내놓기도 하기 때문.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탈피해 SLS라는 슈퍼카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고, 포드사는 머스탱, 닛산은 GTR라는 스포츠카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Luxury & Super Car] 같은 럭셔리카도 레벨이 다르다
럭셔리카의 레벨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의 로망을 따라가야 한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모델 중 5000만 원대 미만을 보통 보급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입차 입문자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차 브랜드에는 미니(MINI), 폭스바겐(골프), 시트로엥(DS3) 등이 있다. 그다음은 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BMW(3 시리즈), 아우디(A4), 메르세데스-벤츠(C 클래스) 등에 눈이 가게 돼 있다. 연비 좋기로 정평이 난 디젤 엔진과 고급스러운 승차감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차 중에서 대당 1억 원이 넘지 않는 브랜드들을 통상 일반 브랜드로 부른다. 이 중에서 대당 5000만 원에서 8000만 원대의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팔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올 상반기까지 분석한 브랜드별 판매 자료에 따르면 아우디 코리아의 A6 35TDI (2985대 판매, 6250만 원), A6 45 TDI 콰트로(2072대 판매, 7340만 원), BMW그룹 코리아의 320d(2447대 판매, 4950만 원), 520d(3596대 판매, 6390만 원), 520d x드라이브(2232대 판매, 6790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E220 블루텍(2115대 판매, 6350만 원), 도요타 코리아의 렉서스 ES300h(2208대 판매, 5050만 원)가 대표적이다.

1억 원대를 넘어서면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들이 드라이버들을 기다리고 있다. 1억 원대에서 2억5000만 원대 사이의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그룹들이 주력 차종으로 힘을 겨루는 격전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S 클래스로 대변되는 풀 사이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면 BMW는 3 시리즈를 내세워 미디 사이즈에서 초강세다.

벤츠의 S 클래스는 S350 블루텍(1억2800만 원)에서 S600(2억6700만 원)에 이르는 S 클래스 계열에서 올 상반기 총 5966대를 판매하며 기염을 토했다. BMW는 3 시리즈(5000만~8000만 원)에서 7 시리즈(1억2000만~2억7000만 원)까지 고른 판매를 보였다. 1억 원대 이상에서 740d x드라이브(279대 판매) 등 7 시리즈를 내세워 총 717대를 팔아 선전을 펼쳤다.

‘프리미엄 럭셔리’군에는 사륜구동을 앞세운 아우디(A8, 1억2000만~2억5000만 원), 도요타(렉서스, 4000만~1억2000만 원), 닛산(인피티니, 4500만~1억2000만 원), 재규어(X시리즈 1억~2억2000만 원, F 시리즈 1억1000만~1억8000만 원), 랜드로버(레인지로버, 6500만~1억9000만 원) 등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억5000만 원대를 기준으로 양산형 자동차와 주문형 럭셔리카로 나뉜다. 수입차를 웬만큼 타 보았다는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는 모델이 바로 그 경계선상에 있는 포르쉐(8000만~3억 원)와 마이바흐(2억~6억 원)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통하는 포르쉐는 국내에서 스포츠카의 로망을 가장 근접거리에서 실현시켜 줄 모델로 통한다.

1억~2억 원대의 스포츠카 911 시리즈나 슈퍼카 최초의 4도어 세단 파나메라(1억3000만~1억9000만 원)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마칸 등 1억 원대 미만의 비교적 저렴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놔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듣고 있다.
[Luxury & Super Car] 같은 럭셔리카도 레벨이 다르다
마이바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로 알려진 명차이자 세계 3대 명차로 꼽혔던 화려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2012년 단종된 것을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S 클래스급으로 변신시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의 S500(2억3300만 원)과 S600(2억9400만 원) 모델은 각각 222대와 84대가 팔리며 2억 원대 럭셔리카의 지존으로 올라섰다.


럭셔리카의 끝판왕은 누구?
수입차 전문가들은 2억5000만 원을 기준으로 차의 레벨을 달리 본다. 말이 2억5000만 원이지 이 정도 레벨의 차들은 옵션까지 더해지면 부르는 게 값이며, 대부분 양산형이 아닌 고객 주문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수입차 애호가들은 이들 럭셔리카들에 대해 자존심에 품격까지 더해졌다고 평가한다. 차들은 하이엔드군과 스포츠카(슈퍼카)군으로 나뉜다.

하이엔드군은 자동차의 제왕 롤스로이스(4억~7억 원)를 선두로 해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 벤틀리(2억5000만~4억 원), 마세라티(2억5000만~4억 원), 애스턴마틴(2억5000만~4억 원) 등이 있고, 스포츠카군에는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인 페라리(3억5000만~7억 원)와 람보르기니(3억5000만~7억 원)가 있고, 영국 슈퍼카 맥라렌(3억5000만~4억 원) 등이 포진한다.
[Luxury & Super Car] 같은 럭셔리카도 레벨이 다르다
애스턴마틴은 V8 빈티지 시리즈와 영화 ‘007’ 시리즈에서 ‘본드카’로 유명세를 탄 DB 시리즈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미니롤스로이스 분위기의 고급 세단 벤틀리는 2억~3억 원대의 컨티넨탈 GT 시리즈와 5억 원 가까이 호가하는 뮬산이 주력이다. 마세라티는 섹시함이 돋보이는 이탈리아의 럭셔리카로 2011년 처음 국내에 진출해 콰트로 포르테, 기블리 등의 세단과 함께 그란투리스모, 그란카브리오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 차의 특징은 4인승을 기본으로 하며 배기음이 일품인데, 배기음 가격만 1억 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차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차가 움직일 때의 육중함은 마치 성이 이동하는 것 같다는 평가다. 왕족의 차로 유명하며 2013년 쿠페 스타일의 모델 레이스를 국내에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롤스로이스는 고스트 모델이 4억 원대 초반이고 팬텀 쿠페는 6억4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슈퍼카군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맥라렌은 처음에 레이싱 전문 업체로 출발한 만큼 놀라운 스피드감을 보여 준다. 1990년대 초반에 내놓은 맥라렌 F1의 최고 속도 시속 387km라는 기록은 부가티 베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2억5000만 원에서 2억7000만 원대의 상품군이 주력을 이루고 있는데 포르쉐를 몰았던 드라이버들에게 상당한 유혹이 되고 있다. 맥라렌의 모델 MP4-12C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의 유일한 적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슈퍼카의 지존으로 불리는 페라리는 드라이버들의 로망으로 통한다. 페라리‘458이탈리아’는 4억 원을 훌쩍 넘기며, 5억~6억 원대의 F12 베를리네타, 캘리포니아 등이 주력 차종이다.

자칭 타칭 페라리의 라이벌로 불리는 람보르기니는 근육질의 남성스러움이 특징이다. 람보르기니가 판매하는 모델은 아벤타도르 LP700-4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가야르도의 후속 모델 우라칸 LP610-4가 대표적이다. 우라칸은 제네바 모터쇼에서 소개되기 전에 진행된 VIP 프라이빗 투어를 통해 700대의 사전 계약을 성사시켜 눈길을 모았다.

슈퍼카의 큰형님격인 하이퍼카들은 실상 일반인들이 접하거나 일반 도로를 주행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도 럭셔리카를 가격으로 평가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섹시한 차로 통하는 부가티 베이론(시속 431km, 15억~30억 원)이 왕좌에 오를 것이다.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무장한 슈퍼카에는 파가니 후에이라(시속 370km, 15억 원), 맥라렌 F1(시속 386km, 10억7000만 원), 살린S7 트윈 터보(6억1000만 원)가 있으며, 2015년 현재 가장 빠른 헤네시 베놈은 무려 시속 435km의 속도를 내며 가격은 11억 원대다. 또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 슈퍼카들의 한정판은 수십억 원에 이르는 등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
[Luxury & Super Car] 같은 럭셔리카도 레벨이 다르다
수입차 종합관리대행 업체 엠플러스 모터 컨시어지의 문동훈 대표는 “일반적으로 개인들이 구매할 수 있는 럭셔리카는 10억 원 이전의 슈퍼카와 하이엔드카라고 봐야 하며, 그 이상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말 그대로 드림 카다”라며 “수입차 드라이버들은 벤츠나 BMW, 아우디 등 독일차를 타다가 포르쉐를 거쳐 맥라렌 등 스포츠카를 타거나 벤틀리 등 하이엔드 세단으로 옮겨 가려는 욕망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수입차 마니아의 ‘끝판왕’으로 페라리의 ‘458 이탈리아’를 꼽았다. 페라리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출시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됐고, V8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9000rpm 570마력의 심장 소리는 드라이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

문 대표는 럭셔리카를 구매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도 강조했다. 그는 “2억5000만 원 이상의 럭셔리카를 구매할 때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 가격대 이하의 차량은 합리적인 수리비와 사후관리(AS)를 받을 수 있고 제품 만족도도 높은 편이지만, 고가의 럭셔리카는 판매도 원 딜러 체제로 가격 비교가 불가하고,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이며 수리에도 몇 달이 걸릴 수 있어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Luxury & Super Car] 같은 럭셔리카도 레벨이 다르다
한용섭 기자